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수의 월가 키워드)Twin Deficits

  • 등록 2004-11-11 오후 12:37:11

    수정 2004-11-11 오후 12:37:11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선된 이후 2곳에서 전쟁이 터졌다. 미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라크 저항세력의 근거지 팔루자에 대해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했다. 다른 한 곳은 외환시장이다. 달러가 급락하면서 유럽, 일본, 한국 등 외환시장에 난리가 났다. 부시 대통령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 태어났다가, 클린턴 시대에 사망한 `쌍둥이 적자(Twin Deficits)`를 부활시켰다. 지난 4년간 부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으니, 앞으로 4년도 뻔하다는 것. 헤지펀드들까지 달려들어 달러 매도에 열을 올렸다. 최근 유로/달러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프랑스 재무장관이 쓴 소리를 했다.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올 봄 G7 회담 성명서에서도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해 경고하지 않았나. `미국 친구들(American friends)`도 이 점을 기억해야만 한다" 쌍둥이 적자를 방관하면서 달러 약세를 즐기지만 말고,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충고`다. 프랑스인 특유의 비아냥거림이 느껴진다. 이 소식을 듣고 미국 재무부 출입 기자들이 대변인 실로 달려올라간 모양이다. CBS마켓워치에 따르면 재무부 대변인은 브리핑 룸이 아닌, 자신의 집무실에서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했다고 한다. "존 스노 장관이 지금까지 계속 말해왔듯이, 강한 달러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프랑스의 비난에 자존심이 약간 상하기는 했지만, 달러 약세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재무부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프랑스 재무장관의 말이다. 만약 미국이 재정긴축에 들어가고, 수입을 줄이면 무슨 일이 생길까. 지난해 프랑스는 미국을 상대로 120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대미 흑자 순위 13위로 한국(130억달러 흑자)을 바짝 추격 중이다. 프랑스 재무장관의 충고대로 미국이 수입을 줄이면 당장 프랑스 수출액도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기형이다. 빚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채무자가 채권자 앞에서 힘을 주게 된다. 이런 희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낸 `쌍둥이 적자`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것인가. ◇러시아 GDP와 맞먹는 재정적자 미국의 한해 살림은 10월에 시작해서 그 다음해 9월 끝난다. 지난 10월14일 재무부가 밝힌 2004회계연도 재정 상황은 이렇다. 총재정수입 1조8800억달러, 총재정지출 2조2920억달러. 재정적자는 4130억달러. 4130억달러라는 돈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2003년도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4334억달러였다. 러시아 국민 전체가 한해 동안 벌어들인 것만큼 미국 정부는 적자를 봤다. 미국 정부는 이렇게 많은 돈을 어디에 쓴 것일까. 전쟁? 답은 아래 표에 있다. 최대 지출은 `소셜 시큐리티(Socail Security)`다. 4955달러를 썼다. 국방비는 4555억달러로 그 다음이다. 인컴 시큐리티(Income Security)에 3346억달러, 메디케어(Medicare)에 2693억달러, 헬스(Health)에 2398억달러를 썼다. 재정의 상당 부분이 이른바 `사회 안전망`에 사용됐다. 의료보조 및 보호, 노후 연금, 각종 특수교육, 재교육 등 사회복지와 관련된 분야에 돈을 썼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의료보호체계가 이슈가 됐지만, 부시나 캐리 모두 이 분야의 재정지출을 어떻게 효율화할 것인지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프랑스 재무장관도 잘 알겠지만, 복지 분야의 재정 지출은 간단히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복지국가라는 유럽의 여러 나라가 이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이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복지국가가 아니다. 의료보험이 없는 저소득, 불법이민자들은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죽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사회 안전망에 쓰는 돈이 이렇게 엄청나다. "재정을 긴축하라" 말은 쉽지만, 정치적으로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정부가 얼마나 될까. 재정적자의 열쇠는 결국 정부 수입에서 찾아야한다. 소셜 인슈어런스(Socail Insurance) 항목이 재정 수입 중 가장 크지만, 이는 우리나라 국민연금같은 것이니까, 논외다. 개인과 기업에 부과하는 인컴 텍스(Income taxes)가 핵심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부시 행정부들어 감세 정책을 구사하면서 인컴 텍스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일자리를 잃으면 역시 세금을 낼 수 없다. 기업도 수익이 없으면 세금도 없다. 부시의 감세 정책은 경기 부양책인 동시에 공화당의 전통적인 경제 철학이다. 공급주의자들은 가능하면 세금을 줄여야 기업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궁극적으로 세수도 늘어난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경제학자들이 이같은 철학에 동의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감세가 결국 기업 수익성 회복으로 연결돼 세금 증가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어쨌든 미국인들은 부시를 선택했고, 감세를 기반으로하는 경제정책도 계속될 모양이다. 세금은 덜 내면서 사회 안전망 지출은 늘어나고 있으니, 당분간 재정적자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한가지. 테러와의 전쟁을 신속히 마무리짓고,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으면 그나마 도움이 될 수는 있겠다. ◇TB의 마술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없는 돈을 어디서 구해서 전쟁도 하고, 의료비 지원도 하는 것일까. 미국 재무부는 채권(Treasury Bond)을 찍어서 이를 충당한다. 2004회계연도에만 5950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했다. 