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배꼽’을 보신 적이 있나요?

차이나타운·근대건축유산
  • 등록 2009-08-12 오후 1:46:52

    수정 2009-08-12 오후 1:46:52

▲ 중국신 건축물이 남아있는 차이나타운. 이국적인 분위기로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많이 몰린다.

[경향닷컴 제공] 인천에서 나고 자란 시인 김중식은 <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에서 인천을 이렇게 썼다. ‘근현대사에서 인천은 상륙의 배꼽이었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강화도조약, 제물포조약 등으로 열강들이 지 맘대로 상륙했다. 일본군은 나가사키나 시모노세키 등지에서 인천으로 상륙했다. 1941년 조선주둔 일본군이 사만육천 명일 때 김포에 육군비행연대를 두고, 강화를 해군 근거지로 삼았다. 해방 후 미24군단이 일본에서 인천으로 상륙했다. 6·25전쟁 때 맥아더 장군이 상륙했다. 지금은 김포공항과 영종도 국제공항을 통해 모든 게 거침없이 들어온다. 이에 앞서 아펜젤러와 스크랜턴(이상 감리교), 그리고 언더우드(장로교)가 상륙했다. 해방과 6·25전쟁 때 평안도, 황해도 인민들이 뱃길따라 상륙했다. 국가 주도 개발연대 시대에 전라도, 충청도 도민들이 상륙했다.’

▲ 의선당은 중국식 절이다. 중국문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실 한국의 근·현대사를 이야기할 때 인천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개화기엔 외래 문물이 홍수처럼 밀려오는 물꼬였으며, 한국전쟁의 흐름을 바꾼 전장이었고, 70년대 고도성장기엔 서민들이 모여들던 삶터였다. ‘인천의 운명 또는 지정학적 위치는 관문이다. (중략) 뭍의 문화와 물의 문화의 접점’이라고 김중식이 표현한 것처럼 인천만큼 역동적인 곳이 없었다. 중국의 급성장과 함께 더불어 인천은 급변하고 있다.

▲ 차이나타운 1패루. 중국 웨이하이시에서 기증한 돌로 만든 패루다.
인천 차이나타운과 근대건축유산을 둘러봤다.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 교육에도 좋다. 따지고 보면 인천의 역사는 한국의 역사다. 코스는 크게 3개다. ①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②중구청과 신포시장 주변 ③아트플랫폼이다.

인천역에서 길을 건너면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는 패루가 보인다. 높이가 11m나 되는 돌패루는 중국에서 보내와 세워졌다. 이 패루의 위상만으로도 차이나타운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 등 지자체들이 앞다퉈 차이나타운을 유치하려고 하는 것은 관광객 유치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70~80년대의 초라한 중국마을이 아니라 관광명소로 변한 차이나타운을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차이나타운은 북적였다. 비가 가끔 흩뿌린 주말이었지만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중국 전통의상을 입은 상인들이 손님들을 불러모으기도 했고, 이름난 음식점 앞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다.

▲ 차이나타운 3패루. 자유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길이 시작된다.

차이나타운은 맛기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음식값도 싸다. 차이나타운에서 이름난 맛집은 공화춘, 청관, 풍미, 대창반점, 십리향, 원보, 복래춘 등이다. 잘 알다시피 자장면의 발상지는 인천이다. 중국에는 원래 자장면집이 없었다고 한다. 자장면을 처음 만든 집은 1905년 개업한 공화춘으로 알려져있다. 옛집은 이제 허물어져 없고, 새 건물로 번듯하게 옮겼다. 인천역 앞 1패루를 지나 올라가면 공화춘과 청관이 나란히 나타난다. 공화춘은 수십명이 줄을 선 상태여서 여행작가들이 맛있다고 추천한 풍미에 들렀다. 풍미는 중국식 건물로 제법 이국적이다. 서울시내 자장면과는 맛이 약간 다르다. 단맛이 적고, 쌉싸래한 된장맛이 났다. 공화춘을 마주보고 오른쪽 골목길로 접어들면 음식거리다.
 
▲ 청·일 조계지 계단. 중국과 청나라를 나누는 경계였다.

▲ 자유공원을 찾은 아이들이 매미채를 들고 곤충채집을 하고 있다.
“자장면 없습니다”라고 안내문을 붙여놓은 만두집 원보도 들러봤다. 자장면 같은 것은 안 팔고 만두로 승부하겠다는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왕만두 1인분에 어른 주먹보다 큰 만두 3개가 나왔다. 중국식을 자처하며 돼지비곗살을 몽땅 넣어 느끼한 서울시내의 중국만두와 달랐다. 맛있다. 원보 옆 중국식 빵을 구워파는 집은 바로 십리향. 옹기 화덕 안쪽 벽에 빵들이 붙어있다. 아이들이 신기해하자 주인은 애들에게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단호박맛, 고기맛, 고구마맛 등 종류는 세 가지. 주변엔 노상에서 양꼬치를 구워 청도맥주와 함께 팔았는데 더울 때 들러 양꼬치 안주에 맥주로 목을 축이기에 좋다. 풍미에서 중구청 가는 길로 40m 떨어진 복래춘은 공갈빵이 유명했다. 차이나타운에서 조금 떨어져서인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차이나타운에서 봐야 할 것 중 하나는 청·일 조계지 경계. 조계지 계단에선 중년의 아저씨가 고추를 말리고 있었다. 과거엔 왼쪽은 청나라, 오른쪽은 일본인 거주지 즉, 조계지였다. 100년 전엔 양국 조계지의 경계였을 텐데 지금은 고추를 말리고 있으니 세월이 무상하다.

