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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그랜드챌린지 발굴위원회’ 출범행사를 갖고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철로 금을 만들려던 그리스 연금술사들의 실패한 노력이 현대 화학의 시초가 된 것처럼 파괴적 기술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축적의 시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위원회는 이병주 위원장(한양대 교수) 등 총 60인의 산학연민간전문가로 구성돼 국민을 대상으로 내달 초까지 수요조사 등을 거쳐 올 상반기 중으로 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7년간 총 6000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위원회는 △자동차 △로봇 △첨단장비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향상 등 5개분야에서 과제를 선정한다. 각 분야별로 3개 기관을 선발해 2년간 3억~5억원을 투입해 개념설계를 한 뒤, 본연구에서는 최종적으로 한 개 기관을 선별해 250억원을 지원한다.
산업부는 실패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목표 달성에 대한 평가등급을 없앴다. 당장의 사업성보다는 연구 파급효과에 방점을 찍겠다는 취지다.
일본 역시 문부과학성, 경제산업성, 내각부 등이 공동으로 ‘문샷형 기술개발 연구 제도’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문샷(moonshot)’이란 말 그대로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처럼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 성공하면 기술 발전 단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을 뜻한다.
관건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통과여부다. 국비 300억원,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예타를 통과해야 예산을 쓸 수 있다. 예타에서는 기술평가 외에도 경제성 평가를 하는데, 통상 기초 R&D분야의 경우 예타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특정 기술을 특정하는 프로젝트 R&D와 달리 알키미스트와 같은 프로그램형 R&D는 예타를 통과한 사례가 드물다.
기업이 투자해야할 분야에 혈세가 투입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성공여부를 따지지 않다보니 무분별한 연구가 이뤄질 경우 ‘정부 실패’ 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에너지효율향상 분야는 민간기업들이 상당한 R&D를 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기업 멤버십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발될 기술에 관심을 있는 기업이 소정의 참여비용을 지불하고 멤버십 회원으로 등록할 경우, 연구 결과물을 활용해 공동 기술개발, 기술 이전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정부는 기업들의 관심을 끌여들이기 위해 초기에는 멤버십 비용은 크게 책정하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