재밌는 것은 국채 이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채 이자(Interest on Debt Held by the Public)는 꾸준히 감소했다. 연준리가 금리인하 정책을 구사하면서 시중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국채를 찍어도 이자 비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2004회계연도에는 금리가 오르는 바람에 순이자가 1604억달러로 2003년 1530억달러보다 약간 늘어났다. 미국 국채의 단골은 다름 아니라 외국 중앙은행들이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의 국채, 주식 등을 순매수한 규모는 6984억달러에 달한다. 외국 중앙은행들은 1394억달러의 국채, 국가보증채권 등을 사들였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중국, 일본 등 미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들은 수출로 번 돈으로 TB를 사주고 있다. 이 부분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재정적자와 맞물려 움직이게 된다. ◇호주 GDP와 맞먹는 무역적자 올들어 9월까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4445억달러다. 올해 전체 무역적자는 5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지난해 GDP는 5183억달러였다. 미국인들은 호주 국민 전체가 한해 동안 벌어들인 돈을 빌려서 외국 물건을 사 쓴 셈이다.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나라별로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표시해보면 미국은 정말 형편없는 나라(?)라는 것이 증명된다. 아프리카와 호주, 남미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미국이 무역흑자를 본 나라가 거의 없다. 무역수지를 산업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미국은 세계에세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나라가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물건을 사주고 있다"고 하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아프리카 오지 국가들을 제외하고 전세계가 미국에 물건을 팔지 못해 안달이다. 아래 그래프는 미국의 입장에서 무역적자를 본 주요 국가들이다. 중국의 활약이 눈부시다. 2000년 이후 중국은 일본을 제쳐버렸다. 대미 흑자 규모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중국은 도대체 미국에 무슨 물건을 팔고 있는 것일까. 장난감, 신발, 잡다한 가전제품, 가구 등 소비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한번 쓰고 버리는 소비재가 전부는 아니다. 미국은 기계장비 부문에서도 중국에 상당한 적자를 보고 있다. 미국이 무작정 물건을 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는 나라들이 사실은 미국의 주요 수출 대상 국가들이고, 수출 규모도 상당한다. 미국의 생산성도 세계 최고다. 미국이 중국에 판 물건들을 보자. 전자장비, 부품이 가장 많고, 기계장비, 부품이 2위다. 농산물, 항공기 및 부품이 뒤를 잇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미국과 글로벌`의 무역 거래 축소판이다. 미국은 중국에 자본재를 수출한다. 중국은 공장을 만들어서, 일회성 소비재에서부터 내구성 소비재까지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중국은 수출해서 번 돈으로 다시 미국으로부터 자본재를 수입하고, 일부는 미국 국채에 투자한다. 미국이 수입을 계속하는 한 이같은 선순환(?)은 계속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미국의 대중국 적자도 점점 더 커진다. 특히 위안화가 달러에 연동돼 있는 바람에 가격만 놓고 보면, 미국은 중국과 다른 나라 제품 사이에 선택권이 없이 중국 제품을 사야한다. ◇`쌍둥이 적자`의 딜레마 이제 프랑스 재무장관의 주장대로 미국이 급격하게 긴축을 한다고 해보자. 미국은 수입을 덜할 것이고, 중국은 공장을 덜 짓게 된다. 미국의 자본재 수출이 줄어들 것이고, 중국의 수출도 줄어들 것이다.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될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속도 또는 더욱 급격한 속도로 중국 경제가 약해질 것이다. 중국이라는 단어를 프랑스, 일본, 한국 등으로 얼마든지 바꿔도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의 긴축은 글로벌 이코노미의 약화로 이어진다. 글로벌 이코노미를 하나의 살림살이라고 보면 미국은 과도하게 소비에 치중해 있고, 중국 등 나머지 나라들은 과도하게 수출에 치중해 있다. 미국은 아니 전세계 경제는 `쌍둥이 적자`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미국이 달러 약세를 통해 쌍둥이 적자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글로벌 이코노미의 걱정은 커진다. 그렇다고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계속 유지해도 문제다. 적자가 구조화되서 결국은 미국의 빚을 전세계가 떠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쌍둥이 적자`의 희비극에서 글로벌 이코노미가 현명하게 벗어나는 방법은 뭘까. 부시 행정부가 글로벌 이코노미 때문에 감세 정책을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부시는 미국의 대통령이지, 글로벌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정치인들은 정권의 창출과 유지를 위해 힘쓸 뿐이다. 미국인들도 해외의 값싼 물건을 소비하는 습관을 간단히 고칠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장 달러 약세가 조금만 더 지속되면 수입 물가가 올라서 인플레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아우성을 칠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 정부는 더 많은 국채 이자를 지불해야하고, 재정도 악화된다. 답은 미국에 있다기 보다는 글로벌 이코노미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은 경기를 진정시키기 시작했고, 유럽과 일본도 내수에 더 많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프랑스 재무장관처럼 직설적으로 미국에 긴축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쌍둥이 적자가 점진적으로 해소되도록, 즉 `부채의 연착륙`이 가능하도록 미국을 다독거리는 것도 필요하다. 정치경제적으로 이런 과정은 궁극적으로 `미국의 힘`이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으로는 소비시장으로서의 미국이, 정치적으로는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이 약해진다는 뜻이다. "로마는 하루 아침에 망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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