▲ 1882년 개설된 옛 일본제1은행. 1911년 조선은행 인천지점으로 바뀌었다.


중구청을 중심으로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을 서너 개 볼 수 있다. 사실 중구청도 문화유산이다. 중구청은 옛 일본 영사관 자리였고, 그 아래로 조선은행건물,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등이 있다. 신포시장 쪽으로 가면 신포시장 건너편 가톨릭센터 뒤 답동성당도 있다. 1891년에 건축된 약현성당이 한국 최초의 성당인데 인천 답동성당은 1895년에 완공됐다. 명동성당은 1898년 완공됐으니 건축학적으로 중요한 곳임을 짐작할 수 있다. 신포시장에선 유명하다는 닭강정가게를 찾아갔으나 수십명이 줄을 서 있어 발길을 물렸다. 다시 차이나타운으로 넘어와 자유공원도 들러봤다. 자유공원은 국내 1888년 조성된 최초의 시민공원으로 원래 이름은 각국공원이다. 한국전쟁 후 세운 맥아더 동상을 이전하고 만국공원으로 바꾸겠다는 인천시의 계획은 2005년 맥아더 동상 이전을 놓고 보혁갈등 끝에 유야무야돼 버렸다. 아직도 우리는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다. 어쨌든 이곳에선 인천항이 내려다 보인다.
 
▲ 1895년에 세워진 인천 답동성당. 한국의 초기 성당 중 하나다.


인천에서 꼭 봐야 할 곳은 차이나타운 끝부분에 세워진 인천 아트플랫폼이다. 대한통운 창고 등을 개조해 만든 인천 아트플랫폼은 허름한 도시건축물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숴버리고 새 건물을 세우는 것을 최고로 아는 ‘재개발 지상주의’를 한 번 되새겨볼 만한 포인트다. 군수공장을 개조해 만든 중국 베이징의 다산쯔 798과 마찬가지로 명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 대한통운 공장 등을 개조한 인천아트플랫폼. 세계도시축전에 맞춰 8월말까지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 대한통운 공장 등을 개조한 인천아트플랫폼. 세계도시축전에 맞춰 8월말까지 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신포재래시장에 있는 닭강정집. 주말이면 줄을 설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다.
과거 인천엔 궂은 이미지가 있었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선 주인공이 술에 취해 고기냄새를 풍기며 전철로 돌아오는 도시로 묘사하며 인천을 떠나고 싶다고 했고, 70~80년대 군부대에선 ‘심심한’ 군가 대신 <인천의 성냥공장>을 부르게 했다. 80년대 집창촌 옐로하우스도 유명했다. 그래선지 항도 인천은 <목포의 눈물>의 목포처럼 서정성도 부족했고, <부산갈매기>의 부산처럼 활기도 강조되지 않았다. 집값에 따라 수도권의 도시를 평가하는 천박한 시선으로 인해 서울의 주변부로 타자화됐던 도시였다. 하지만 지금의 인천과 과거의 선입견으로 본 인천을 등식화할 수 없다. 인천은 급속하게 변해가고 있다. 게다가 재밌다.





■ 길잡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전철 1호선 인천역에서 나오면 바로 차이나타운이 앞에 보인다. 역사 옆 관광안내소에서 ‘차이나타운’ 지도와 ‘근대역사의 파노라마 도보관광으로 즐기는 이색여행’ 지도를 달라고 해서 가지고 가면 좋다. 무료다.

*코스는 차이나타운에서 시작하자. 1패루를 지나 맞은편 공화춘을 보고 오른쪽 중국음식거리를 들러본 뒤 반대편 의선당(중국식절)을 찾고, 이어 자유공원을 지나 근대문화유산건축물을 보고 신포시장으로 가는 코스가 좋다. 신포시장 건너편 가톨릭센터 뒤편에는 답동성당이 있다. 지도에는 1시간 코스라고 돼 있으나 천천히 걸으면 두어시간 정도 걸린다. 근대건축전시관(032-760-7549)은 월요일 휴무. 무료. 아트플랫폼 비엔날레조직위. www.iwabiennale.org

*차이나타운의 맛집은 공화춘(032-765-0571·자장면), 청관(032-772-5118), 십리향(032-762-5888 중국빵), 원보(032-773-7888 왕만두), 풍미(032-772-2680 자장면), 대창반점(032-722-0937), 복래춘(032-772-3522 공갈빵) 등이 유명하다. 신포시장은 두번째 골목 끝머리에 닭강정집이 있다. 신포맛집닭강정(032-764-5888), 신포원조닭강정(032-762-5800), 찬누리닭강정(032-765-1235) 등이 유명하다.

*인천세계도시축전이 10월25일까지 송도신도시에서 열린다. 인천역에도 안내 부스가 마련돼 있다. www.incheonfair.org


▶ 관련기사 ◀
☞맛 푸짐 낭만 넘실…‘한강데이트’ 떠나요
☞"수많은 여행 중 걷기 여행이 가장 화려해"
☞지리산 구룡계곡에서 탁족을~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