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식 정치권 추경 증액 요구…경제 악순환 빠질라

14조원 정부 추경안에 정치권 35조~50조원 압박
"적자국채 1조원 발행하면 장기금리 1bp씩 올라"
국채발행 우려에 금리 고공행진…이자부담 급증
불안한 인플레이션 더 자극…대외신인도 악화도
"재정·통화정책 정상화 급한데…대선 탓에 꼬여"
  • 등록 2022-02-13 오후 3:55:23

    수정 2022-02-13 오후 9:19:14

[세종=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정치권이 막무가내 식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증액 요구가 경제에 거대한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로 가뜩이나 주요국 통화긴축 부담을 키우는 와중에 대규모 돈 풀기가 부추길 물가 상승과 국채금리 상승이 가계 대출 이자 부담을 늘리고 소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건 물론 대외 신인도까지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국채발행 증가→금리 상승→이자 증가→경기 위축 `악순환`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추경 편성을 두고 정치권의 대폭 증액 요구에 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맞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정부 제출안(14조원)의 2~3배에 달하는 35조~50조원 수준의 추경 증액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치권이 요구하는 대로) 추경을 증액할 경우 국채시장이 감당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고 했다. 정부는 14조원 추경 재원 가운데 11조3000억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마련한단 계획인데, 여야 요구대로 추경 규모가 늘어나면 적자국채 발행 규모도 수 십조원 수준으로 늘 수밖에 없다. 야당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제 막 본예산 집행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지출 조정엔 한계가 있다.

적자국채 발행 물량 증가는 국채가격 하락(=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도 지난 11일 3년물 국채금리는 전일대비 7.9bp나 오른 2.343%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23일(2.350%)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채금리 상승은 결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업에는 자금 조달 부담을 늘려 민간 투자를 위축하고 가계에는 대출 이자 부담을 늘리면서 소비를 위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다. 채권시장에서는 통상 적자국채 1조원 발행이 장기금리 1bp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결국 대규모 추경 증액으로 적자국채 발행이 늘면 국민 전체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을 증액하면 딱 증액분 만큼의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소비, 투자, 대출 등에 영향을 주면서 그 이상으로 비용이 커진다”며 “이번 추경이 소상공인 지원 목적인데 대출 이자 부담이 늘면 결국 소상공인들의 부담도 늘 것이며, 그렇다고 언제까지 대출 만기 연장을 반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미국의 긴축 정책 가속화에 국채시장 여건이 가뜩이나 불안정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가시화로 대외여건이 악화하는 데다 최근 2년 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이미 평년대비 많은 국채 발행 물량을 쏟아냈던 만큼 올해 시장 여건은 작년에 비해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물가 자극에 대외신인도 악화까지…“표 노린 선심성 공약이 경제 악영향”

추가 국채 발행을 통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가뜩이나 뛰고 있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달 3.6% 오르면서 지난 10월 이후 3%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정부도 외식물가까지 공개하며 물가 잡기에 나서고 있는데 한편에선 돈을 풀면 정책 효과가 희석될 수밖에 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정부 추경안을 발표하면서 “추경 재원 대부분이 자영업·소상공인에 대한 이전지출이므로 물가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추경 규모가 더 늘어나면 유동성 증가로 작용해 물가에 대한 우려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빚으로 돈 풀기가 계속되면서 국가 경제의 대외 평판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불안 요소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내놓은 1차 추경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재정수지 개선 비율이 낮은 편이다. 보고서는 “2020년~2022년 세계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은 악화(-27.3%)된 반면 일본은 62.1%, 미국·독일·영국은 53.7%, 58.1%, 55.2%, 프랑스는 48.9%로 각각 개선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국들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크게 늘렸던 재정 지출을 되돌리고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나라만 확장 기조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국가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우리 재정 운용에 우려의 목소리는 내고 있다. 피치는 지난 달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적극적 재정 지출과 재정적자 용인 기조 강화는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들이 재정적자 기조를 올해부터 많이 뒤집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재정 건전화 노력이 부족한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얼마간의 부채비율 증가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화에 북한 리스크까지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중장기적 재정 리스크 언급하는 신평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추경 규모를 늘리는 것이 경제 전반으로 보면 좋을 것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대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정치권이 전략적으로 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아직 선거가 없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과 통화정책 정상화를 강하게 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선과 엉켜 그러기 어려운 국면”이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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