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생존전략)세가지 독이 든 술잔 `투자유치`

"진정한 명의는 독을 잘 다스려 약으로 사용한다"
  • 등록 2010-08-27 오후 3:37:53

    수정 2010-08-27 오후 3:37:53

[이데일리 이광수 칼럼니스트]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시기에 필요한 인적, 물적 설비에 대한 투자를 적절하게 집행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가는 인적, 물적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고려를 항상 해야한다.

투자재원의 조달 방법으로는 기업 내부에 유보된 재원을 활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외부조달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 경우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하는 방법과 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투자받는 방법이 있다.
전자는 기업이 이자를 부담하게 돼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측면이 있어 기업가들은 금융비용 부담이 적은 후자의 방법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자본 증가 방식(소위 ‘Equty 투자’)으로 외부투자자의 투자를 받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필자는 기업이 소위 투자유치에만 집중한 나머지 투자유치의 위험요소를 간과하는 바람에 휴유증이 심하게 발생해 해당 기업이 존망의 기로에 서는 경우를 여러번 목격했다. 필자가 ‘투자유치’를 ‘세 가지 독이 든 술잔’이라고 자주 비유하는 이유다.

투자유치라는 술잔에 든 첫 번째 독은 ‘경영권에 대한 위험’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투자를 받는 경우에 경영권 안정과 관련해 투자 당시의 투자가격(1주당 유상증자 가격, 또는 전환가격, 행사가격)에만 관심을 가지고, 투자자가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금의 회수와 관련한 조건(Option)에 대해서는 안이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는 투자자금의 안전한 회수를 위해 피투자회사 및 그 경영진(투자 관련 계약서에 ‘이해관계인’이라고 표현되는 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내(대부분 3년 이내임)에 피투자회사가 상장할 것 ▲투자자의 매수청구권(Put option) ▲이해관계자에 대한 매수청구권(Put Back Option) ▲피투자회사에 대한 상환청구권 등의 조건을 제시한다.

피투자회사 및 그 경영진은 자신의 회사에 대한 확신이 강해 투자계약상의 소위 ‘상장기간’내에 상장되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의 상장요건이 상당히 까다롭고, 상장을 위한 준비기간은 최소한 2년 이상 필요하며, 기업의 경영환경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에 명시된 상장기간내에 상장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투자자는 당연히 자금회수를 위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밖에 없고, 그 경우 피투자회사 및 그 경영진은 투자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어 결국 기업을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경영권을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업이 외부투자를 받을 때에는 항상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

두 번째 독은 ‘기업가 정신 또는 임직원의 정신자세를 미혹하게 것’이다.

대부분의 피투자회사는 전 임직원이 목표를 공유하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면서 회사를 성장시켜 온 경우이고, 이런 임직원의 모습이 투자자의 투자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필자는 투자유치를 받은 이후 회사의 경영진과 직원들이 ‘외부로부터의 투자’ 그 자체를 자신과 회사의 성공으로 인식하고 그 이전에 공유했던 목표를 잃고, 자신의 희생 대신에 그 과실의 분배를 성급하게 요구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경영진은 투자가 오로지 자신의 역량에 의해 이뤄졌고, 다른 임직원은 자신이 설정한 목표만 따르면 된다는 식의 인식을 하는 경향이 생기고, 다른 임직원은 회사의 발전을 위한 희생, 헌신은 접어두고 자신의 이익만을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게 되면 ‘투자유치’는 회사의 물적설비의 성장을 가져왔으나 경영진과 직원들의 신뢰관계를 해치고 기업가 정신을 망각시켜 허우대만 멀쩡한 회사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필자는 투자유치를 진행중이거나 받은 회사의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투자유치’는 성공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가는 전단계임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하고, 투자를 받기 전에 가졌던 자세를 유지해야 ‘투자유치’라는 술잔에 든 두 번째 독에 희생되는 결과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투자유치’라는 술잔에 든 세 번째 독은 ‘수요처, 경영환경 변화 등과 관련한 거래 위험’이다. 투자를 받은 피투자회사는 그 투자금으로 대부분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다.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는 생산능력을 향상시키고, 이와 관련해 대량의 원자재 구입을 할 수 있어 원자재 구입단가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 재무측면에선 고정비용의 상승과 감가상각비용의 증가라는 부담을 가져오고, 이에 수반해 운전자금이 증가하게 된다. 또 설비의 증설은 시장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것을 힘들게 만들거나 특히 최종 소비재를 생산하는 업종이 아닌 경우에는 납품업체로부터의 단가인하 압력에 대응하기 어려워 고정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해 원가 이하로 납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같은 잘못된 결과는 경영진의 수요예측 오류와 납품업체 임직원들의 발주물량 구두 약속을 과신하는 것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따라서 ‘투자유치’에 앞서 산업동향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고, 투자규모를 필요한 범위의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합리적 판단이 중요함을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독이 든 술잔의 유혹은 강력하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독은 항상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좋은 방향으로든 나쁜 방향으로든 같이 움직인다. 옛말에 진정한 명의는 독을 잘 다스려(用毒) 약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필자는 투자유치를 받으려고 준비중이거나 받은 회사의 경영진이 그 안에 든 세 가지 독을 명심하고 이를 잘 다스리는 명의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 세 가지 독을 다스리는 방법은 경영판단을 함에 있어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냉정함과 초심을 잊지 않는 겸손함이라는 것을 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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