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방향 잃은 일본호..거품붕괴 이후 최악

  • 등록 2002-12-26 오후 3:14:21

    수정 2002-12-26 오후 3:14:21

[edaily 권소현기자] "뜨는 중국, 지는 일본" 올 한해 아시아 지역의 흐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한 때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했던 일본은 만성적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며 이제 `일본발(發) 금융위기론`까지 나올 정도로 심각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들어 6월까지 줄곧 1만선을 지키던 닛케이지수는 7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연일 하락, 연말 8000선 초반으로까지 떨어졌다. 수 차례에 걸쳐 19년래 최저치를 경신했고 10월 10일에는 8197엔으로까지 밀려 8000선마저도 위협했다. 은행 부실채권 처리, 디플레이션 대책 마련 등 해결해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었지만 정부는 미적거리며 올 한해를 흘려버렸다. 국제신용등급 기관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올 4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조정했고 앞으로 정부의 개혁이 진전되지 않는다면 2~3년내에 추가로 하향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10여년 동안 표류해왔던 일본호, 올해도 결국 방향을 찾지 못한채 마무리하게 됐다. ◇금융시스템 위기론, 태풍의 눈 일본의 이같은 위기론은 금융시스템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 3년간 은행권에 쏟아부은 10조5000억엔의 공적자금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의 부실채권은 날로 쌓여가고 있다. 은행권이 집계한 총 부실채권은 34조엔이지만 일본 금융청(FSA)에 따르면 47조엔에 달한다. 은행측은 10조4000억엔의 부실채권을 상각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금융청에서는 이보다 47% 많은 15조3000억엔의 부실채권을 상각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다케나카 헤이조 금융상 겸 경제재정상은 금융시스템을 전면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좀처럼 진전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자산재정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요구했지만 은행권과 집권여당의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주가가 폭락하면서 상호주식보유제도에 따라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떠안고 있는 은행권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일본 12개 대형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40조엔어치에 달해 유가증권 평가손실만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 올해 은행주의 주가도 날개를 잃은 새처럼 추락했다. 자산규모로 세계 1위 은행인 미즈호홀딩스의 주가는 3월 한때 38만2000엔에 달했지만 지난 11월 9만5200엔까지 떨어져 75% 폭락했다. 미츠비시도쿄파이낸셜 주가는 6월 106만엔에 달했지만 지난 12월19일 62만엔까지 밀려 42% 미끄러졌다. UFJ홀딩스 역시 3월 40만9000엔에서 11월 26만3000엔까지 떨어져 36%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경기 회복 꿈이었나..디플레이션 가중 연초에만 해도 수출이 활력을 되찾으면서 일본 경제는 10여년만에 처음으로 회복세를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연초 달러당 130엔대였던 엔화 가치는 120엔대로 주저앉아 일본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일본 경기의 디플레이션도 심화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제로 금리상태로 경기부양을 위해 더 이상 인하할 금리도 없으며 부동산 가격은 19년전으로 곤두박칠쳤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이후 매달 경기 기조 판단을 대체로 상향수정 해 왔으나 11월 경제보고서에서 1년 만에 하향수정으로 돌아섰다 일본 정부의 내년 경기관측 보고서에 따르면 올 회계연도 0.8% 하락했던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내년 회계연도(2003년 4월~2004년 3월)에 0.4% 추가 하락하고 실업률은 5.4%에서 5.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디플레이션 대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일본 정부는 감세안 등 각종 방책을 내놓았지만 경기를 본격적으로 부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게 시장 반응이다. 정부 예산적자는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내년 예산을 81조7891억엔으로 책정, 올해에 비해 0.7% 늘리는데 그쳐 공공부문 지출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에 대해 S&P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 허리띠 졸라매기식 구조조정..역시 "암울" 대부분이 3월 결산법인인 일본 기업들의 상반기(4~9월) 수익성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적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월 중간결산을 마친 1627개 상장기업의 상반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줄었지만 경상이익은 41% 늘어났다. 연간 매출액은 0.4%, 경상이익은 7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같은 순이익 증가는 경기호전에 따른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과감한 구조조정 덕분이다. 즉,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감원에 나서면서 소비력은 그만큼 약해질 것이고 국내 수요는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5000만개 이상의 일본 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수당 포함, 지급받은 지급받은 월급은 9월 전년동기대비 1.2% 감소,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또 10월 일본 실업자수는 370만명으로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최고수준으로 회귀했다. 내수 시장의 약세를 보완해줬던 해외 수출 역시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초 전년비 30%에 달했던 수출증가율은 3분기 들어 2%로 크게 둔화됐다. 일본 최대 수출국인 미국 역시 더블딥 논쟁에 휘말릴 정도로 고전하고 있으며 이라크 전쟁 등 국제 정세 불안도 수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은행 부실채권 처리로 연쇄 파산이 일어날 것이라는 공포에 떨고 있다. 기업 파산으로 실업률은 증가하고 소비지출은 더욱 감소하는 등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약 20만개 기업이 가사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거품 붕괴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까지 내몰린 일본이 내년에는 보다 강력한 정책 추진과 개혁 의지를 앞세워 순항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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