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꿈과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해외 활동 청년작가 후원해온 정헌메세나협회 '아름다운 다리'展
외면받는 평면작업 분야서 매년 '청년작가상' 선정
"보통 기업은 巨匠에 집중… 우리 임무는 原石 찾는 일"
  • 등록 2009-11-25 오후 12:20:00

    수정 2009-11-25 오전 10:09:44

▲ 정헌메세나협회 설립자인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오른쪽〉과 파리에서 활동 중인 오천룡 정헌메세나협회장./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조선일보 제공]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전시장에는 대형 캔버스가 잘 자란 나무처럼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현대미술 전시장이면 으레 등장하는 대형 설치작품이나 귀와 눈을 자극하는 비디오 작품이 아니라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이용한 평면작품들이다. 정헌메세나협회가 지원한 작가 22명의 작품 70여점을 선보이는 《아름다운 다리》전(展)으로, 작품에서 생동하는 기운과 젊은 열정이 묻어난다.

정헌메세나협회는 2003년 서민석 동일방직 회장이 부친인 고(故) 서정익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만든 공익협회로, 해외에서 활동 중인 한국 청년 작가들을 후원하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활동하는 35세 미만 작가 중 한 명에게 '청년작가상'을 주고, 35세 이상 작가 중 4~5명을 선정해 작품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오천룡 화백이 정헌메세나협회장을 맡아 꿋꿋하게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청년 작가들을 발굴해왔다. 오 화백은 숨어 있는 진주를 발견하기 위해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영국·이탈리아·벨기에 등 유럽 곳곳을 찾아다녔다. 오 화백은 "청년작가상 수상 대상을 평면작업 작가로 한정하는 이유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작가를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미술관조차 평면작업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외롭게 캔버스 작업에 몰두하는 작가를 돕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올해는 지원 사업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그동안 발굴한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장혁동의 〈공감〉은 아침에 바쁘게 출근하는 현대인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날렵한 양복 정장을 입은 직장인은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고 있지만, 눈 코 입이 없는 얼굴을 통해 현대인의 익명성을 보여준다. 장지영의 〈행인〉 역시 현대인의 음울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홍일화의 〈하늘아래〉는 천장에 그린 작품이다. 중세 천장화가 성경이나 신(神)의 영역을 다뤘다면, 〈하늘아래〉는 여성의 치마 속 풍경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듯 그려내 욕망의 세계를 보여준다. 구윤선의 〈자화상〉은 욕실에 걸린 보라와 분홍색이 섞인 여자 속옷을 그려놓았다. 관람객에게 속옷을 통해 나이와 외모 등 '내'가 누구인지 상상해 보라고 유도하면서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홍현아는 〈동행〉에서 인간의 본질을 성(性)으로 보고, 이를 거친 붓으로 대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지연의 작품은 대부분 캔버스 위에 연필과 목탄, 실을 이용하고 있다. 〈거기, 내가 두고 온 것〉은 인도 바라나시에서 작가가 느낀 삶과 죽음, 영원에 대한 단상을 표현했다. 실은 이상과 현실, 작가와 관람객을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전시 제목 《아름다운 다리》는 기업과 예술, 아틀리에와 세상, 현재와 미래를 잇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천룡 화백은 "대부분 기업들은 거장의 반열에 오르거나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가를 후원한다. 정헌메세나협회처럼 장래가 확실하지 않은 청년 작가들을 지원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의미를 강조했다. 서민석 회장은 "우리가 발굴한 작가들이 20년 후에 중요한 작가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나라의 격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시는 24일부터 12월 6일까지 한가람미술관 3·4 전시실에서 열린다.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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