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개과천선?..`이머징 구하자` 목소리 높여

조지 소로스 "美 이머징 살리기 주도해야"
연이은 비관론도 석연찮아
英 환투기 당시도 언론이용해 파운드화 추락 유도
  • 등록 2008-10-29 오후 3:54:08

    수정 2008-10-29 오후 3:54:08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미국이 이머징 경제를 살려야 한다"

세계적인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 그리고 MIT대 강연을 통해 이런 주장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 미국의 구제금융에 대한 비난을 연이어 내놓던 그가 이번엔 이머징 살리기의 기수로 섰다.
 
돌아보면 소로스의 말은 늘 석연찮았다. 그가 어떤 시장에 대해 언급을 할 때마다 해당 시장은 그가 의도했던 대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는 주머니를 불렸다. 자연스럽게 그가 왜 아시아를 비롯한 이머징 경제에 대한 열렬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는 지,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 소로스 "美, 이머징 경제 구제해야"
 
현재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인 소로스는 FT 기고문을 통해 "(미국 중심의) 선진국 금융 당국은 전세계적인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어떤 조치든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잘 넘겨냈던 이머징 국가들이 지금 미국발(發) 폭풍에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 조지 소로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만으론 지원이 부족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이머징 국가에 대해 대규모 스왑 라인을 열어야 하며, 이들 국가에 장단기 크레딧을 제공, 이들 국가가 케인즈 주의에 입각한 경기 조정적(counter-cyclical) 재정 정책을 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특별인출권(SDR)을 창출하거나 또 다른 형태의 대규모 국제적인 준비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IMF에서 유일하게 비토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MIT 강연에선 이머징 시장을 위해 IMF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IMF는 중심(선진국)으로서 주변국을 보호해야 하는 새로운 미션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머징을 포함한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은 존속할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또 자신이 돈을 벌고 있는, 그리고 명성을 쌓아 온 헤지펀드 업계의 추락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는 헤지펀드 업계 규모가 금융위기 때문에 현재의 3분의 1, 혹은 절반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 업계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약 1조9000억달러. 1만개 가량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금융위기로 인해 규제가 강화되고, 이로 인해 업계 이익은 줄어드는 것이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결코 지난 25년간 냈던 만큼의 이익은 낼 수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 1992년 英 환투기의 기억
 
소로스가 현 금융위기 해소의 거간꾼인양 하며, 그것도 이머징 경제 회복에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건 왜 일까.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에 대해 찬물을 끼얹는 발언만 해 온 것도 석연찮다. 
  
그가 어떻게 돈을 벌어 명성을 쌓아 왔는 지를 본다면 그가 왜 전세계 금융 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제시하면서 이머징 경제 회복을 위한 기치를 올리고 있는 지 가늠이 된다. 답은 간단하다. 돈 벌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영국 파운드화 환투기 이전의 행보를 상기하면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다.
 
당시 파운드화가 고평가돼 있다고 판단한 그는 언론 매체마다 파운드화 대폭락을 예고해댔다. 그 동안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면서도 인터뷰를 절대 하지 않던 그가 입을 열기 시작하자 언론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그의 말은 대서특필됐다. 그러자 시장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급하게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당시 몸담고 있던 퀀텀펀드를 통해 파운드 매도에 나섰다. 영란은행(BOE)은 온몸으로 이를 방어하고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결과적으로 당시 총리였던 존 메이저까지 물러나고 말았다. 1억달러를 투입한 그는 이를 통해 검은 수요일(1992.9.16) 하루동안에만 10억달러를 벌어들이며 전설적 존재가 됐다.
 
이듬해엔 프랑스 프랑, 덴마크 크로네화 등 유럽 전역을 상대로 환투기를 벌였고, 훨씬 더 많은 부를 거머쥐었다. 역시 이에 앞서 언론엔 해당 통화의 추락을 경고해댔음은 물론이다. 그는 1997년 동남아 외환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 비관론 살포하며 이익 노리는 듯..이머징 살리기도 같은 맥락

금융 위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연일 말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재귀성(reflexity) 이론`이 여전히 먹혀들 것이라고 보고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실제 현실과는 달리 생각하고 있는 현실에 따라 판단을 내리고, 결국은 `생각하는 현실`이 `실제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즉,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판단을 내리게 되기 때문에 시장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인식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그가 자꾸 비관론을 살포할 수록 사람들은 비관론에 빠질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소로스가 미국 경제와 금융 시장에 대한 비관론을 내놓으면서 이머징 살리기 주장을 하고 있는 건, 미국 투자자산은 정리하고 이머징으로 무게를 옮겨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능해 진다.
 
이머징 마켓을 미국이 살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이머징에 대한 신뢰를 되찾게 만들어 시장을 끌어 올리려는 의도일 수 있는 것이다.  
 
소로스는 마하티르 전 말레이시아 총리로부터 1997년 아시아 환란의 주범으로 지목받은 전력이 있다. 이런 그가 모국인 헝가리를 비롯해 동유럽권의 대규모 IMF 구제금융 사태를 지켜보며 느낀 바가 적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래선지 소로스의 `이머징 구하기` 발언에는 선의가 담겼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마하티르 전 총리라면 소로스가 `개과천선(改過遷善)`한 것이냐고 되물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소로스의 말 한마디로 전세계 관련 시장이 급등락하지는 않을 만큼 정보의 비대칭성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의 한 마디가 갖고 오는 파워는 여전하다. 소로스의 주장이 향후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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