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라 빚과 주거 복지, 둘 다 잡으려면

  • 등록 2014-10-19 오후 10:13:53

    수정 2014-10-20 오전 7:23:39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내 최대 주택 공기업의 곪아 있던 문제가 겉으로 드러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이야기다.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안으로 LH의 공공택지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본지 10월 15일자 1면 기사 <[단독]LH 미착공 택지 민간 건설사에 푼다> 참고)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 목적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사업 계획을 승인받았다가 장기간 첫 삽을 뜨지 못한 공공택지 154개 지구, 694개 사업장을 대거 손 보겠다는 것이다. 그 대상만 서울 여의도 면적의 6.5배(약 19㎢)에 이른다.

이 안의 핵심은 공공택지의 민간 매각에 있다. 무주택자를 위한 공공분양아파트 7만7000채가 들어서게 될 택지 100개 블록을 건설사에 처분하려는 것이다. 역대 정권의 국책 주택 사업을 도맡아 추진하면서 떠안은 애물단지 땅을 처분해 재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부채는 142조3312억원으로, 전체 자본(31조874억원)의 4.5배를 넘어선 상태다.

진퇴양난에 빠진 LH의 처지는 이해할 만 하다. 빚을 줄이면서 공공임대주택 공급은 거꾸로 늘리라는 요구를 받고 있어서다. 예산 증액 없이 복지를 확대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공공분양 용지의 민간 매각이 서민 주거 안정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축소시키고 분양가 상승도 초래할 수 있다. LH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2017년까지 건설임대 등 임대주택 6만4000가구를 줄이겠다는 내용의 부채감축 계획이 도마에 올라 뭇매를 맞았다. 당장 “이럴 바엔 LH가 왜 존재해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회의마저 불거지는 실정이다.

서민 주거 안정과 LH의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법은 ‘패러다임 전환’에 있다. 하드웨어(임대주택 건설)에서 소프트웨어(안정된 자가 보유 지원·민간 임대시장 관리 강화)로 주거 복지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기는 일이다. 지금처럼 LH의 빚 부담이 과중한 상황에서 민간 자본 유치 등 제 아무리 궁리를 해도 현재의 국내 공공임대주택 비율(5%대)을 OECD 평균(11.5%)까지 단기에 끌어올리는 것은 무리다. LH라는 부채 공룡을 주거복지 전문 공기업으로 전문화하고 방치된 민간 임대시장의 관리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현재의 딜레마를 풀 가장 손 쉬운 방법임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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