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리스트는 일본이 자국의 안전 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술과 부품을 타 국가에 수출할 때 허가신청을 면해주는 국가 목록이다. 일본이 안보상의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해 양국간 안보 협력을 지속할 명분이 희미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지소미아는 일본에 대항할 수 있는 외교 카드로 유일하다시피 하다. 지소미아는 1945년 광복 이후 처음 맺는 한·일 간 군사협정이다. 오는 24일까지 한·일 한 쪽이라도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폐기된다.
아시아를 순방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이 오는 9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갖는다. 에스퍼 장관이 일본의 ‘2차 경제보복’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일 지소미아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다. 미국 측은 그동안 지소미아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역시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열린 포럼에 참석, 지소미아를 파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 측의 우려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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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문제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는 별개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일본이 우리 측 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고 결국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자 지소미아를 대응 카드로 사용할 모양새다.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당일이었던 2일 브리핑에서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강 장관은 전날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지소미아 문제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우리로서는 모든 걸 테이블에 올리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답을 하지 않았다.
“백색국가서 제외한 日 도움 필요없다”
민주당 소속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은 “우리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사람들과 (군사정보를 교류)할 하등의 필요가 없다”며 “일본이 영상정보에서는 우리보다 앞설 수 있지만 (다른) 모든 정보에선 우리가 앞서고, 영상정보의 경우도 미국 측으로부터 실시간으로 받아보기 때문에 일본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위성 등 감시 및 정찰 자산을 통해 수집한 대북 관련 정보를 우리 측에 공유한다. 우리측은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의 인적 네트워크(휴민트)와 군사분계선 일대의 감청수단(시긴트)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 정보를 일측에 제공한다. 그러나 지소미아 체결 후 한·일간 공유한 군사기밀은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 등 모두 22건에 불과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지소미아 폐기가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소미아 파기는 돌이킬 수 없는 안보적 자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일본 수출규제대책특위 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한미동맹에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나쁜 카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