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걸이도 불가리, 생수병도 불가리?

  • 등록 2006-10-19 오후 12:15:00

    수정 2006-10-19 오후 12:15:00

[조선일보 제공]


▲ 절벽에 바짝 붙은 바(bar). 불가리 리조트 제공
욕실이 침실과 똑같은 크기다. 2인용 유리 샤워부스 안에 있는 샴푸·컨디셔너·바디클렌저, 또 한 쌍의 스텐리스 스틸 세면대 옆에 놓인 향수·로션이 모두 ‘불가리’ ‘불가리’ ‘불가리’. 옷장에 걸린 옷걸이, 냉장고 속 고급 생수병에도 ‘불가리’라고 찍혀있다. 이탈리아의 고급 시계·보석 브랜드 불가리 그룹이 지난 9월 말 인도네시아 발리에 문을 연 ‘불가리 리조트’. 리조트에서 만난 불가리 CEO 프란체스코 트라파니씨에게 “너무 브랜드를 앞세운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게 어때서요? 브랜드는 자산입니다. 손님들이 ‘발리에 가서 불가리 리조트에 묵었다’고 말했을 때 자부심을 느꼈으면 합니다.”

■ 발리 ‘불가리 리조트’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용 비치로


리조트는 발리섬 남단, 짐바란 반도 끝자락 울루와뚜 사원 근처에 있다. 하얀 파도 거품이 이는 해안으로부터 수직으로 150m 치솟은 절벽 끝에 올라 앉아 있다. 바닷가로 내려가려면 유리상자처럼 생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한다. 리조트가 들어서기 전까지 사람 발이 거의 닿지 않았다는 야성의 바닷가를 향해 거친 절벽을 따라 내려가는 유리 엘리베이터. 원초적 자연과 첨단 디자인의 만남이다.

호텔에 묵는 게 아니다. 내 빌라다.

“가족 손님에, 애들로 시끄러운 아침 뷔페, 정말 싫어요.” 불가리 리조트의 절벽 끝 바(bar)에서 모히토를 한 잔 마시던 싱가포르 여성은 “격리되고 고립된 듯 조용해서 좋다”고 했다. 59개의 단독 빌라로 구성된 불가리 리조트는 여행 온 기분에 여기저기 왔다갔다 들락날락하는 곳이 아니다. 기본형인 ‘오션 뷰’ 빌라의 경우 ‘기본’인데도 침실·거실·목욕탕·개인 수영장·베란다로 꾸며진 2인용 공간이 90평(최고급 ‘불가리 빌라’는 400평)에 달한다. “수영복 가지고 오셨어요?” 호텔 직원이 묻고는 덧붙인다. “수영복 없어도 상관없죠, 뭐. 아무도 못 보니까요.” 모든 객실은 수영장이 딸린 ‘풀 빌라’다. 무엇보다 전망이 환상적이다. 눈 앞은 탁 트인 인도양. 그대로 죽 내려가면 호주다. 물이 가득 차올라 수영장의 끄트머리를 지워버린 개인 풀장. 낮에는 거울같이 매끄러운 표면 위로 노랗고 빨간 열대 꽃 그림자가 비치고, 밤에는 은은한 조명으로 빛난다. 몸을 담그니 풀장 물이 촤악 소리를 내며 화단 아래 배수구로 흘러 넘친다. 수영장에, 푹신한 선 베드에, 하얀 베개가 산을 이루고 있는 침대와 각각 두껍고 얇은 두 종류의 가운, ‘엑스트라 버진 코코넛 오일’로 만든 수제 비누, 그리고 당근·인삼 주스와 ‘고베 비프 버거’ 등을 갖춘 룸 서비스 메뉴. 빌라에서 나오기가 싫다.


