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스피처 주지사는 8년간의 뉴욕주 검찰총장 시절 월가 투자은행들의 `잘못된` 관행을 파헤쳤고, 월가 거물들도 줄줄이 물러나야 했다.
이렇게 깨끗한 이미지를 공고히 하며 뉴욕주 주지사까지 오른 그가 성 추문, 나아가 검은 돈 거래 혐의까지 받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월가 보안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스피처 주지사가 이름을 날린 건 기술주 붐, 그리고 이의 붕괴 과정에서 시작됐다.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뉴욕주 검찰총장으로 재임하면서 그는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던 월가의 부적절한 관행을 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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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인터넷의 왕`으로 군림할 정도로 정보기술(IT) 분야 스타 애널리스트였던 메릴린치 출신의 헨리 블로짓, 통신 분야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잭 그루브먼이 대표적.
리차드 그라소 당시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도 과도한 보수가 문제로 지목돼 퇴출돼야 했다. 씨티그룹의 샌포드 와일 회장, 보험업계의 전설 모리스 그린버그 AIG 회장도 스피처의 칼날에 목이 날아갔다.
그는 이를 통해 얻은 청렴결백한 이미지로 그는 뉴욕주 주지사에 압도적인 표를 얻어 당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부패와의 전쟁으로 쌓아 올려진 스피처 주지사의 명성을 단박에 끌어 내렸다.
NYT는 맨해튼 연방검찰이 지난 주 한 번에 수천달러씩을 받는 고급 매춘 조직 연루자 4명을 체포했고, 지난 달 12일과 13일 워싱턴 한 호텔에서 `9번 고객(Client-9)` 이란 이름으로 매춘 여성과 최소 6번 만난 사람은 바로 스피처 주지사였다고 보도한 것이다.
◇검은 돈 거래혐의로 기소 가능성도..월가 `술렁`
월가는 당장 시끌시끌해 졌다. 특히 그의 칼끝에 날아갔던 사람들, 정적들의 반응이 뜨겁다.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져, 더 데일리 뉴스가 웹사이트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가 그가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스피처 주지사는 곧바로 자신의 부인과 함께 짧은 기자회견을 갖고 "가족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고,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가족과 대중에 사과했다.
그러나 사임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의를 밝히지 않았고, 보도에 대해서도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성 추문으로만 끝날 것 같지도 않다.
ABC 뉴스는 이날 웹사이트를 통해 검찰의 이번 조사는 한 은행이 국세청(IRS)에 스피처 주지사로부터 의심스러운 자금이 이동됐다고 제보한 데서 비롯됐다고 보도했다.
ABC는 익명의 법무부 관계자를 인용, 스피처 주지사가 검은 돈 거래 때문에 기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월가 정화를 외쳐왔던 그가 기소된다면 아이러니,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는 지난 2004년 스테이튼 아일랜드에서 고급 매춘조직 운영자 16명을 체포한 남다른 `경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