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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핑크 셔츠에 10년 넘게 기른 머리를 고무줄로 동여매고 나타난 박종훈은 이런 활동 반경에 대해 “하고 싶으니까”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처음으로 자작곡을 담은 뉴에이지 음반을 낸 것이 2002년.
2000년 이탈리아 산레모 콩쿠르 우승 이후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던 때라 우려의 시선도 컸다. 하지만 그는 “클래식이든 재즈든, 음으로 예술적 이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똑 같은 건데 사람들은 음악을 나누려고만 하는 것 같다.
박종훈이 이번에 들고 온 것은 뜻밖에도 쇼팽이다. 쇼팽의 발라드를 담은 음반(스톰프 뮤직)이 23일 발매됐고, 다음달 1일 충무아트홀에서 ‘쇼팽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독주회를 한다. 발라드 1~4번, 왈츠,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까지 쇼팽으로만 프로그램을 짰다. 그에게 지금껏 쇼팽은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직선적이고, 절제하지 않는 저의 연주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당연히 연주회나 콩쿠르 때 쇼팽은 거의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는 인위적으로 과장하지 않고 순수하게 본성을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음악을 통해 쇼팽의 초상을 다시 그려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