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양미영기자] 시장은 정직하지만 때로는 이율배반적이다. 그러나 돈이 오고가는 시장 생리상 어찌보면 전자보다 후자 쪽이 더 어울린다.
최근 모습도 그렇다. 금리 상승추세를 인정한지 오래지만 이미 한달째 금리는 야금야금 흘러내리고 있다. 4.70%선에서 번번히 막히면서도 아래 쪽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커 보인다.
물론 시장이 믿는 구석은 넉넉한 유동성과 펀더멘털이다. 아주 오랜만에 유동성을 맛본 장은 좀저첨 유동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있고, 펀더멘털이라는 든든한 `빽`도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전날 그린스펀의 말이 걸리지만 설사 고용지표가 호전된다해도 국내 채권시장이 설정한 박스권을 깨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10년물 국채수익률과 국내 지표금리 모두 박스권 하단에서 표류하면서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박스권 하단에 머무는 동안 채권시장은 나름대로 변화를 겪었다. 2월 들어 차츰 약세장으로 변모하는 조짐이 눈에 띈다. 특히 3-5년 스프레드 추이나 통안2년과 국고3년 금리의 흐름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최근 시장은 5년물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확인했다. 단기금리 하락세가 주춤할 때 장기물 오름세가 막히면서 박스권 장에 일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3-5년 스프레드는 거의 30bp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2월 수급 공백에 따른 랠리 시기의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잠시 눈을 돌린다면, 그나마 감지됐던 5년물 강세의 경우 증권사의 `찍기 매매`가 3년물에서 옮겨가면서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있다. 한때 3년 지표물을 강세로 몰고갔던 증권사들의 찍기 매매가 3년물인 3-5호의 잔존만기가 짧아지면서 유통수익률이 조달 코스트에 미치지 않자 5년물로 옮겨갔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3월들어 다시 새로운 통합발행분인 국고3년 4-1호가 나왔고, 다음주에는 새로운 5년물이 등장한다.
강세장의 상징인 통안2년과 3년과의 역전도 올들어 통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통안2년은 1월 중순이후 3년물과의 역전을 거의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잔존만기에 따라 철저히 입맛이 갈리는 약세장의 또다른 징후다.
시장 참가자들은 오늘도 좁은 박스권 장에 갇혀 악재와 호재들의 무게를 재며 고민 중이다. 2월초들어 국채선물 3년의 등락폭은 20틱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시장은 정체돼 있는 듯하지만 스스로 탈바꿈하고 있다. 결국 시장은 정직하지만 시장의 심리 자체가 이율배반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