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헌재 Lee`브랜드의 明과 暗

  • 등록 2004-09-10 오후 7:04:33

    수정 2004-09-10 오후 7:04:33

[edaily 김춘동기자]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감세불가론을 외치다 정치권에 굴복했던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주만에 정례브리핑을 가졌습니다. 기자들은 정부가 감세를 받아들인 배경을 궁금해 했습니다. 이 때문에 재경부 관료들은 전날부터 적잖이 긴장했습니다. 이부총리도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아무래도 상처받은 경제리더십을 감추기 어려웠기 때문이었겠지요. 경제부 김춘동기자는 `헌재 리(Lee)`라는 브랜드가 정치에 의해 구겨지는 현실을 안타까운 심정으로 전합니다. 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주만에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이 부총리는 지난 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칠레에 갔었지요. 오전 11시 정각에 맞춰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정부과천청사 1층 제2브리핑룸에 들어선 이부총리는 특유의 농담으로 브리핑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브리핑룸의 분위기가 무거웠던 모양입니다. 기자들이 이 부총리의 목소리가 잘 안들린다며 "좀 크게 말씀을 해달라"로 요청하자 그는 "목소리를 크게 하면 내 브랜드가 아닌데…"라며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내 브랜드는 들을 수 있는 둥 마는 둥 해야 하는 데 억지로 크게 하면…"이라고 말하고는 "들리도록 하겠다"며 수출동향부터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듯 이 부총리는 자신의 이름 석자가 갖는 브랜드를 소중하게 여겨온 경제관료로 알려져왔습니다. 자존심도 강하지요. 그런데 얼마전 그 자존심과 브랜드에 심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감세불가론을 일관되게 주장했지만 정치권과의 협의과정에서 방향이 180도로 바뀐 것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이 부총리는 물론 주무부처인 재경부는 감세정책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감세로 인한 소득이나 소비 증가효과는 불투명한데 반해 세수만 감소된다는 이유 때문이었죠. 이 부총리는 지난달 6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반적인 감세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27일에는 이자소득세는 인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이로부터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정부와 여당은 소득세와 감세정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물론 그 전 주에 우리당이 재정확대와 감세안을 포함해 정부에 건의했었는데, 거의 가감 없이 정부정책으로 수용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간 이 부총리는 지구 반대편인 칠레에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 부총리의 변명을 한번 들어보시죠. "정치권과의 대화도 필요한 측면이 있고, 유류세 인하 압력도 있으니 모든 걸 감안해 법안검토 과정에서 일부 감세요구가 나온다면 완강하게 거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여행을 떠났다" "일률적인 감세로 소비나 투자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앞으로도 그러한 정책이 주종을 이룰 것이다. 정책의 기본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감세에는 직접 동의하지 않았고, 소득세와 이자·배당 세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감세정책은 여전히 주종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왠지 궁색합니다. 세금은 이미 깎아놓고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하니 앞뒤가 잘 맞아들어가질 않습니다. 법안설명 과정에서 정치권과의 협상과 타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혼선입니다. 참여정부의 가장 큰 약점은 `불확실성`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죠. 정부는 반시장 정책이나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내놔보라고 다그치지만 "일정한 방향성을 찾기 어렵다"는 민간 경제주체들의 불평이 여전합니다. 실제로 감세정책이 여당의 요구로 정반대로 뒤집힌 것을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도입방안 등 부동산정책도 갈피를 잡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경기인식도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성장과 분배 논란도 마찬가지 입니다.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통치철학에 따라 분명하게 지향점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입니다. 합리적인 토론과정이 필요한 것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주요 경제정책들이 한 달새 돌변하고, 또 자주 그럴 여지를 남겨 두는 것은 참여정부 경제팀의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경계합니다. 죽이 됐든, 밥이 됐든 구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라고 여기는 반면 결정을 미루거나, 말이 오락가락하거나 아래윗 사람 말이 서로 다르거나, 정책이 혼선을 빚거나 하는 불확실성을 싫어합니다. 최근 투자와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조적인 요인이 많긴 하지만 경제정책의 불확실성도 분명 한 몫하고 있습니다. 이 부총리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해결사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그 만큼 소신이 강하다는 것이죠. 여권 386세대와의 갈등도 같은 맥락에서 풀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부총리의 어깨에 힘이 빠졌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 리더쉽이 흔들린다, 경제 콘트롤 타워가 없다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참여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이 부총리가 청와대와 여당을 설득할 수 없다면 미련 없이 그만두라"는 극단적인 주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부총리는 대통령탄핵 당시 `한국경제는 내가 책임진다`라며 기민하게 대처해 정치불안이 경제불안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권과 청와대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이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좀 더 자신감을 가지라"는 한 기자의 지적에 대해 "언론이 도와줘야지. 자신감을 가지고 얘기하면 하도 말 바꾼다는 지적이 많아서…"라며 엄살섞은 농담으로 받아넘겼습니다. 이 부총리가 경제 한국호의 선장으로서 보다 강력하고, 확고한 경제리더십을 발휘하게 해야할 때입니다. 지금처럼 경제부총리의 브랜드 가치가 추락해서는 경제회복을 이끌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빳빳하던 `헌재 리(Lee)`의 브랜드가 많은 상처와 공격으로 심하게 훼손됐습니다. 책임이 본인보다 정치권에 있는 만큼, 원 상태로 되돌려놓는 일도 정치권이 도와주길 바랍니다. 우리 경제를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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