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수채화 속 ''남도기행'' 떠나볼까

평생 수채화만 고집스레 그린 강연균 화백 14년 만에 개인전
  • 등록 2007-10-01 오전 11:32:56

    수정 2007-10-01 오전 11:32:56

▲ ‘향나무’ 종이에 수채, 75x54cm
[한국일보 제공] 일평생 수채화를 고집해온 강연균(66) 화백의 개인전이 4~18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1993년 서울과 광주에서 열렸던 ‘강연균 수채화 30주년’전 이후 14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자 첫 상업화랑 전시다.
 
대부분의 화가들에게 수채화는 유화로 가는 길목의 한 정거장에 지나지 않지만, 강 화백에게 그것은 일생을 헌납할 귀한 사명이었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는 말은 있어도,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답다는 말은 없지 않느냐”는 작가의 농담처럼, 그곳엔 작가가 ‘물맛’이라고 부르는,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투명한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집요한 리얼리즘의 시선으로 포착해온 남도의 박진감 있는 정경은 이번 전시에서도 형형하다. 전라도 토박이로 일평생을 살고 있는 그는 ‘고향이 아니면 그리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남도의 것에 밀착해왔다. 담양, 나주, 화순 동복, 순창 매향리, 구례 산동, 여수 사도….

▲ ‘백합’ 종이에 수채, 72.7x91cm
그는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사생작가’라는 평판에 걸맞게 이번 전시에 나온 42점의 작품 대부분을 현장에서 그렸다. 오래 보아온 눈으로 담은 남도의 풍광은 그 땅에 새겨진 상처를 섬세하게 짚어냈던 80년대 작품들에 비해 한결 간소하면서도 생동감 넘친다.

물맛을 한껏 살린 이번 그림들은 옛 수묵화를 보는 듯 담백하고 정갈하다. 붓질은 간결해지고, 색감은 그윽해진 덕분이다. 사람 키만한 화폭에 클로즈업된 모란 한 송이, 집 앞마당에 크고 곧게 솟은 푸른 향나무, 소쿠리에 가득 담긴 알알이 빨간 석류, 못생겨서 애잔한 커다란 모과 등이 집요한 사실주의로 이룩한 감각의 충일성을 다시 한번 맛보게 한다.

전시가 없었던 14년간 작가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회장, 광주시립미술관장, 제2회 광주비엔날레 사무총장 등 굵직한 직함을 맡아 분주했지만, 한번도 붓을 놓은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간 상업화랑에서의 전시가 없었던 것에 대해선 “못났지만 그건 내 자존심”이라고 했다. 이번 전시는 20여년 그의 가치를 알아봐줬던 화랑에 대한 “남자로서의 의리”라고,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그는 말했다. (02)732-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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