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고유가는 핑계였죠?

  • 등록 2004-09-07 오후 5:03:50

    수정 2004-09-07 오후 5:03:50

[edaily 강종구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9월중 콜금리 목표 결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른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번 회의를 포함해 올해 열리는 금통위는 금리를 결정하는데 상당한 고심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경제회복이나 물가 등 거시경제 변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겠지만 증권부 강종구 기자는 한국은행이 자승자박을 한 꼴이라고 합니다.그래서 더욱 콜금리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답니다. 한번 들어 보시지요.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은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콜금리를 0.25%p 인하조치 했습니다. 7월 소비자물가가 4.4%를 기록할 정도로 물가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모두들 놀랐습니다. 물론 이유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5월에 나빴던 고용지표는 6월에 다소 좋아지는 듯 했으나 7월들어 다시 곤두박질쳤죠. 7월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안좋다는 것도 아마 미리 눈치챘을 겁니다. 거기다 수출은 하반기에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내수는 영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니 한편으로 답답하고 또 한편으로는 수출효과가 사라지는 내년초가 걱정됐을 겁니다. 그래선지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하는 내년초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내수는 올들어 매달 통계지표가 나올 때마다 매번 기대를 벗어났습니다. 또 한은은 7월에 하반기 경제전망을 하면서 수출이 하반기 둔화될 것이고, 자칫하면 4분기에 경기가 급랭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동안 한은은 금리인하에 대해 별로 내키지 않아 했습니다. 박 총재는 국회의원들 앞에서 "금리를 1%포인트 내려서 경기가 살아나면 당장이라도 그렇게 하겠다"면서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가 거의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그게 7월입니다. 그런데 한은은 갑자기 콜금리를 내렸습니다. 그 이유로 들고 나온 것이 국제유가 급등입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7월 이후 하늘높은 줄 모르고 뛰었고 배럴당 50불에 육박했습니다. 고유가가 이대로 지속되면 경제가 완전히 망가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 또한 높았습니다. 고유가의 위협 때문에 금리를 내렸다...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하는데 기자의 생각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지난 6월 금통위 회의 이후 한은의 발표문을 잠시 보겠습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실물경제는..(중략)..완만한 개선추세를 이어가고 있음. 물가면에서는 내수 저조로 근원인플레이션과 소비자물가가 모두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그간의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상승압력이 잠재되어 있음" 분명히 국제유가 급등은 물가에 대한 불안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 한달 뒤인 7월 금통위 발표문에서는 "(중략)고유가 지속 등으로 상방위험이 증대되고 있음"이라고 돼 있군요. 유가는 연초 이후 계속해서 한은의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정확히는 한은 예상이 아니라 국제 전문기관들의 전망이지만 어쨌든 번번이 예상수준을 뛰어넘어 최대 골칫거리였습니다. 물론 7월에 유가상승이 극에 달하기는 했지만 한은은 한번도 "고유가 때문에 경제성장이 좌초될 것"이라고 일언반구 얘기한 적이 없습니다. 7월까지만 해도 국제유가가 계속 올라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아지니까 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았지요. 그때 한은은 "국제유가는 통제불가능한 외생변수이며 물가상승은 수요요인이 아니다"면서 "유가는 예측불가능하지만 하반기에는 안정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은 내부에서 고유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꽤 오래 물어보고 또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더군요. 명목유가는 사상최고 수준이지만 실질유가는 최고치였던 1979년의 절반수준이랍니다. 또 우리나라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유가상승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도 커졌다고 합니다. 또 최근 국제유가는 국제 투기세력에 의해 오른 측면이 강해 투기가 사라지면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하더군요. 이해가 되십니까. 물가불안 요인으로 지목하던 국제유가 상승이 경기하강 요인으로 둔갑해 콜금리를 내리게 했고, 한은 내부에서는 고유가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는다... 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공교롭게도 8월 콜금리를 내린 이후 유가도 하락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은 배럴당 40달러를 넘는 고유가 시대 입니다. 물가는 8월에도 여전히 높았습니다. 소비자물가는 7월보다 더 높게 뛰었지요. 7월과 마찬가지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했고 국제유가 상승도 영향을 줬습니다. 물가에 관한한 7월이나 8월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유가수준만 조금 하락한 정도지요. 그럼 이번에도 금리를 내릴까요? edaily가 집계한 전문가의 다수의견은 "아니다"입니다. 물가가 너무 높아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고 눈치를 볼 거라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향후 콜금리 인하가 더 있을 거라고 합니다. 한번의 금리인하로는 내수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금리인하의 조건중 하나로 `물가안정`을 꼽고 있습니다. 물가안정의 키포인트는 지금으로서는 국제유가의 하락입니다. 참 묘합니다. 한은은 고유가가 걱정돼서 금리를 내렸는데 앞으로 금리를 더 내리려면 유가가 내려야 하니 말입니다. 한국은행은 이 숙제를 어떻게 풀까요. 다들 한번 관심갖고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아. 한마디 사족을 붙이겠습니다. 박승 총재가 지난달 금리를 내린 다음에 "아무말 하지 않다가 갑자기 내리니까 어떠냐"고 하더군요. 시장과 사전교감을 할 것이냐, 아니면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깜짝쇼`를 할 것이냐 중에서 `깜짝쇼`를 선택했다는 얘긴데요. 금리인하가 거의 효과가 없으며, `고유가`로 물가는 상방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던 것은 그럼 연막전술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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