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LG사장 "2∼3위 조직역량·사업방향 깨야 1위 간다"

㈜LG사장이 진단한 LG의 모습과 변화
"LG電 외국인관리자 제도실패 안타깝다..너무 급하고 과해" 반성
"차세대 CEO는 책임 덕목 갖춰야"
  • 등록 2012-02-13 오후 2:56:01

    수정 2012-02-13 오후 7:45:20

[이데일리 양효석 기자] 조준호 ㈜LG(003550) 사장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와 인터뷰 했다는 언론도 없다. 지주회사에서 구본무 회장과 강유식 부회장을 모시고 있다는 것도 한 이유지만, 그의 성격도 그러하다. 

조 사장은 술을 전혀 못한다. 통상 한국적 기업문화에서는 술 좀 먹어야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할 기회를 잡지만 그는 다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라면 어떤 일이든 말없이 해내는 성격이다. 겉으로 드러내기 보다 묵묵히 내실을 다지는 스타일이다.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LG의 핵심경영자, 조준호 사장이 진단하고 있는 LG그룹에 대한 그의 생각들을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조 사장(사진)은 지난 11일 EBS-매니저소사이어티 MBA 주관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12 한·일 조인트 워크샵`에 참석, LG그룹의  비전과 과제, 변화방향, 경영자로서의 소신을 과감하게 털어놨다.

그는 "LG그룹이 세계 1위 하는 사업군도 있지만 대체로 2∼3위 위치까지 와있다"면서 "이제는 여기서 한 발 나아가는 것이 숙제다"고 밝혔다. 이어 "2∼3위 할 때의 조직역량이나 사업방향은 1위의 조직역량이나 사업방향과는 분명히 다르다"면서 "이를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1위 하는 조직역량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불확실하지만 과감히 결단하는 선행투자와 시장을 리드하는 기술표준이다.

그는 "선행투자란 기술흐름을 바꿀만한 분야를 골라 씨앗을 뿌렸다가 상황이 닥치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인데, (LG그룹은) 그동안 알뜰살뜰 살아와 불확실한데 투자를 잘 안해 스마트폰 사업에서 한대 맞았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선 흔히 LG 기업문화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안 건너간다`라는 말에 비유한다. 그만큼 신중하고 확실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녹아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불확실한 곳에도 과감히 투자할 수 있도록 기업문화를 바꾸는게 필요하다는 변화의 필요성이다.

그는 또 "2위 시절까진 1위가 개발한 기술을 빨리 따라하면 됐지만, 1위로 올라서기 위해선 기술표준을 리드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IT분야를 중심으로 한 주력사업과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선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조 사장은 기업문화 변화 측면에서 LG전자가 시도했던 외국인 관리자 제도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남용 부회장이 LG전자를 맡았던 시절 외국인을 `C레벨 관리자` 자리에 앉혔는데, 너무 급하고 과했다는 반성을 해 본다"면서 "내부역량을 어느정도 체득해 뭘 하면 되고 뭘 하면 안되는지 아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관리자급으로 올라섰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안타까운 점은 그 뒤로 LG에서 외국인 관리자가 자리잡긴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라며 "개선을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그는 1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인재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LG그룹은 다른 그룹과 달리 회장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기업문화 성격상 전문경영인이 그룹의 목표와 미션에 동의하면, 자율·책임경영을 중시한다는 것. 때문에 누가 최고경영자(CEO)가 되느냐에 따라 성과 차이가 크다. 이에따라 지주사인 ㈜LG는 400여명의 차세대 CEO 후보군을 통해 인재관리를 해오고 있다.

조 사장은 "CEO 후보자들에게서 보는 덕목중 하나가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느냐`"라면서 "자신의 직접적인 잘잘못을 떠나 조직의 결과에 대해선 손해를 보더라도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비록 부하직원의 실수라 하더라도 조직의 결과에 대해 관리자가 책임지는 것은 이유가 필요없다"면서 "당연한 것이지만 이것이 안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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