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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각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과 관련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5년 6~7월 삼성물산 합병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구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합병 찬성 입장을 정하는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복지부→국민연금 순차적 외압 인정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합병 찬성 압력을 가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았다. 당시 삼성물산 합병은 두 회사 간 합병비율을 두고 거센 논란이 있었다. 국내외 다수 투자자문사들은 합병비율이 삼성 총수일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설정됐다는 점을 들어 합병 반대를 권고했다.
특검 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했던 문 전 장관은 법정에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자신의 부하직원이었던 복지부 관계자들이 기금운용본부를 압박한 것에 대해서도 본인 모르게 추진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복지부 관계자들은 문 전 장관에게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문 전 장관은 이밖에도 2016년 11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농단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합병 찬성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위증을 한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법 위반)도 받았다.
부당한 외압 대부분 유죄 판단
1심과 2심은 주요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해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문 전 장관의 일부 직권남용 범행에선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고,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선 배임액수를 특정할 수 없다며 특경법이 아닌 업무상 배임 혐의만 인정했다.
법원은 문 전 장관에 대해 “특정 기업의 합병 성사 목적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특정 기업 주식의 의결권행사에 위법·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초래했다”며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켜 국민연금제도의 근간을 흔들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대법원 사건 접수 이후 4년 5개월만이다. 법조계에서도 배임 성립을 두고 법리적으로 매우 복잡한 사건이라 결론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확정함에 따라 심급별 구속기간을 채워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조만간 다시 수감돼 남은 형기를 채우게 될 예정이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의 국민연금을 둘러싼 외압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이번 대법 판결에도 불구하고 엘리엇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엘리엇 ISDS에선 사실관계는 정리가 된 상황”이라며 “법리적으로도 ISDS에선 우리정부가 국제법을 위반했는지가 쟁점이다. 국내법 위반 부분을 판단한 이번 대법 판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