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들고 사러 갔던 그 옛 맛…''오우가'' 팥칼국수

[오태진 기자의 ''이 맛'']
고양 효자동 ''오우가'' 팥칼국수
  • 등록 2008-08-28 오전 11:32:33

    수정 2008-08-28 오전 11:32:33

[조선일보 제공] 팥칼국수라고 하면 고향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동짓달 겨울뿐 아니라 사철 입이 궁금할 때 차려먹던 별미였다. 손품이 많이 드는 새알심 대신 칼국수를 넣어 쉽게 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 조미료를 넣지 않고도 우러나던 그 진하고 깊고 구수한 맛. 그것은 어머니의 맛이다. 냄비 들고 시장에 팥칼국수 사러 가던 기억을 지닌 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벌교 구례 장흥 남해…. 지금도 남도 장터엔 1500~2000원 하는 팥칼국수가 향수(鄕愁)를 일깨운다.

경기 고양시 효자동 '오우가'의 팥칼국수는 고향집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다. 흔히 삶은 팥을 통째로 믹서에 갈아버리는데, 그러면 거칠고 탁하다. 이 집은 팥을 일일이 체에 으깨 받쳐내 아주 곱다. 찹쌀 가는 기계도 갖춰놓고 매일 새알을 빚는다. 집으로 사가는 손님, 가족 특히 어머니 모시고 오는 손님이 많은 것도 거기 담긴 정성의 맛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5000원. 새알심 팥죽은 1000원 더 받는다. 설탕보다는 소금을 넣어 먹어야 제 맛이다.

낙지비빔밥도 흔치 않은 메뉴다. 매콤하게 볶아 무친 낙지를 잘게 썰어 넉넉하게 얹었다. 호박채볶음·콩나물·무채·시금치·쑥갓과 함께 비벼먹으니 쫄깃한 낙지가 색다른 비빔밥 맛을 낸다. 6000원. 홍어삼합은 적당히 삭힌 홍어를 얇게 썰어 초보자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차갑게 얼린 자잘한 옥돌에 얹어 낸다. 삶은 돼지고기도 얌전하다. 3만~5만원.

어떤 차림에나 시원새콤한 미역오이냉국이 딸려 나온다. 탱탱하고 질 좋은 미역을 썼다. 알맞게 익어 시원하고 개운한 열무김치에서도 여주인의 손맛이 느껴진다.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이 집 메뉴의 공통점은 주인 부부가 고향 무안 집에서 해먹던 음식이라는 점이다.
가게 이름은 서예가인 주인이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에서 따왔다. 홀엔 서예작품과 동양화들이 천장까지 사방에 나붙어 있고 도자기들도 여기저기 놓여 있다. 홍어냄새도 조금 배어 있다. 정리할 건 정리해서 좀 더 깔끔하게 했으면 좋겠다. 좌식 40석. 40명씩 들어가는 큰 방 둘이 따로 있어 단체손님에 맞춤하다. 너른 주차장에 30대가 들어간다.

구파발 북한산성 입구에서 송추 쪽으로 2㎞쯤 간 다섯 번째 신호등 왼쪽. 효자비 맞은편. 등산객 단골도 많다. 가족이 사는 집이어서 명절에도 문을 연다. (02)353-1678.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 스트레칭 필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