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왑 시장 왜곡.."돌파구가 없다"

정상적 시장기능 상실..달러차입 곤란 우려도
  • 등록 2003-03-04 오후 4:37:27

    수정 2003-03-04 오후 4:37:27

[edaily 이정훈기자] 통화스왑(CRS) 리시브(receive: 원화 고정금리 수취)쪽에 수요가 몰리면서 빚어진 시장 왜곡현상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 CRS 레이트는 만기에 관계없이 3%대로 추락했고 스왑커브는 완전히 평평하게 누웠다. 일부 구간에서는 만기간 레이트 역전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리시브 수요가 워낙 넘쳐나다보니 수급상 시장을 돌려놓을 모멘텀이 없어 이같은 이상현상은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화 채권의 투자메릿이 높아지거나 국내 기관의 해외채권 발행이 늘어나 페이 수요가 늘어나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방적인 CRS시장..장-단기 역전 최근 CRS 시장을 보고 있으면 정상적인 시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커브는 완전히 평평하게 누웠고 장기와 단기 레이트가 역전되는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리시브만 나오고 페이(pay:원화 고정금리 지급)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보니 시장호가보다 훨씬 낮게 페이가 나오기만 하면 리시브쪽에서 기다렸다는 듯 받아간다. 실제 시장 상황을 보면 이같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다. 3일 종가 기준으로 CRS 1년 레이트는 3.89%인데, 2년과 3년도 3.89%로 같다. 5년도 3.95%로 1년과 스프레드가 6bp에 불과하다. 지난 주말에는 1년과 2년, 3년 레이트가 뒤집혀 3년이 가장 낮고 2년과 1년이 그 뒤를 따르는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따라 IRS-CRS간 베이시스도 2월초 -57bp에서 불과 한 달도 안돼 -86bp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그후에도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당시 1년 레이트가 3.89%인 상황에서 5년 비드가 3.85%에 나오자 리시브가 이를 낚아채면서 5년 거래가 1년보다 4bp 낮은 3.85%에서 이뤄졌다. 4일 오전에도 1년 레이트가 3.84%였지만 3년물은 3.79%에서 리시브가 비드를 채가면서 거래를 체결시켰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리시브만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며 "레벨에 관계없이 페이만 나오면 리시브가 가져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도 "지금 시장에서는 5~6bp 정도는 보지도 않고 받아간다"며 "비드만 있으면 찍어가는 양상이며 점차 패닉(panic)쪽으로 가는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췄다. ◇해외채권 투자 증가..리시브 유발시킨 주원인 시장에서는 기본적으로 살려는 쪽과 팔려는 쪽이 만나 가격을 형성하게 된다.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강해지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쪽 수요가 유발되는 반발작용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재 CRS 시장에서는 리시브만 있고 페이는 실종돼 있다. 무엇이 이같은 일방적인 시장 흐름을 야기했을까? CRS 리시브는 원화 고정금리는 수취하는 쪽이기 때문에 외화 변동금리를 보유한 쪽에서 헤지를 위해 리시브에 나서게 된다. 한마디로,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국내 기관들의 헤지수요가 이같은 리시브를 유발시킨 주요인이다. 최근 보험사들은 국내 장기채권 공급이 워낙 부족하기 때문에 장기부채에 대한 매칭을 위해 해외 장기채권쪽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 해외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펀드나 신탁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투신사와 시중은행 등에서 이같은 해외투자펀드를 앞다퉈 시판했거나 준비중이다. 이와 함께 장기투자기관까지 확대된 신용연계채권(CLN) 투자와 포드사 등의 아리랑본드 발행 가능성 등 리시브를 만들어내는 요인만 눈에 띈다. 또한 최근 레이트 급락으로 일부 외국계은행들의 손절매(스탑로스)로 인해 급매물이 나오는 것도 추가적인 레이트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취감춘 페이세력.."수요가 보이지 않는다" 반면 CRS를 페이하려는 쪽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국내 기관의 해외채권 발행 스왑뱅크로 나선 기관에서 간간이 페이를 내놓긴 했지만, 당분간 페이수요가 나올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한 유럽계은행 스왑딜러는 "장중에 에셋스왑 태핑 얘기는 꾸준히 들려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페이쪽 플로우(flow)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그동안 CRS 페이는 국내 카드사의 해외 ABS나 공기업 계열의 해외채권 발행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그나마도 발행이 끊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카드사들이 연체율 급증으로 정부 규제를 받게 되면서 이같은 해외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곧 외평채가 발행되지만, 원화로 교체돼 스왑시장 페이를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발행후 달러로 유지되고 있어 페이 수요를 찾긴 힘들 수 밖에 없다. 해외채권 투자가 느는 것과 반대로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는 축소되고 있는 점도 이같은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향후 달러/원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세하면서 외화부채를 가진 기업들이 스왑을 통해 헤지하지 않는 것도 페이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CRS 왜곡 "상당기간 지속될 듯"..금리 하락 부추길수도 이런 페이와 리시브간의 불균형이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도 CRS 시장의 왜곡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산업은행 정해근 금융공학실장은 "현재로서는 페이쪽 공급 자체가 끊어진 상황이라 CRS 시장이 반전을 노리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외국계은행들의 손절매까지 가세할 경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며 마켓 메이킹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계은행 스왑딜러는 "해외채권 투자에 따른 리시브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발행분이 늘어나서 자금이 국내에 있어야 하지만 이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CRS 장기 레이트가 단기 아래로 내려가는 역전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CRS 1년의 경우 포워드(forward) 거래로 헤지 가능해 상쇄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장기로 갈수록 그런 헤지 방법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 해외ABS 발행이 있더라도 대체로 만기가 3년이라 CRS 5년과는 미스매칭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CRS 트레이딩 자체가 어려워져 외화채권 투자 등에 따른 헤지물량을 소화해내기 힘들어질 수 있다. 또 지난 주 채권시장에서 확인됐듯이, CRS 페이 부족으로 리시브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국채선물 매수로 대체돼 금리 하락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국내 금리를 지나치게 낮춰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고 그만큼 달러화 차입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정책완화 고려..국제 크레딧 인식 개선도 필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당장 별다른 해결책은 없다는 반응이다. 다만 정책적인 변화나 해외기업에 대한 크레딧 인식 개선 등이 중장기적으로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은행 딜러는 "카드사가 해외ABS를 발행해도 스왑뱅크가 달러 변동 리스크를 지고 카드사는 원화를 유리한 조건에 빌려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당국에서 카드사의 해외ABS 발행 규제를 완화시킬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얘기하는 쪽도 있다. 정해근 실장은 "아리랑본드 발행을 추진중인 포드사의 경우 국제신용시장에서는 BBB등급에 불과하지만, 국내 기관들은 현대차의 국내 신용등급인 AA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차입금리가 유리한 아리랑본드 발행에 나설려고 한다"며 "이같은 크레딧 스프레드에 대한 인식도 맞아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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