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좋다"…'현자의 돌' 찾기식 R&D에 6천억 투입

정부, 산업 난제 분야에 7년간 6000억원 투입
車·로봇·첨단장비·신재생에너지·에너지효율 등
경제성 충분할까…예비 타당성 조사 통과 관건
혈세 투입 우려도..산업부 “기업 멤버십 활용할 것”
  • 등록 2019-03-26 오전 11:01:22

    수정 2019-03-26 오후 3:27:14

지난해 10월 11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백경욱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고해상도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는 극미세 피치용 이방성(異方性) 전도 필름을 개발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정부가 성공가능성이 낮지만 고난도 기술개발이 필요한 분야에 7년간 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장에서 경제성을 이유로 쉽게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래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그랜드챌린지 발굴위원회’ 출범행사를 갖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철로 금을 만들려던 그리스 연금술사들의 실패한 노력이 현대 화학의 시초가 된 것처럼 파괴적 기술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축적의 시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위원회는 이병주 위원장(한양대 교수) 등 총 60인의 산학연민간전문가로 구성돼 국민을 대상으로 내달 초까지 수요조사 등을 거쳐 올 상반기 중으로 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7년간 총 6000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위원회는 △자동차 △로봇 △첨단장비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향상 등 5개분야에서 과제를 선정한다. 각 분야별로 3개 기관을 선발해 2년간 3억~5억원을 투입해 개념설계를 한 뒤, 본연구에서는 최종적으로 한 개 기관을 선별해 250억원을 지원한다.

산업부는 실패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목표 달성에 대한 평가등급을 없앴다. 당장의 사업성보다는 연구 파급효과에 방점을 찍겠다는 취지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미국, 일본 등의 미래 기술개발 사례를 본 따왔다. 미국의 경우 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에서 개발한 국방기술이 산업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위치정보서비스 산업의 기반이 된 위성항법시스템(GPS)가 대표적이다.

일본 역시 문부과학성, 경제산업성, 내각부 등이 공동으로 ‘문샷형 기술개발 연구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문샷(moonshot)’이란 말 그대로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처럼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성공하면 기술 발전 단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을 뜻한다.

관건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통과여부다. 국비 300억원,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예타를 통과해야 예산을 쓸 수 있다. 예타에서는 기술평가 외에도 경제성 평가를 하는데, 통상 기초 R&D분야의 경우 예타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기술을 특정하는 프로젝트 R&D와 달리 알키미스트와 같은 프로그램형 R&D는 예타를 통과한 사례가 드물다.

이에 대해 김현철 산업부 산업기술정책관은 “과기부와 함께 기초, 도전적 R&D 관련한 예타에 대해 논의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말 예타 평가를 일부 개정해 경제성 평가 비중을 줄였고, 미래기술 습득을 위해서는 R&D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기업이 투자해야할 분야에 혈세가 투입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성공여부를 따지지 않다보니 무분별한 연구가 이뤄질 경우 ‘정부 실패’ 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향상 분야는 민간기업들이 상당한 R&D를 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업 멤버십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발될 기술에 관심을 있는 기업이 소정의 참여비용을 지불하고 멤버십 회원으로 등록할 경우, 연구 결과물을 활용해 공동 기술개발, 기술 이전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정부는 기업들의 관심을 끌여들이기 위해 초기에는 멤버십 비용은 크게 책정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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