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자동차)애스턴 마틴 DB9 볼란테

  • 등록 2005-10-05 오전 11:34:02

    수정 2005-10-11 오후 4:50:45

[이데일리 조영행기자] 오늘날과 같은 `풍요로운 소비의 시대`가 이뤄진 것은 따지고 보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따른 `규모의 경제`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하지만 삶이 풍요해지면서 `규모의 경제`를 거스르는 `명품`에 대한 욕구가 타오르는 것이 또한 인간의 심리이기도 합니다. 보다 빠르고, 안전한 차를 만들기 위해 온갖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오늘 날에도 수작업으로 만드는 자동차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명품` 자동차는 과연 `규모의 경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오늘은 명품으로 태어나 `대량생산의 원조` 포드에 흡수된 애스턴 마틴의 새 컨버터블 카 이야기입니다.    

소량생산의 명차로 유명한 애스턴 마틴은 자동차 레이서인 라이오넬 마틴에 의해 1913년 설립됐다. 애스턴 마틴이란 회사 이름은 마틴의 이름과 자동차 경주대회인 `애스턴 클린턴 힐클라임`을 합쳐서 만들어졌다. 창립 100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 회사가 지금까지 생산한 자동차는 지난 2003년에야 겨우 2만대를 넘겼을 정도로 `소수 정예`의 전통을 갖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와는 거리가 먼 애스턴 마틴의 자동차는 명품의 혈통을 자랑하며 소수의 명품족과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007시리즈에서 본드카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던 애스턴 마틴의 스포츠 카는 최근 `이탈리안 잡`, `엑스맨`, `툼 레이더` 등의 영화에 잇달아 등장하며 대중의 동경어린 시선도 한 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명성에도 불구하고 `기업`으로써의 애스턴 마틴은 그리 성공적인 역사를 갖고 있지 못하다. 경영난으로 몇 차례 주인이 바뀐 끝에 결국은 포드에 인수됐다. `포디즘`으로 상징되는 `대량생산`의 시조격인 포드에 인수된 애스턴 마틴의 처지를 보면 자동차 산업에서 만큼은 `규모의 경제`가 `명품의 가치`를 압도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소량생산`으로 일관해온 애스턴 마틴이 지난해 DB9을 출시하면서 V12 뱅퀴시와 , V8 밴티지 모델을 합해 연간 생산량을 5000대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이는 지난 90년간의 생산량을 불과 몇년 안에 돌파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같은 변화가 `자신감`의 표현인지, `소수 정예주의`의 한계를 의식한 `노선 전환`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올가을 등장한 `애스턴 마틴 DB9 볼란테`는 지난해 발표된 DB9 쿠페의 컨버터블 버전으로 애스턴 마틴이 선보이는 13번째 컨버터블 모델이다. DB9 쿠페가 성능면에서 전문가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면, DB9 볼란테는 유려한 디자인으로 대박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상 쿠페를 기반으로 한 컨버터블 모델은 공기역학상의 주행성능 손실과 소프트 탑 장착으로 인한 외관상의 손상으로 감점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DB9 볼란테 역시 이런 우려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컨버터블로써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자동차 전문 사이트 `4 카 채널 4`(4 Car Channel 4)에서 활약하는 자동차 평론가 앤드류 프랑켈은 직설적이면서 약간의 독설을 섞은 특유의 화법으로 이런 평가를 남겼다.

"중요한 점은 이 차가 자신의 존재와 취향, 부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충족시켜 주느냐 하는 것이다. 보다 값이 싼 쿠페 버전에 비해 성능이 뒤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차야 말로 바로 그런 사람들이 기다려 왔던 차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것이 다는 아니지만."

그의 말대로 성능만 따지고 보자면 쿠페를 굳이 컨버터블로 만들 필요는 없는지도 모른다. 주행성능은 떨어지면서 가격만 올라가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버터블 고유의 매력에 빠진 이들에게는 DB9 볼란테는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프랑켈 자신도 "이 차는 단순한 외관 이상의 매력을 가졌다"며 "섬유재질의 지붕을 덮은 상태에서도 외관이 전혀 손상되지 않는 아주 드문 자동차다. 볼란테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컨버터블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애스턴 마틴의 수석 디자이너인 헨릭 피스커도 "DB9 볼란테의 바디라인은 탑을 오픈한 상태 뿐 아니라 탑을 씌운 상태의 아름다움까지 고려해 디자인했다"고 설명한다.



DB9 볼란테는 2인승을 기본으로 2개의 보조좌석이 설치된 2+2인승컨버터블 카다. 기존 뱅퀴시 모델에 장착됐던 엔진을 일부 수정해 출력을 450 마력으로 늘린 V12 엔진을 장착했으며 엔진 배기량은 5935cc다. 최고속도는 시속 300 킬로미터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킬로미터에 도달하는 정지가속은 4.7초로 세계 정상급의 스포츠 카로써 손색이 없다. 특히 최대토크의 80%를 rpm 1500에서 발휘할 수 있어 순간 가속에서 엄청난 장점을 발휘한다.

기존의 DB7보다 20% 가벼우면서 두 배 가까이 단단해진 새로운 VH 플랫폼에 알루미늄 프레임과 합금 패널을 씌워 뱅퀴시 보다 무게를 125킬로 그램이나 줄였다.

차량은 수작업으로 조립되며, 도색과 인테리어도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덕분에 차량 색상이 21가지나 되며,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가죽은 20가지 색상중에서 고를 수 있다. 실내 마감에 사용되는 목재도 3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도어는 위아래로 여닫히는 걸윙(gull-wing: 갈매기 날개)과 보통의 여닫이 문을 절충한 스완윙(swan-wing: 백조날개)으로 바깥으로 열리면서 들리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변속기는 6단 수동과 버튼 방식의 `터치트로닉(Touchtronic)` 6단 자동변속기가 제공된다.

`터치트로닉`은 콘솔박스에 변속레버가 장착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운전대 옆의 센터 페시아에 달려 있는 주차(P)-후진(R)-중립(N)-전진(D) 버튼을 손으로 눌러서 기어를 변속하는 방식이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스포츠 카 감각에 맞춰 서스펜션이 딱딱해지고, 기어의 회전비를 높여 더욱 폭발적인 힘과 가속을 얻을 수 있다.

자동으로 작동되는 소프트 탑은 17초 만에 개폐가 마무리된다. 차량 전복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 A필러(앞 유리틀)가 차량 무게의 2배를 지탱할 수 있는 강도로 제작됐으며 좌석 머리 부분에 내장된 롤바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도록 설계됐다.  

외관은 한 없이 부드럽고 세련됐지만, 힘과 성능은 거칠 것이 없는 `터프함`을 담고 있다는 것이 애스터 마틴의 주장이다. 애스턴 마틴의 율리히 베츠 CEO는 "애스턴 마틴의 전통적인 디자인에 고성능 스포츠 카의 퍼포먼스를 추구했다"며 "단지 쿠페에서 탑을 제거한 모델은 아니다"라는 설명을 달고 있다.

어쨌든 DB9 볼란테에 담긴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강함`이 자동차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임에는 틀림이 없을 듯하다.

<주요 제원>
전장 - 4710 mm
전폭 - 1875 mm
전고 - 1270 mm
공차중량 - 1800 kg
승차정원 - 2명
최고속도 - 300 km/h
정지가속 - 4.7초
배기량 - 5935 cc  
최대출력 - 450 /6000 bhp/rpm
최대토크 - 420 /5000 lb ft/rpm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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