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석영 ‘피닉스’(사진=갤러리마레) |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격하게 달려드는 물감 덩어리를 헤쳐보면 어슴푸레 윤곽이 잡힌다. 말이다. 십수 마리는 될 듯한 저들이 지축을 흔들며 질주 중인데, 그 소리를 색으로 엉켜냈다고 할까. 그런데 저 다이내믹한 정경을 그저 ‘말 달리자’쯤으로 넘겨버릴 게 아니란다. 정작 작가 김석영이 그린 건, 아니 몰고 온 건 ‘골짜기정신’이라니까.
알 듯 모를 듯한 그 속을 풀어보면 이렇다. 오랫동안 작가가 테마로 삼아온 ‘곡신’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노자가 도덕경에 쓴 ‘곡신불사’(谷神不死)에서 따온 것. ‘골짜기정신은 죽지 않는다’ 정도가 될 그 의미에 최대한 근접한 영단어 ‘피닉스’(Phoenix·불사조·2022)를 작품명으로 박기까지 했다. 그러니 저토록 열정적으로 그려낸 작가의 ‘말’들은, 사실 터질 듯 꿈틀대는 에너지를 몰고 다니는 메신저였던 거다.
‘회화의 본질이 뭔가’를 스스로 묻고 얻어낸 대답이란다. 좀처럼 틈을 보이지 않는 화면, 그 화면을 뚫을 듯한 긴장감, 그 긴장감을 온몸에 입은 말, 그 말이 아우르는 세상, 그 세상을 움직이는 생명. 아무나 쓰지 못할 별별 원색에 얹은, 빠르면서도 두꺼운 질감이 그 각각의 연결고리에 다리를 놨다.
2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296 갤러리마레서 여는 ‘떠오르는 태양의 말’(The Horse of Rising Sun)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 90.9×65.1㎝. 갤러리마레 제공.
| 김석영 ‘페가수스’(Pegasus·2022), 캔버스에 오일, 162.2×130.3㎝(사진=갤러리마레) |
|
| 김석영 ‘페가수스’(Pegasus·2022), 캔버스에 오일, 116.8×91㎝(사진=갤러리마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