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生과 死)①되살아난 악몽..더 질겨진 위기

되풀이되는 역사 속 복합 모기지·파생상품發 `회오리`
금융기업 연쇄 도산..공통적이면서 독특한 결함들 내포
  • 등록 2008-10-22 오전 10:35:00

    수정 2008-10-22 오전 11:22:28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한바탕 불어닥친 금융위기 회오리가 월街를 지나 유럽과 이머징마켓을 덮쳤다. 공멸을 막기 위한 각국의 노력도 필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위기의 끝을 가늠하기 힘들지만 반환점을 돌지 않았냐는 기대감도 고개를 든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는 글로벌 유수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줄지어 몰락한 만큼이나 상처가 깊다. 이데일리는 `월가 生과 死` 시리즈를 통해 세계 자본시장을 주름잡았던 대형 금융기관들 가운데 누가 몰락했고 누가 생존했는지를 조명함으로써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를 짚어보고, 교훈을 얻고자 한다. [편집자주]
 
질긴 다년생초가 결국 다시 피어났다.
 
저명한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는 금융위기를 오랜 세월을 두고 끊임없이 피어나는 다년생초로 표현했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금융위기는 끈끈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수십년에 걸쳐 여러차례 반복된 것은 물론, 가장 최근에 불거진 위기는 아직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위기의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한차례 광기가 휘몰아친 후 모두가 공포에 빠지며 결국 붕괴에 이른다.

앨런 그린스펀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시절, 금융위기를 `전염병`처럼 탐욕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탐욕은 그대로지만 욕망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계속 넓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이다. 실제로 금융위기 역사가 거듭될수록 위기에 익숙해지기 보다는 그 진폭을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이유다.

2008년 세계 경제는 과거를 닮았지만 좀더 진화된 형태의 위기를 경험했다. 바로 내로라하는 `금융공룡`들의 연쇄도산이다. 이미 역사 속에서 크고 작은 금융기관들이 부지기수로 사라져갔지만 상위권을 빽빽하게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은 이례적이었다. 

그들은 아주 단순하지만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만의 독특한 결함 또한 거대한 금융기업들을 무너뜨렸다. 

◇ 되살아난 악몽..되풀이되는 역사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이라는 익숙치 않은 골칫거리가 등장했을 때만해도 시장은 견딜만 하다는 반응이었다. 사태는 심각했지만 미국 경제는 생각보다 견조하게 악재들과 싸워나갔다.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세금환급, 엄청난 유동성 공급과 긴급대출 등 각종 경제회생 조치가 잇따랐고, 그렇게 상처는 치유되는 듯했다.

그러나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위기는 또다른 형태의 들불로 번지고 있다.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현재 진행형이며, 매일 밤 되풀이되고 있는 악몽이다.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어쩔 수 없는 산물로 평가된다. 역사는 항상 반복됐다. 멀게는 네덜란드에서 나타난 튜울립뿌리 투기 사태부터 1929년 월가의 검은 월요일의 공포, 아주 최근에는 롱텀 캐피털이나 엔론 스캔들과 9.11 테러이후 나타난 깊은 불황을 떠올리면 이해는 더 빨라진다.

패턴 역시 비슷하다. 투기가 물밀 듯이 진행되고 많은 돈이 한꺼번에 풀린다. 자산의 거품이 급격히 형성되면 급기야 터지고 만다. 물론 시장은 안간힘을 써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사이 일어나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항상 위기는 패닉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현재 위기도 비슷한 규칙을 따르고 있다. 주택시장 호황 이후 나타난 신용 팽창이 결국 거품 붕괴로 이어졌고, 이는 국제적으로 퍼져가고 있다.

금융위기 속 기업들의 파산 역시 최근 양상과 유사하다. 때로는 아주 멀쩡해 보였던 기업들마저도 파산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기업들의 파산은 자산가격 하락을 급격히 야기하면서 실물경제 둔화를 야기시키고 결국 `최후의 대여자` 역할을 하는 정부가 나서고 있는 점도 과거와 비슷한 시나리오다.

◇ 복합 모기지·파생상품發, 더 질기고 강한 위기

그러나 위기의 형태는 조금 다르다. 바로 투기 모델의 차이다. 그리고 여파는 과거를 뛰어넘을 태세다.

1929년 대공황 이전에는 주가 급락이 방아쇠를 당겼고, 이후 극심한 불황이 닥쳤다. 2001년에는 9.11 테러가 위기를 촉발시켰지만 그 근저에는 기술주 중심의 버블이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모기지다. 그것도 일반 모기지 외에 조각조각 쪼개진 모기지들이 다시 새로운 합을 구성해 또다른 기관에 팔리고, 다시 쪼개지고 뭉치고를 되풀이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침내 주택가격이 하락하자 엄청나게 팔려나간 이 복합자산들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돌변하며 위기를 불렀다.

여기에 각종 채권에 대해 보험성격으로 들거나, 혹은 이를 아예 투기적인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사둔 신용파생상품들도 금융기관 곳곳에 뿌리를 내렸다. 넝마가 된 기업들의 재무재표 곳곳에는 크레딧디폴트스왑(CDS)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이처럼 모기지담보증권들과 신용파생상품들이 뒤섞이면서 금융기관들의 새로운 위기가 잉태됐다.

특히 금융기관의 도산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단계다. 뉴욕타임스(NYT) 등 여러 외신들에서 인용된 하이먼 민스키 이론에 따르면 호황 국면에서 신용 팽창이 성장의 연료를 공급하는데 바로 은행이 만들어지면서 부채의 규모를 급속도로 확대시켰다.

그리고 부채의 팽창은 국지적으로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진행돼 왔다. 현재 금융기관들은 매치가 되지 않는 엄청난 장기자산과 단기부채를 동시에 끌어안고 있다. 단기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다.

미국의 자본주의의 근간도 위협받고 있다. 역사에 남게된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은 오랫동안 유지된 자율시장 경제와 정부 규제 사이의 균형을 깨며 전혀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 금융기관 연쇄도산 목도中..공통적 패턴과 그들만의 결함

결과적으로 수많은 금융기업들의 도산이 목도되고 있다. 이제는 미국에서 유럽까지 국경을 넘나든다.

과거에도 기업들은 무너져갔고, 살 기업들은 살아 남았다. 그러나 현 위기의 특징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대형 기업들마저도 쉽게 고꾸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 출처:포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금융질서 재편의 패턴을 빠른 속도와 대형화라고 소개했다. 과거에도 위기 속에서 기업도산이 진행됐지만 스케일이 어느 때보다 크다는 설명이다.

무너지고, 살아남고, 살려진 기업들은 규칙적인 패턴과 그들만의 독특한 결함을 가진다.

공통적으로는 주택시장 악화가 자리하고 있었고, 대부분 레버리지가 문제였다. 지난 해 월가 금융기관들의 레버러지는 평균 15배가 넘었다. 리먼의 경우 최근 청문회에서 투자은행의 레버리지가 무려 28배라고 진술했다. 부채비율만 24대1이었다. 여기에 신뢰가 어느 순간 무너지면서 주가는 급락했고, 디레버리지에 필요한 자산가치는 급락하면서 기업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반면, 각각의 기업들은 스스로의 자만에 빠졌고 그들만의 결함도 내포하고 있었다. 공교롭게 무너진 기업들은 신뢰가 튼실한, 절대 망할 것 같지 않은 당대 최고들이었지만 무너지는 것은 일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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