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디자인 이슬람궁전에서 시작됐다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소장품전
'오웬 존스와 알람브라: 이슬라믹 디자인, 발견과 비전'
알람브라 문양 집중 연구
유럽문화에 미친 영향 조명
12월2일까지 고양아람누리
  • 등록 2012-08-14 오후 12:10:28

    수정 2012-08-14 오후 12:10:28

오웬 존스가 이슬람문양의 영향을 받아 만든 패턴(1856)(사진=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영국인 오웬 존스(1808∼1874). 청년시절부터 건축가가 꿈이었다. 결정적으로 그 꿈을 곧추세운 건 여행 덕이었다. 작정을 하고 떠난 건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 분명한 건 존스가 그리스·이집트·터키·에스파냐 등을 둘러보는 중에 만난 이슬람의 독특한 스타일에 흠뻑 빠져들었다는 거다. 더욱이 흑사병을 피해 6개월여 머문 알람브라궁전이 그를 뒤흔들어놨다. 아랍인들이 이슬람역사에서 황금시대로 기록하는 시절, 800년간 지배한 이베리아 반도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그라나다에 세워진 13세기 건축물. 260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알람브라궁전은 현존하는 아랍양식 건축물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존스가 이 이슬람궁전의 평면·입면·단면과 건축 세부사항을 놓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 진가는 1851년 런던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드러난다. 이슬람문화의 영향을 받은 획기적인 인테리어를 대중에 공개한 것이다. 그러나 존스의 눈부신 성과는 1856년 펴낸 한 권의 책이다. ‘세계 문양의 역사’란 이 책은 여태껏 디자인 분야 최고의 교과서로 꼽힌다. 페르시아제국과 비잔틴제국이 접한 근동과 유럽서 체득한 이슬람 장식미술과 문양, 공예품에 대한 연구결과가 생생하다. 기하학적 추상장식, 정교한 조화의 평면패턴, 금·은빛 화려한 색채 등에서 가히 혁신이라 할 만한 이 성과물은 곧 영국디자인의 ‘일반 원칙’이 됐다. 그리고 이 원칙은 영국 빅토리아&앨버트(V&A)박물관에 보존됐다.

이슬람문양으로 영국 디자인 초석

알람브라 꽃병에서 영감 얻은 ‘글라렌던 꽃병’(1840)(사진=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세계 최대 공예미술관으로 알려진 V&A박물관이 ‘오웬 존스와 알람브라: 이슬라믹 디자인, 발견과 비전’이란 테마로 한국에 처음으로 소장품을 풀어놨다. 전시는 주제가 말하는 것처럼 존스가 다닌 여행 발자취를 연대기 순으로 따른다. 이슬람미술이 유럽문화에 미친 여파를 짚어보는 식이다. 알람브라궁전에서 찾아낸 1000년 이슬람문화예술의 흔적을 집중적으로 캐냈다.

존스뿐 아니라 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작가들에게도 공간이 할애됐다. 크리스토퍼 드레서, 윌리엄 하비 등 34명 작가들의 유화·수채화·드로잉·텍스타일·도자기 등 100여점이 나온다. 대표작품 중 하나는 존스가 ‘세계 문양의 역사’에서 직접 만든 패턴. 이슬람문양을 고스란히 옮겨온 기하학적 곡선과 나무·꽃 등 식물무늬가 엉켜 있는 드로잉이다. 또 ‘카이로 근처 연필 스케치’는 존스가 1832∼33년 중동지역을 다닌 초기 여행시기의 풍경을 잡아낸다. 윌리엄 하비가 수채화로 그린 ‘알람브라궁전 내 포로수용탑 단면’도 놓칠 수 없다.

물론 존스가 이슬람문화에만 심취했던 건 아니다. 세계 주요 문명권의 문양디자인을 연구하고 정리한 것이 최대 업적이다. 여기엔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한 빅토리아 시대(1837∼1901)의 힘이 적잖다. 그러나 전시는 결국 현대 디자인의 뿌리가, 유럽 산업디자인의 방향이 이슬람문양에 있었다는 것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당시 서구, 특히 유럽이 이슬람세계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는지 적극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경기 고양시 일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오늘부터 12월2일까지. 031-960-0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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