▲ 편안히 누워 바로 앞 수영장, 그리고 그 너머 인도양을 바라보기 좋은 카바나. 불가리 리조트 제공.
잡다한 것은 없다

리조트 부대시설은 스파(ESPA 제품 사용), 레스토랑 2곳, 야외 바, 수영장, 헬스장 정도다. ‘불가리 발리’ 리조트는 선탠하고 스파에 들렀다 우붓 등으로 나가 앤틱 쇼핑을 즐기는 식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여행’에 익숙한 손님을 위한 곳이다. 리조트에서는 껌, 담배, 잡지 등 자질구레한 것들은 팔지 않는다. 물론 빌라마다 배치된 ‘집사’가 구해다 주지 못하는 것은 없다. 갤러리처럼 다소 엄숙한 매장에서 골동품을 전시·판매하고, ‘기프트 숍’에서는 리조트에서만 구할 수 있다는 불가리 ‘리미티드 에디션 카본 골드’ 손목시계를 비롯해 핸드백, 선글래스를 판다. 불가리 리조트를 위해 특별히 출시했다는 바람막이와 모자, 비키니 등 ‘리조트 패션’은 꽃무늬 일색의 휴양지풍과는 거리가 멀다. 하나같이 카키색, 블랙 등 절제된 디자인이다. 가격은 정반대. 절제를 모른다. ‘야구 모자’가 20만원선. 윈드재킷이 100만원선. 


▲ 편안히 누워 바로 앞 수영장, 그리고 그 너머 인도양을 바라보기 좋은 카바나. 불가리 리조트 제공.
‘콘템포러리 이탈리안 스타일’

불가리 CEO 트라파니씨는 “리조트의 스타일은 한 마디로 ‘발리의 전통과 이탈리아 미감의 만남’”이라고 했다. 또 “가짜로 재현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골동품처럼 보이는 것은 전부 진짜 골동품이라는 말. 스파 하우스는 자바섬에서 통째로 옮겨온 200년 넘은 목조 건물. 리조트 인테리어 색깔은 전반적으로 짙은 고동색과 밝은 갈색, 그리고 블랙 앤 화이트다. 서양에서 좋아하는 ‘에스닉’ 한 것은 별로 없다. 치렁치렁하지 않고 요란하지 않다. 크게는 발리 가옥의 전통을 따르면서 군더더기 한 점 없이 똑 떨어지는 이탈리아적 감각으로 마무리했다. 빌라 침실에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 침구와 발리 공예인들이 짠 침대보가, 또 발리 골동품과 ‘뱅앤올룹슨’ TV가 ‘믹스 앤 매치’돼 있다. 


▲ ‘오션 뷰’ 빌라 내부 욕실의 욕조. 욕실용품은 모두 ‘불가리’ 제품. 불가리 리조트 제공(왼쪽) - 거울처럼 매끄러운 ‘오션 뷰’ 빌라의 수영장. 뒤로 빌라 지붕들이 보인다.
스타일 따지는 만큼 비싸다

호텔에서 잠만 자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디자인과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는 곳이다? 미니 바의 티스푼 세트부터 라운지 꽃 장식에 이르기까지 스타일, 스타일, 스타일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숙박요금은 비쌀 수 밖에 없다. 1박에 1100달러부터다. 워낙 고급 리조트라 자칭 타칭 VIP만 오고, 오는 손님 모두 VIP 대우를 해준다. 리조트 도착 즉시 개인 집사를 배정 받는다. 이것저것 익숙하게 남 시킬 줄 알면 이보다 더 편할 수가 없겠지만, 그때그때 팁은 얼마나 줘야 하는지 잔돈을 만지작거리는 쪽이라면 과잉 친절이 불편할 지 모르다.

리조트측은 “아시아 부자들이 많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유럽에서는 비교적 멀지만, 한국·중국·싱가포르 등에서는 가까운 편. 특히 일본의 경우 불가리 전체 매출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조만간 도쿄 긴자에 들어서는 ‘불가리 빌딩’에 보석·시계·패션 매장뿐 아니라 ‘불가리 레스토랑’도 선보일 예정이다.

요즘은 막강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명품업체들이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추세. “조르지오 아르마니씨도 럭셔리 호텔을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발 앞서 지난 2004년 밀라노의 오래된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로 화제를 모은 뒤 이번에 발리 리조트를 오픈한 불가리 그룹의 니콜라 불가리 부회장이 대답했다. “아르마니가 우리를 얼마나 부러워하는데요!”

●불가리 리조트는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서 차로 30분 거리. 이탈리아 건축가 안토니오 치테리오 팀이 설계를 맡았다. 리조트는 불가리와 메리어트 호텔 럭셔리그룹이 공동 운영한다. 침실 1개짜리 오션뷰 빌라와 오션 클리프 빌라, 침실 2개짜리 빌라, 최고급 불가리 빌라로 구성돼 있다. www.bulgarihot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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