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순항중..그러나 일말의 찜찜함(?)

  • 등록 2006-04-25 오후 3:40:53

    수정 2006-04-25 오후 3:40:53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지난해 봄 바닥을 탈출한 한국경제가 올 봄에도 여전히 순항중이다. 올해 1분기 전기비 성장률이 연율로 5%를 넘고 있어 잠재성장률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출이 여전히 견조한 가운데 소비를 필두로 한 내수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동안 제조업에 밀려 성장의 그늘에 가려 있던 서비스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낙관을 더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괜찮은` 1분기 성적표를 보면서 뭔가 개운치 않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1년동안 숨가쁘게 달려온 경제가 잠시 쉬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신중론에서, 알맹이가 빠진 성장이라는 혹평도 없지 않다.

◇ 연율 5%대 성장.."이정도면 훌륭한 성적표"

한국은행은 25일 전년동기대비가 아닌 계절조정 전기비를 기준으로 처음 발표한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3%. 비록 일시적인 불규칙 요인들이 포함돼 있지만 지금의 성장속도를 연말까지 이어갈 경우 연간 5.3%의 성장이 가능하다.



전기비 성장률만 보면 성장속도는 느려졌다. 지난해 2분기 회복을 시작한 이후 하반기에는 분기당 1.6%(연율 6%대)의 빠른 성장을 보이다 올해 1분기에는 다소 브레이크가 걸리는 양상.

그러나 바닥을 빠르게 벗어난 이후에도 연율 5%대 성장을 했다는 면에서 다소의 속도저하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게 한국은행이나 전문가들의 진단. 특히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이미 4%대 중후반으로 떨어진 시점에서 5%대 성장률이면 결코 나쁘지 않은 성장률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정책기획국장은 "작년 하반기 성장률은 연율로 6%대 중반에 달하는데 그정도 성장을 계속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2분기 연속 연율 6%대 성장한 이후 추가로 연율 5% 성장은 상당히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도 "전기대비로는 아마도 지난해 4분기가 고점일 것"이라면서도 "경기는 확장중"이라고 말했다. 1분기 1.3% 증가율이 결코 낮지 않다는 지적이다.

◇ 재고 늘고..소비호조는 혹시 해외소비 탓?

소비를 앞세운 내수가 올해 1분기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전분기 0.6%포인트에서 1.3%포인트로 높아졌다.

성장엔진이 수출에서 내수로 바뀌고, 내수가 살면서 수입이 확대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러나 순수출 감소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만큼 내수증가가 강했는지는 의문이다.

전기비 내수증가율 1.3%중 재고가 늘어난 부분이 0.5%포인트에 달한다. 재고를 제외한 내수만의 증가율은 전기비 0.8%로 전분기 1.2%에서 큰 폭 둔화됐다. 연율로 환산하면 3%대 초반에 해당한다.

민간소비는 전기비 1.2% 증가해 오히려 경기회복 초기인 지난해 하반기보다 증가세가 소폭 강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전기비 4.2% 급증하며 정책당국과 전문가들을 흥분시켰던 설비투자가 0.7% 감소했고 건설투자는 0.3% 줄어 마이너스 성장을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김병화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운수장비 투자는 급증했다"며 "1분기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분기에 기계류 투자가 급증해던 기저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민간소비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주로 늘어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승용차와 무선전화기 등 내구재나 주류와 담배, 연료 등 비내구재 소비는 줄고, 오락문화, 금융서비스 등 서비스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 가운데 서비스수입이 큰 폭 증가한 것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1분기 재화와서비스 수입(물량기준)은 4.1% 증가했다. 이중 재화수입은 2.1%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서비스수입은 12.8% 급증했다. 전체 수입증가액중 재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3%,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7%다.

한은 관계자는 "서비스수입이 늘어난 이유중에는 재화수출을 위한 서비스수입 증가가 있을 수 있고, 민간의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해외소비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며 "해외소비 증가로 인해 서비스수입이 늘어났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고증가와 함께 제조업 생산의 증가율이 큰 폭 둔화된 것도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3.0%와 3.9%의 높은 전기비 증가율에서 올해 1분기에는 0.9%로 급격히 낮아졌다.

곽영훈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아직은 모멘텀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제조업 부문에서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 당분간 숨돌리기 후 다시 `UP` 턴?

최근 3분기 빠른 속도로 올라온 경기는 당분간 숨고르기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러나 성장모멘텀은 유지될 것이란 기대다.

류승선 미래에셋 이코노미스트는 "전기비 성장률이 앞으로 당분간 1.3%를 넘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2~3분기 정도 조정국면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쪽에서 아직 부정적인 영향이 수치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불확실성이 크다고 본다"며 "민간소비가 의외로 좋았고 서비스생산이 올라갔는데 서비스부문의 고용과 생산에서 추가확장이 제한된다면 성장률 자체를 낮춰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이 다가오면 다시 한번 성장모멘텀이 강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은 SK증권 이코노미스트은 "향후 전기비 분기별 성장률이 2분기 1.1%로 다소 둔화되고, 3분기 1.3%, 4분기 1.5%로 높아지는 궤적을 생각하고 있다"며 "꾸준히 1% 이상의 성장흐름을 유지하면서 모멘텀 축소가 아니라 하반기에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전무이사는 "미국이 3%대 초반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일본의 내수회복이 본격화된다면 지난 80년대 이후 처음으로 일본과 미국이라는 쌍두마차가 등장하는 것"이라며 "올해 4분기 미국과 일본이 소비시즌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국내 수출의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득이 늘지 않아 소비회복이 지속될 수 없고, 고유가의 지속과 환율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현실화될 경우 경기 고점이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경제분석팀장은 "환율이 하락하면서 국내소비보다는 해외소비가 늘어났다"며 "현재 걱정되는 것은 소비둔화"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증권사 한 이코노미스트는 "유가와 환율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막대하다"며 "원화강세가 연말까지 지속되고 고유가도 크게 해소되기 어려워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모멘텀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역조건 악화로 경제가 성장해도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며 "성장을 하다보면 소득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거꾸로 보면 소득이 늘어나야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경제가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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