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개미 투자금 사모펀드에 올인…헬릭스미스의 4가지 거짓말

1. 유상증자 안 한다
2. 주주 돈, 안전자산에 투자하겠다
3. 사모펀드 투자 재원 불명확하다
4. 예상 투자 손실 충분히 반영했다
  • 등록 2020-11-13 오전 11:00:00

    수정 2020-11-13 오전 11:00:00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NH투자증권 강당에서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인 ‘엔젠시스’의 미국 임상 3-1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증자는 없습니다.”

헬릭스미스(084990) 경영진은 지난해 9월과 12월, 그리고 올해 7월 주주와 기자 대상 간담회에서 이렇게 공언했다.

주주들의 심기는 불편했다. 작년 8월 회사가 1496억원 규모 주주 배정 유상 증자(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보유 지분율대로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를 단행해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잦은 증자는 주식 유통 물량을 늘려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회사는 신규 투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주식을 또 발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주주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니, 마음을 너무 빨리 바꿨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8월 초 내부적으로 유상 증자 추진을 결정했다. 올해 7월 27일 온라인 주주 간담회에서 “증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지 불과 일주일여만이다.

거짓말① 증자 없다

헬릭스미스 주요 발언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헬릭스미스가 주주에게 한 4가지 거짓말 중 첫째는 ‘깜깜이 유상 증자’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9월 27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올해 2861억원 규모 추가 유상 증자 추진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회사는 내부적으로 이미 두 달여 전부터 증자 추진을 확정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8월 초 유진투자증권을 유상 증자를 위한 주관사로 잠정 선정하고 사전 협의를 거쳐 주관사가 실사에 착수했다.

소액주주들만 이 사실을 감쪽같이 몰랐던 것이다.

“회사가 유상 증자를 하기로 결정한 최초 시기가 언제인가요?”

“지난 9월 17일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사채 만기 도래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이 증자 시기라고 판단했습니다.”

헬릭스미스는 증자 추진 사실을 외부에 공시한 뒤인 지난 9월 말 주주 간담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거짓말② 주주 돈, 안전자산에 투자하겠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헬릭스미스의 둘째 거짓말은 유상 증자를 통해 조달한 주주의 돈을 안전 자산에 투자하겠다는 약속이다.

헬릭스미스는 2016년 10월과 지난해 8월 각각 1543억원, 1496억원 규모 주주 배정 유상 증자를 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자 신고서를 보면 회사는 주주와 투자자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주주들이 회사에 낸 돈은 실제 (신약 연구 개발 등에) 사용하기 전까지 신용등급이 우량한 국내 1금융권의 안정성 높은 금융 상품에 예치해 운용하겠습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는 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고위험 금융 상품 투자에 썼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회사의 고위험 상품 투자액은 2643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손실 발생 위험이 매우 크거나 높은 투자 등급 1~2등급 사모펀드와 금융 파생 상품 등이다. 국내·외 부동산 개발 사업과 지수 추종형 상품, 심지어 부실채권(NPL) 투자 펀드에까지 돈을 넣었다.

눈에 띄는 것은 헬릭스미스의 고위험 상품 투자액이 1496억원 규모 유상 증자가 완료된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급증했다는 점이다. 소액주주의 증자 대금 납입 이후 헬릭스미스가 사모펀드 등 위험 상품에 신규 투자한 금액은 1413억원에 이른다.

주주의 쌈짓돈이 고스란히 고위험 사모펀드에 재투자된 셈이다.

회사는 해명한다. “저금리 환경에서 보유 현금을 고위험 고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과 부동산 등 대체 투자 자산에 주로 투자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헬릭스미스의 위험천만한 금융 상품 투자가 금감원에 덜미를 잡히기 전까지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헬릭스미스 사내에는 회사의 이사가 참석해 투자의 적정성 등을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투자심의위원회가 있다. 헬릭스미스는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영진을 견제하는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내부 통제와 견제 장치는 회사가 주주와의 약속을 어기고 주주의 돈을 고위험 상품에 재투자하는 것에 아무런 제동을 걸지 못했다.

거짓말③ 사모펀드 투자금, 출처 알 수 없다

그래픽=이동훈 기자
그래픽=이동훈 기자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 투자 사실이 밝혀진 후 헬릭스미스는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투자자에게 받은 돈을 자금 조달 유형에 따라 구분해서 계좌에 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유·출입 자금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공모·사모 등 여러 방법으로 운용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분리해서 관리하지 않는 만큼 사모펀드에 투자한 돈 수천억 원이 반드시 주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헬릭스미스는 주주 대상의 유상 증자 외에 전환사채를 발행해 투자금을 조달했다. 2018년 1000억원, 올해 800억원을 이렇게 모았다.

그러나 헬릭스미스의 단기 투자 차익 목적의 금융 자산(당기손익인식 금융자산)이 급격히 불어난 시기는 2019년이다. 소액주주를 상대로 대규모 유상 증자를 단행했던 때와 일치한다.

굳이 자금의 꼬리표를 추적하지 않아도 헬릭스미스의 위험 상품 투자 재원이 주로 주주의 쌈짓돈이었다는 것은 명백하다.

아직 신약 개발 전인 헬릭스미스는 외부 투자금 조달 외에 별다른 현금 수입원이 없어 자금 흐름이 비교적 단순하다. 연간 40억원 안팎인 매출 대부분이 건강 기능 식품과 피부 보습제 판매에서 발생하며, 회사가 버는 돈보다 유지비·연구 개발비 등으로 쓰는 돈이 훨씬 많기 때문에 본업 현금 수지(영업활동 현금흐름)는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거짓말④ 투자 부실 우려 잘 반영했다

헬릭스미스 서울 마곡 본사 입구 전경 (사진=이데일리DB)


헬릭스미스가 사모펀드 등 고위험 금융 상품 투자 손익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정황도 있다.

헬릭스미스는 2016년 이후 현재까지 사모펀드 등 고위험 상품 68개에 2643억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49개 상품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를 통해 회사가 올린 누적 투자 수익은 19억원(전체 투자액의 0.7%)이다. 연수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현재 고위험 금융 상품 투자 잔액도 1339억원에 이른다.

여기엔 지난해 대규모 환매(투자금 환급) 연기 사태를 빚은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사기 혐의가 드러나 폐업한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 등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회사가 투자 손실 발생 가능성을 장부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헬릭스미스는 25억원을 투자한 독일 헤리티지 DLS의 현재 재무제표상 평가액을 약 27억원으로 올려잡았다. 올해 2월 펀드 판매회사인 신한금융투자로부터 안내문까지 받았지만 부실 발생 가능성은커녕 오히려 수익이 날 것이라고 장부에 기재한 셈이다.

독일 헤리티지 DLS는 지난해 7월 말 첫 환매 연기가 시작돼 현재 독일 현지의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상품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지자 최근 판매사인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법적 소송에 돌입했다.

한 회계사는 “회사가 투자 손실 발생 가능성을 인지했다면 손상차손(자산의 가치 하락분을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반영할지 검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헬릭스미스는 증권 신고서에서 “사모펀드 판매사가 제공한 잔고 증명서 등을 바탕으로 최선의 추정치를 판단해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본지는 이를 포함한 4가지 거짓말에 관한 회사의 입장을 묻는 질문지를 보냈으나 12일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