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돋보기] 강금실 장관의 코미디와 후안무치 복당논란

與 총선 직전 탈당파 복당 방침에 “당헌당규상 어렵다”
총선참패 이후 “개혁적 보수 가치에 동의하는 분에게 문호 대개방”
유승민·윤상현 등 탈당파 당선자 7명 복당 놓고 與 홍역
  • 등록 2016-04-17 오후 5:35:33

    수정 2016-04-17 오후 5:35:33

YTN 돌발영상 캡쳐 화면.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지난 2003년 11월 7일 국회 법사위 회의장.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수장이었던 강금실 장관은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면서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웃다 지친 강 장관은 어이없다는 듯 “코미디야 코미디”라고 나지막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조용히 넘어갔을 일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YTN ‘돌발영상’ 덕분이었습니다. 강 장관은 당시 최고의 섹시스타인 가수 이효리에 빗대어 ‘강효리’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누렸기 때문에 강 장관의 코미디 발언은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소개됐습니다. 그리고 무수한 패러디를 양산했습니다. 개그맨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정치는 그 때부터 코미디보다 못한 게 돼버렸습니다.

◇與지도부, 총선 참패에 탈당파 당선자 7인 복당 추진

세월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2016년 4월 17일입니다. 여의도 정치는 변한 게 없습니다. 정치는 여전히 코미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31 총선 직후 민심을 겸허하게 받들겠다는 다짐은 공허한 변명에 불과했습니다. 정치권의 복당 논란이 대표적입니다. 부적격자라고 공천에서 배제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다시 당으로 들어오라고 러브콜을 보내다니 참 기막힌 일입니다. 정치인들은 과연 ‘말바꾸기의 달인’입니다. 불과 며칠 만에 손바닥 뒤집듯이 말을 바꿉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다급한 쪽은 새누리당입니다. 연초만 해도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할 수 있는 180석을 기대했던 새누리당은 총선에서 과반이 붕괴되면서 122석이라는 대참패를 기록합니다. 총선참패가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123석)에 원내 제1당까지 헌납합니다. 새누리당이 가장 어려운 선거를 치른 17대 총선 때와 유사합니다. 특히 수도권 전멸은 탄핵역풍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입니다.

의회권력이 교체되면서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우선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야당으로 넘어가게 생겼습니다. 야권이 국회운영을 주도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노동·경제분야 핵심 개혁법안의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갑자기 꼼수가 등장합니다. 당의 공천배제에 반발하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가 총선에서 승리한 당선자들을 복당시킨다는 이야기입니다. 강길부(울산 울주)·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유승민(대구 동을)·윤상현(인천 남을)·이철규(강원 동해·삼척)·장제원(부산 사상)·주호영(대구 수성을) 등 친여 성향의 무소속 당선자만 해도 무려 7명입니다. 이들이 모두 복당하면 새누리당은 129석으로 원내 제1당의 지위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180도 달라진 새누리당의 태도는 후안무치에 가깝습니다.

4.13 총선 직전 이야기입니다. 공천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선되면 새누리당에 복당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를 일축했습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무소속 후보들의 당선 후 복당 문제에 대해 “당헌·당규상 무소속 당선되신 분들이 저희 당에 입당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과반의석이 되지 않더라도 무소속으로 당선되신 분들이 새누리당에 오시는 것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與 지도부 복당 허용에 “후안무치” “잡탕정당” 파열음 속출

새누리당 복당 논란의 뇌관인 무소속 유승민(대구 동을) 윤상현(인천 남을) 당선자.
그러나 총선 참패 직후 14일 심야에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입장을 바꿉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무소속 당선자 복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성공적인 마무리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하면서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개혁적 보수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분에게 문호를 대개방해야 한다는데 최고위원들이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탈당파 전원에 대해 복당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됩니다. 원내 1당 탈환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지만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의 복당 허용방침에 여기저기서 반발과 잡음이 터져나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153석 과반수가 넘을 때도 야당 눈치보느라 법안처리 하나 못한 여당 수뇌부가 이제 자신들 국회감투 분배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당에서 내친 무소속을 다시 끌어들이려고 하는 짓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맹비난했다. 공천을 주도했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애초에 공천에서 배제할 때는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인데, 그 이유가 해소됐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그렇게 가면 새누리당은 또다시 ‘이념 잡탕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복당 반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더 큰 문제는 선별적 복당입니다. 대구 수성을의 주호영 의원 등의 복당 문제는 친박이든 비박이든 크게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다만 공천과정 내내 논란을 빚었던 유승민 의원과 막말 파문으로 물의를 빚었던 윤상현 의원의 복당 여부는 또다시 계파간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는 메가톤급 뇌관입니다.

새누리당 총선참패의 주요 원인은 공천파동입니다. 민심을 거스른 공천은 총선 이후 ‘복당 논란’이라는 또다른 부메랑이 되어 새누리당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지켜보고 있다면 웃으면서 한마디 하지 않을까요?

“코미디야, 코미디. 여전히 코미디야. 하하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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