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올해 마지막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당면한 구조조정 문제에 관해 언급하는데 이날 국무회의 발언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김 대통령의 이날 발언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 1차 구조조정이 미흡했다는 데 대한 겸허한 반성과 함께 따라서 2차 구조조정 특히 금융 구조조정은 반드시 차질없이 완수해야 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부분이다.
김 대통령은 회의에서 "우리는 외환위기 극복을 경제에 대한 문제점 전체의 극복으로 착각하고 해이해진 면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외환위기는 어디까지나 외환위기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비능률적이고 부조리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했어야 하는데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을 우리는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섣부른 위기극복 선언으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지적을 의식, 대통령 스스로가 이를 반성하는 대목이다.
김 대통령은 이어 "지수상으로는 경제가 상당히 견실한 면을 보이고 있지만, 주식가격이라든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은 대단히 어렵다"며 "이 점에 있어 국민에게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또한 대통령으로서도 책임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반성에서 시작된 김 대통령의 발언은 2단계 구조조정을 향한 강한 의지로 이어진다. 김 대통령은 "우리가 이 난관을 돌파해 나가는 길은 4대 개혁을 2차로 완성하는 길"이라며 "1차의 개혁이 충분치 못했기 때문에 결국 2차 개혁을 안할 수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금융 구조조정은 모든 것의 기본이며, 기업의 구조조정도 금융 구조조정 없이는 전혀 기대할 수가 없다"고 말하고 "이런 의미에서 이번의 금융 구조조정은 4대 개혁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김 대통령은 결론에 이르러 국민-주택은행 직원들의 파업농성을 지적 "지금 노동자들이 주장한 것은 반드시 정당하다고 할 수가 없으며, 노동자의 정당하지 못한 주장,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투쟁에 대해서 우리는 확실한 자세로서 임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못박았다.
항간의 개각설을 한 마디로 일축하며 내각에 힘을 실어준 김 대통령은 "관계장관 뿐 아니라 전 국무위원이 (이 문제가) 원칙있게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는 지시로 이날 국무회의 발언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