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금감원..사상 초유 사태에도 뒷짐만

유령주식 왜 못 거르나가 핵심인데..삼성증권 내부통제시스템으로만 몰아
금감원, 피해자 구제책 보고 삼성증권 검사하겠다 하더니 비판에 9일 특별점검
  • 등록 2018-04-08 오후 5:52:46

    수정 2018-04-08 오후 8:54:06

(출처: 삼성증권, 금융감독원 등)
[이데일리 최정희 이후섭 박종오 기자] 손가락 하나에 유령주식이 만들어지고 거래되는 사상 초유의 대형 금융사고가 터졌다. 금융당국은 은행 직원이 실수로 A고객에게 1000원 대신 1억원을 입금해줬고 A고객은 이를 다시 B고객에 이체한 사례와 유사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시스템 문제이지, 전체 증권전산시스템의 문제는 아니란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삼성증권이 대규모로 실수를 저질러 드러난 문제이지, 만약 고의로 유령주식을 만들고 시장이 눈치채지 못할 수준으로 거래했다면 과연 금융당국이 이를 걸러낼 수 있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은행은 있는 돈을 잘못 입금한 것인데 이번 사건은 없는 주식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단순 비교하기 어렵단 지적이다.

특히 자본시장 교란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금감원이 삼성증권의 피해자 구제책을 살펴본 후에 검사 실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하다 비판이 일자 뒤늦게 9일부터 특별점검에 나서겠다고 하는 등 대형 금융사고 대응에 안일하단 비판이 제기된다. 더구나 2013년 이후 증권사 종합검사를 하지 않으면서 금감원은 이런 사고가 다른 증권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지 여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흥식 전 원장의 채용비리부터 신임 김기식 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까지 자기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금감원이 금융회사 채용비리, 가산금리 인하 등 포퓰리즘 정책에 급급한 나머지 정작 해야 할 금융시스템의 정상 작동에 대해선 손을 놓고 허둥지둥되고 있단 지적이다.

2004년 유령주식 파동에도 안일 대응에 징계

유령주식 파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코스닥 상장회사 대호는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2003년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유상증자 대금 납입증명서를 위조해 650억원어치의 유령주식을 발행했고 이 사실이 이듬해 12월 회계감사 공인회계사에게 적발돼 금감원에 신고됐다. 그러나 금감원이 신고를 받은 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시간을 끄는 바람에 가짜 주식이 실제로 거래됐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늦장 대응에 담당 국장 및 실무자 등의 징계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 뒤 14년이 흐르는 동안 금융위원회가 신설돼 정책과 감독이 분리되는 등 금융당국 조직이 개편됐고 자본시장법이 제정됐으나 이러한 유령주식의 생성과 유통을 막을 수 있는 체제는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단 지적이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1000원 배정할 것을 1000주하니까 금방 나타났지, 한주씩만 배당했다고 하면 시장에서 알아채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증권사가 고의를 갖고 조작한다고 하면 통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예탁결제원이 상장된 주식에 대해 총량규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유령주식이 걸러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선 증권사의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금감원이 이를 소홀히했단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2013년 이후 증권사 종합검사를 하지 않았다. 올해서야 종합검사가 부활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경우 최근 차명계좌 등 부문검사는 여러 차례 했으나 종합검사는 2013년 이후 증권사 전반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종합검사시 내부통제시스템은 검사 대상이지만 인력과 시간상 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금감원, 원장 비리·부수 업무에 ‘어수선’

금감원이 최근 원장 비리 혐의, 특정 금융지주와의 자존심 대결 등에 정신이 팔려 금융시장의 정상 작동 등 본래 업무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감원은 지주 회장 연임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은 하나금융지주내 하나은행의 채용 비리 실태를 작년 12월과 올해 1월에 이어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검사했다. 이 과정에서 최 전 원장의 채용비리 연루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규모 검사 인력을 투입해 재검사를 벌이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특히 최 원장의 불명예 퇴진에 이어 후임인 김 원장까지 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취임 일주일 만에 공식 해명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는 등 금감원 내부의 어수선한 일이 극에 달한 상태다.

최 원장은 채용 비리에, 김 원장은 은행의 가산금리 체제 등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춘 대응에 급급하다보니 정작 금감원이 해야 할 금융시스템의 정상 작동 등 기본 업무조차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단 비판이 나온다. 내부 문제가 어수선한데 금융회사나 금융시장을 제대로 관리, 감독할 여유가 있었겠냐는 지적이다. 정보기술(IT) 업계의 한 전문가는 “가짜 주식을 사고판 삼성증권도 문제지만, 금감원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시대에 주식 몇 주가 발행되고 거래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데도 전혀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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