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한때 ‘부잣집 아들’이라는 루머도 돌았다고 한다. “햄을 봐도 눈하나 깜박 안 하니까… 애들이 ‘와 쟤는 햄 같은 건 안 먹을 정도로 좋은 것만 먹나 보다’라면서 다들 제가 되게 부자인 줄 알았던 거 있죠.”
그러면 채식주의자? 아니다. 직접 굽는 고기엔 일가견이 있다고 했다. “고등학교때부터 고기 먹을 기회가 많이 생겨 먹게 됐는데, 뒤늦게 배운 고기맛이 그게 참…. 이젠 막 맛을 구별하는 거예요. 뭐가 좋은 고긴지, 뭐가 맛있는 건지, 보기만 해도 알겠는 거 있죠.”
고기맛을 알아가듯 그도 축구맛을 알아간다고 했다. 익숙지 않은 햄은 영원히 가까이 할 수 없다 해도, ‘축구’에 관한 것이라면 안 되는 것도 시도해 보려고 한다. 논두렁에서, 이불 위에서 축구를 즐기면서, 우유팩으로, 공 두 개로 연습해 보면서 축구를 배워왔던 아이. 그 아이가 지금은 국가대표의 대표 수비수로 성장했다. ‘즐기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승부욕과 근성이 살아 있는 ‘악바리’였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제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어떤 월드컵으로 만들고 싶은가요?
“지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모두가 만족하는 경기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이번 월드컵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기회죠. 한국이 아닌 유럽에서 열리기 때문에 저희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고요. 이번에는 아주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 더 기대가 돼요.”
―어린 선수들의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이제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이 지났는데 전체적인 느낌은 어떤가요?
“올해도 큰 부상 없이 모든 경기를 뛰었고, 경기력 자체도 전체적으로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이 만족스럽습니다. 네덜란드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고 좋은 추억을 쌓았는데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무대에 서서 뛰어보니 더욱 스스로 발전하는 기회가 된 것 같고요.”
―어떤 부분에서 더 발전했다고 생각하나요? 뭐가 달라졌죠?
“새로운 선수들과 부딪쳐 보며 실수도 하고, 반성도 하면서 적응해 나가는 거죠. 제가 오른발 잡이인데도 왼쪽 윙백을 보잖아요. 그런데 여기(토튼햄) 수석 코치가 선수시절 저랑 똑같은 케이스였던 거예요. 경기적인 면에서나 정신적인 면에서 정말 멘토(조언자) 역할을 해주죠.”
―대표팀 주축 수비수로서, 또 중견 선수로서 부담도 꽤 클 것 같은데요.
―프랑스의 앙리나 토고의 아데바요르 등 월드컵 상대팀 공격수와도 대결해 봤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공격수와 수비수의 1대1 대결에서 수비는 항상 불리한 게 사실입니다. 뚫리기 십상이죠. 특히 둘은 키가 큰 데다 유연성에 개인기까지 겸비해 상대하기 쉽지 않아요. 모든 걸 겸비하기란 참 어려운데 놀라울 뿐이에요. 그래서 협력 수비가 필요한 거고요.”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크로스 등을 보강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는데요.
“저는 항상 축구 못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배워야 한다고 느껴요.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는 중이고요. 이쪽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수비수들은 28세면 축구 인생의 피크에 도달한다고요. 그래도 전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