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금리 인하여력 있다" vs 이주열 "어렵다"…폴리시믹스 워싱턴서 '삐...

  • 등록 2016-10-09 오후 3:03:13

    수정 2016-10-09 오후 4:51:51

[워싱턴(미국)=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통화와 재정, 국내 경제 정책의 쌍두마차를 이끄는 경제 수장이 금리 여건을 두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에서 엇갈린 진단을 내놨다. 나라 살림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긍정했지만,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총재는 정반대 견해를 보인 것이다. 둘의 핑퐁게임에 거시 경제 ‘폴리시믹스’(정책 조합)가 삐걱거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유일호 부총리는 우리나라 통화정책 여력이 다른 나라보다는 여전히 여유가 있다는 시각이다.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금리까지 동원하며 경기에 불을 지피려는 일본·유럽 등과 달리 기준금리가 1.25% 수준이기 때문이다. 오는 13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기준금리에 ‘룸’(인하 여력)이 있다”는 ‘깜짝 발언’을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유 부총리는 7일(현지시간) 발표한 연차 총회 기조 연설문에서도 “통화정책은 지속적으로 확장적 기조를 유지해 금융여건을 완화하고 소비·투자가 회복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연이은 대책으로 ‘마른 수건을 짜낸’ 정부가 한은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11조원 규모 추가 경정 예산을 편성한 데에 이어 지난 6일에는 10조원 재정 보강책을 추가로 내놨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의 생각은 다르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간담회에서 “지금의 통화정책도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통화정책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달성할 수 없다.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강한 반대를 나타낸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이 금리를 내렸다가 환율 변동성 확대, 자본 유출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거푸 기준금리를 내리자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돈이 몰리며 가계부채가 폭증한 것도 부담이다. 한은은 이 총재 취임 이후인 2014년 8월부터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오히려 이 총재는 우리나라 재정정책이 통화정책보다 충분히 확장적이지 못하다며 정부 역할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장적으로 한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우리의 재정 건전성은 세계 톱클래스에 들어간다”며 “IMF 등도 재정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국가로 한국, 독일, 네덜란드 등을 꼽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임 최경환 부총리 재임 당시 “척하면 척” 발언으로 한은 독립성 침해 논란까지 불렀던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의 ‘찰떡궁합’이 전만 못해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번 워싱턴 출장에서 공개석상 외에 함께 회동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 금융기구는 한국에 통화보다 재정정책 확장을 요구하는 편이다. 금리를 낮춰 무차별적으로 돈을 푸는 통화정책의 경기부양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재정에 여유가 있다면 정부가 필요한 곳에 직접 재원을 나눠주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1%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15.2%와 비교해 곳간이 넉넉한 게 사실이다.

정부가 불황기에 씀씀이를 죄면 그만큼 가계가 경기부양 부담을 떠안게 되는 문제도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과 가계부채 규모가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IMF는 이번 연차 총회에서 내놓은 ‘재정모니터’에서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신용 공급 여파로 GDP 대비 민간 부채 비율이 연 1%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금융위기 발생 확률은 0.4%씩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민간의 부채가 상환 가능 수준을 넘어갈 경우 소비와 투자 감소로 이어져 성장 둔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웃으며 시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