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한국GM 노조 만나겠다…지원 협상도 속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본지 인터뷰
"한국GM 지원 가성비 있다…협력업체 등 연착륙 시간 벌어야"
출자전환-차등감자-유상증자 거쳐 정상화 가닥
"노조도 직접 만나 소통할 것"
  • 등록 2018-04-08 오후 6:00:00

    수정 2018-04-08 오후 10:24:13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달 19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제가 노사 문제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앞으로 스킨십도 직접하고 소통하려고 합니다. 한국GM 노동조합도 만나려 합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 가야 그 사람들(노조) 얘기도 들어주고 나도 어느 정도 언질을 직접 줄 수 있으니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임금 단체 협상 과정에서 사측과 갈등을 빚는 한국GM 노조를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비용 절감 등을 뼈대로 한 임단협 타결은 회사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이다. 그러나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자 사측은 ‘4월 부도설’까지 공공연히 거론하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금호타이어 노조와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시한까지 담판을 벌여 합의를 끌어낸 전례가 있다. 그는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 합의 후) 정송강 금호타이어 노조 곡성지회장에게 수고했다고 문자를 넣었다. 같이 한번 잘 해보자고 했다”며 “그동안 무례했던 일을 용서하고 많이 도와달라는 답장이 왔다”고 후일담을 소개했다. 이 회장은 “노조가 자기 의사가 명확해서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마음을 먹으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만큼 그것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한국GM 노사 문제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게 여기선 적절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달 말 한국GM 지원 협상 본격 착수

GM 본사와의 자금 지원 협상은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GM이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방침을 발표하며 불거진 이 회사 구조조정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17.02%) 주도의 재무 실사 후 GM 본사와 산업은행이 정상화 자금을 넣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 회장은 “실사 중간 보고서가 나오면 최대한 그걸로 (지원 협상) 이야기를 진척시킬 것”이라며 “합의 사인은 못 하겠지만 상당 부분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지난달 14일 한국GM 실사에 착수해 오는 20일쯤 중간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원 방법 윤곽은 이미 나왔다. 산업은행의 한국GM 지원은 두 갈래로 이뤄질 예정이다. 당장 쓸 돈과 신차 개발 등을 위한 신규 투자금이다. GM은 산업은행에 이달 27일 필요한 추가 자금이 4억5000만 달러(약 4800억원)라고 알린 상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지분 비율만큼의 금액을 담보 등을 잡고 단기로 대출해 줄 계획이다.

이후에도 한국GM 정상화까지 기존 재무 구조 개선 및 재투자에 각각 3조원씩이 필요하다. GM 본사는 자회사인 한국GM에 빌려준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 기존 대여금을 출자 전환(대출을 투자로 바꿈)하는 대신 28억 달러(약 3조원) 상당의 신규 투자금에 산업은행도 지분 비율만큼 참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출자전환→차등감자→유상증자 거쳐 정상화 가닥

문제는 GM 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거액의 돈을 모두 주식으로 바꿀 경우 산업은행 지분율이 대폭 쪼그라든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이 주주로서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 거부권 행사(지분율 최소 15% 이상 필요) 등 경영을 견제할 발판을 잃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출자 전환 뒤에는 GM 본사 자본만을 대상으로 한 차등 감자(減資)를 거친 후 GM과 산업은행이 함께 3조원 규모 자본금 증액(산업은행 투자액 약 5100억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장도 “GM 본사가 출자 전환한 후에도 산업은행이 지분율을 유지하려면 (GM 본사 자본을) 20~22대 1 수준으로 감자해야 한다”며 “GM 측에 (차등 감자) 요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원을 결정한 이유도 설명했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5000억원을 들여서 5년 동안 15만 개 일자리를 유지한다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있는 것”이라며 “GM이 설사 한국 사업장을 5년 유지하고 철수해도 우리가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추가 시간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정 5000억원을 투입해 5년간 한국GM과 협력사 일자리 15만6000개를 지키면서 신산업 전환 등 연착륙을 추진한다면 정책 당국 입장에서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5000억원을 들여서 일자리 15만 개를 유지한다면 단기적으로라도 자금을 투입할 이유가 있다”면서 “시간을 버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장 산업은행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없다”며 지원 협상을 중단할 경우 협력업체 연쇄 부도 등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우리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퍼주기식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유상 증자) 3조원 중 GM 본사 돈만 2조5000억원이 들어온다”면서 “우리가 투자하면 GM도 (지분율만큼) 연동해서 투자하는 만큼 이익과 손실을 공유하는 똑같은 조건으로 가는 것이다. GM이 빠져나가는데 우리만 남아서 투자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최종 합의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한국GM 노사 간 임단협 체결을 끝내고 실사도 순조롭게 마무리해야 한다. 산업은행은 GM 본사가 민감한 자료 제출을 꺼리는 탓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받지 못했다. 이 회장은 “현재 실사 자료는 85%보다 조금 더 들어왔다”면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최종 보고서가 되려면 가시적인 증거가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자료를 더 줘야 한다고 배리 엥글 GM 인터내셔널(해외사업부문) 사장에게도 얘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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