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공약의 벽에 부딪힌 슈뢰더

  • 등록 2002-08-26 오후 5:47:07

    수정 2002-08-26 오후 5:47:07

[뉴욕=edaily 공동락특파원]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취임 당시 가장 큰 목소리로 주창한 정책목표는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과 고용 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집권 4년이 지난 지금, 슈뢰더 총리가 내세웠던 최우선 목표는 다음달로 예정된 선거에서 그를 옭아매는 자승자박의 밧줄이 되고 있습니다. 공동락 뉴욕 특파원입니다.

4년전 슈뢰더 총리는 실업자를 350만명 이하로 낮추지 못한다면 총리직에 재선될 이유가 없다며 고용 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독일의 실업률은 9.7%로 실업자수가 400만명을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업률 상승과 함께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가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주까지 슈뢰더에 대한 지지도는 야당인 기민당의 에드문트 스토이버에 비해 6%포인트 뒤떨어져 있었지요.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줄고 있지만 현직 총리가 야당 후보를 추격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는 부담감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동안 슈뢰더는 높은 실업률은 단순히 경기침체로 인한 부작용이라며 경기가 회복되면 실업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논리를 펴왔습니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좀체 독일 경제에 회복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어 종전의 입장을 되풀할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다급해진 슈뢰더 총리는 지난 주 고용센터 내에 임시직 고용을 알선하는 기구 설치를 골자로 하는 실업대책 수정안을 내놨지만 냉소를 자아냈을 뿐입니다. 실업률 상승의 근본 원인을 간과한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비판만 불러 일으켰을 뿐이죠.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조치가 없이는 실업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독일은 유럽에서도 노동에 대한 규제가 가장 엄격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기업이 경기변화에 따라 인력을 쉽게 감원하지 못하기 때문에 채용 여력이 있더라도 감원 부담을 의식해 쉽게 인력을 늘리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슈뢰더의 사민당 정부도 독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점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슈뢰더 정부는 실업수당을 줄이고 감원 절차를 간단하게 하는 법안을 여러 차례 검토했지만 그때마다 노동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만족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은 정부가 기업들에게 고용창출을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그결과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임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2년 전 시행된 세제완화 조치만 하더라도 고용창출로 연결되지 못했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업들의 손만 들어줬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슈뢰더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내우(內憂)에 못지않은 외환(外患)도 그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바로 유럽연합(EU)의 "안정성장 협약"이 그것이죠.

3년전 유럽이 단일통화인 유로화를 출범시키면서 각국 정부는 12개 회원국들의 책임있는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2004년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낮춰야하며 이를 어길 경우 GDP의 0.5%를 벌금으로 내야한다는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건전성의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이 규정이 지금 독일이 필요로 하는 적극적인 재정정책 수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입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노력은 물론 국민들의 성원과 제도의 보완이 뒷받침돼 합니다. 하지만 슈뢰더 총리에게는 그 공약의 벽이 너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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