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기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라고 자평했던 이들이 석달여만에 포탄맞은 비행기처럼 추락한 이유는 뭘까. 쇠고기 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긴 하지만 이명박 1기 내각의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것은 그보다 훨씬 먼저였다는 게 중론이다.
◆ 출범부터 '강부자' 꼬리표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후보를 추려내는 과정에서도 잡음들이 터져나왔다. 아무개는 스스로 생각해도 언론의 검증을 도저히 벼텨내지 상황이어서 장관직을 고사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렸다. 청문회만 통과할 정도면 오케이라는 말도 나왔다. 아슬아슬하게 추려낸 장관후보들도 만만치않은 흠집들이 있었다.
부동산 과다 보유와 투기 의혹을 받던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정부 출범 전날인 지난 2월24일 사퇴했고, 부인과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부동산 투기 의혹 등이 불거진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와 역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쓸린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도 정부 출범 이틀 후에 낙마했다. 강남의 땅부자라는 뜻의 '강부자'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다.
이들이 해명이라고 내놓은 엉뚱한 말들은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됐다. '땅을 사랑할 뿐 투기는 아니다'거나 '유방암이 아니라 감사하다며 남편이 오피스텔을 한 채 사줬다'는 해명은 그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 정서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청와대 수석 인사도 마찬가지였다. 박미석 사회정책수석은 초반부터 논문 표절로 문제가 됐지만 겨우 버티다가 재산공개 이후 농지법 위반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 4월27일 물러났다. 토지 매입 과정에서 위장전입 의혹이 불거졌던 김병국 외교안보수석과 곽승준 국정기획수석도 구설에 올랐다.
◆ 콘트롤타워 부재..불협화음 계속
재산파동을 어렵게 넘기고도 잡음은 계속됐다. 같은 사안을 놓고 당정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란이 계속됐다. 청와대의 의욕이 앞서면 앞설수록 공무원들은 누구의 눈치를 봐야 할지 혼란스러워했고 정책이 갈팡질팡하면서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자연스럽게 미뤄졌다.
재정부가 고환율-저금리를 노골적으로 주장하며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인 금리결정까지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볼썽 사나운 모습 가운데 하나였다. 왜 조용히 조율하지 못하냐는 게 시장의 목소리였지만 양측의 간극은 한동안 계속됐다.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놓고도 재정부-금융위-청와대의 혼선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산은 단독 조기 민영화를 추진하는 와중에 강만수 장관이 메가뱅크론을 들고 나온 것 경제팀 내부의 불협화음과 콘트롤타워의 부재현상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꼴이 됐다.
급기야는 대통령도 내각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며 공개석상에서 핀잔을 줬다. 지난달 14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광우병 문제를 보면 아는 부서는 농림수산식품부 밖에 없고 다른 부서는 기본적으로 최소한의 상식선에서도 정부 정책을 잘 모른다"고 질책했다.
이같은 정책혼선을 미처 조절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대통령의 방미일정이 잡혔고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타결된 쇠고기 협상이 불씨가 되어 여론이 악화됐다. 결국 이명박 1기 내각은 10일 국무회의 직후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여론의 처분을 기다리는 비극을 맞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