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복합위기' 유가 8개월래 최저…영국 파운드 '털썩'

中 코로나 봉쇄·유럽 에너지 위기 충격
사정 낫다는 미국도 침체 공포감 여전
침체 우려에유가 80달러 초반대 폭락
준기축통화 파운드화마저 37년래 최저
이 와중에 중앙은행들 잇단 공격 긴축
  • 등록 2022-09-08 오후 1:59:52

    수정 2022-09-08 오후 7:14:20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비빌 언덕이 없다.’

미국·유럽·중국·일본 같은 주요국 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금융시장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80달러 초반 수준까지 폭락했고, 준기축통화로 꼽히는 영국 파운드화는 37년 만의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이 와중에 치솟는 물가를 잡고자 ‘울며 겨자 먹기’ 긴축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불안감은 더 큰 상황이다.

(사진=AFP 제공)


글로벌 침체 공포에 유가 ‘털썩’

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5.69% 급락한 배럴당 81.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11일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낮다. 6월8일 당시 배럴당 122.11달러까지 폭등했던 때와 비교하면 최근 3개월새 40달러 이상 떨어진 것이다.

유가 폭락은 세계 경제가 흔들리면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부상한 탓이다. 무엇보다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8월) 중국 수출 규모는 3149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1%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12.8%)를 한참 밑돌았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수요가 약화하면서 수줄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진단했다.

더 심각한 것은 유럽의 러시아발(發) 에너지 위기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간 에너지 규제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EU가 러시아산 원유 외에 가스에 대해서도 가격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하자, 러시아는 자국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국가에 석유와 가스를 일절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이 올해 유럽(영국 포함)에 공급한 가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9%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에너지 공급이 부족한데, 이제는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폭등 속 경기 침체)을 부를 수 있는 초대형 악재다.

이날 파운드화 폭락은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장중 1.1407달러까지 하락했다(파운드화 약세·달러화 강세).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 이후 37년 만에 가장 낮다.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경제 성장세 회복을 외쳤지만, 시장은 파운드화 매도로 반응했다.

파운드화 폭락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공격 긴축을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이례적이다. BOE는 지난달 초 기준금리를 1.25%에서 1.75%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빅스텝’은 1995년 이후 27년여 만이다. 이를 반영해 영국 2년물 국채(길트채) 금리는 빅스텝 직전 1% 중후반대에서 현재 3.2%대까지 치솟았다.

월가의 한 고위인사는 “영국 국채금리가 오르는데, 파운드화 가치가 반대로 떨어지는 것은 BOE 통화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타 신흥국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 준기축통화로 꼽히는 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파운드·달러 환율이 유로·달러 환율에 이어 패리티(parity·1대1 교환)를 나타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이체방크의 슈레이아스 고팔 FX 전략가는 “파운드화 위기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중앙은행들 잇단 ‘자이언트스텝’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미국도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이날 기준으로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는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기준)이 1.4%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잠재성장률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GDP 나우는 대표적인 경제 예상 모델로 새로운 지표가 나올 때마다 수정한다.

이런 와중에 주요국들의 공격 긴축 공포는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이날 금리를 3.25%로 75bp 전격 인상했다. 2008년 4월 이후 14년여 만의 최고치다. BOC는 최근 4차례 회의를 통해 금리를 무려 300bp 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이번달(9월) 금리 인상 폭도 75bp로 기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은 이번달 들어 실업률이 오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겠다는 제롬 파월 의장의 공개적인 약속을 계기로 75bp 인상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WSJ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다가올 때 연준 내 분위기를 정확하게 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연준의 이번달 75bp 인상 확률은 78.0%로 나타났다. 50bp 빅스텝을 점친 확률은 22.0%에 불과했다.

월가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이번달 75bp 인상은 거의 기정사실화하는 것 같다”며 “오히려 오는 11월 FOMC에서 4%까지 올릴지, 아니면 3% 후반대에서 멈출지 여부에 시선이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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