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정비 사업 대상 지역 총 1300곳 중 434곳의 사업이 완료됐고, 866곳이 정비 사업을 준비 중이거나 시행 중에 있다. 서울시는 이 중 610곳의 정비 구역 지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추진 여부를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원순 시장은 “현재 시점에서 뉴타운과 재개발의 전체 방향과 원칙, 기준과 절차, 실행할 시기 등에 대해 그동안 수렴한 의견을 기초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것”이라며 “뉴타운 재개발 대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대책에 한계가 있고 모두를 만족시키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추진위ㆍ조합 구성된 곳은 해산 후 사업 구역 해제
서울시는 우선 610곳 중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뉴타운 등 정비 구역 317곳에 대해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토지 등을 소유한 주민의 30% 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면 구역 지정을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추진위원회나 조합이 구성된 경우는 약간 복잡해진다. 추진위 등을 구성하는데 들어간 비용 보존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시는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돼 있는 293곳은 토지 등을 소유한 주민의 10~25% 이상의 동의를 전제로 추진위나 조합 등이 요청하면 정비 구역의 지정 해제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는 추진위와 조합 해산에 따른 비용을 정부도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시장은 “가장 책임 많은 정부가 모든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기고 있다”며 “정치권과 정부에 함께 책임을 공감하고 지자체와 공동으로 소요 재원을 분담하고 다양한 대안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비 구역 내 세입자 주거권 강화
뉴타운·정비 사업을 진행하는데 주민들 간 갈등이 없고 대다수 주민들이 사업 추진을 원하는 구역에 대해서는 행정적 지원과 제도개선을 통해 최대한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정비 사업을 시행하는 지역의 경우도 세입자 등 거주자의 주거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모든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세입자 주거권 보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세입자가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완공된 재개발 임대주택에 입주했다가 세입자가 원할 경우 다시 준공된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임대주택에 입주하면 다른 임대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
◇대책 발표 이후 또 다른 갈등예고도
이날 마련된 대책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또 다른 갈등도 예고된다.
영등포ㆍ신길 뉴타운 비상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서울시가 발표한 대책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뉴타운 재개발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고 몇몇 개인이 영리를 위해 세운 일부 추진위 해체 비용을 시에서 시민들의 세금으로 보전해 준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취지는 좋고 방향성을 잘 잡은 것 같다”면서도 “정비 추진 지역은 행정 지원을 받고 낙폭됐던 가격이 회복될 수 있지만 해제 지역은 그 반대이기 때문에 이번 정책으로 뉴타운 재개발이 추진되는 지역과 해제되는 지역 간의 양극화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조합원 인가와 추진위 단계에 있는 곳은 법정 사업비가 좌초됐을 때 얼마나 공공비와 운영비를 현실화할 수 있는지, 현재 재개발 관련 소송 등 난항을 겪고 있는 지역이나 해제가 돼 슬럼화되는 열악한 주거지는 어떻게 보조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