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포커스)초추의 양광이 떨어질 때

  • 등록 2001-11-28 오후 6:39:36

    수정 2001-11-28 오후 6:39:36

[edaily] 뜨겁게 달아오르던 주식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급락세를 보였다. 온탕과 냉탕을 넘나드는 모양새다. 28일 종합주가지수는 하루 전보다 38.08포인트(5.68%) 떨어진 632.02포인트를 기록했다. 불과 이틀새 42.54포인트나 급락했다. 코스닥지수도 4.29포인트(5.93%) 하락한 67.99포인트로 끝냈다. 선물지수도 5.45포인트(6.48%) 되밀린 78.70포인트로 장을 끝마쳤다. 조정 폭 치고는 그 폭이 상당히 깊었다. 그러나 최근의 지수상승폭을 감안한다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라는 반응도 상당하다. 그도 그럴 것이 종합주가지수가 직전저점(9월17일, 468.76P) 대비 43.90%나 치솟다가 6% 남짓 조정을 받았고, 코스닥지수도 저점(9월17일 46.05P)에 비해 56.95%의 상승률을 보이다 역시 6% 가량 되밀렸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날 조정 폭은 상승 폭 대비 충분히 감내할 수준이며, 아직 단기 추세선이 살아있기 때문에 상승추세가 완전히 꺾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시황분석가들의 시각이 여전히 우세한 형국이다. 이날의 급락장세 배경으론 몇 가지 이유가 뒤 따라 붙고 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예상(86.5)을 뒤엎고 82.2로 크게 악화된 결과를 낳으며 5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소식으로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인 것을 비롯해 미국의 이라크 공습 그리고 일본의 신용평가등급 하향 조정, 외국인의 매도전환과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세 등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굵직한 악재들이 한꺼번에 표출되면서 투자심리에 부담을 줬다는 게 시황분석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급변동성을 보여준 이번 주 시장흐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주가가 왜 올랐고, 왜 떨어졌는지를 파악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급변동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외국인이 서울증시를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사면 오르고, 외국인 팔면 맥을 못 추는 시장흐름이 과연 정상적인가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 만큼 서울증시는 외국인의 매매동향에 의존하는 천수답 장세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측과 전망은 무의미해지고 오직 외국인이 사느냐, 파느냐에 따라 시장이 좌지우지된다면 분명 문제가 아니겠는가. 서울증시는 이번 "가을 랠리"를 맞아 내홍을 겪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외국인이 시장을 떠받치면서 왜 기관은 주식을 못 샀느냐, 애널리스트들은 도대체 시황을 어떻게 읽었기에 이 모양이냐 등등 비아냥거리는 말들을 종종 듣게된다. 그러나 이번 상승장에서 주식을 샀거나, 예측을 정확히 한 사람은 "선"이고, 반대로 주식을 사들이지 못한 기관과 전망이 틀린 분석가는 비웃음의 대상이 되야 할까. 오히려 기관이 왜 주식을 마음놓고 살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는지, 또 예측이 틀렸지만 그들 분석가 나름대로의 논리도 존중해주는 성숙함도 필요할 것이다. 결코 주식을 사지 못한 기관과 예측이 틀려 곤혹스러워하는 분석가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함은 아니다. 다만 외국인에 의해 이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서울증시의 현실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주식보유 규모와 시가총액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외국인이 쉽게 서울증시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란 분석에 언제까지 위안을 삼고 지낼 것인가. 근본적으로 외국인의 매매에 대응할 힘이 없다면 "가을 랠리"때 보여준 현상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울증시를 냄비증시라고 하지만, 기관과 개인이 냄비증시를 만들었을까. 아니면 외국인이 냄비증시를 만들었을까. 나스닥시장의 급등락세도 서울증시에 못지 않다. 우리 스스로 서울증시를 폄하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외국인이 머니게임을 펼칠 때 이에 맞설 내부적인 힘이 취약하다는 현실을 슬퍼한다면 몰라도 말이다. 문득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안톤 시냑의 글을 떠올려 본다. "울음 우는 아이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이 떨어져 있을 때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리고 .....". 서울증시가 정원(글로벌 마켓)의 한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가 아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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