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악재' 北 도발에…3% 성장 '빨간불' 켜졌다

민간소비·건설경기 주춤…경기회복 탄력 약해져
'셀 코리아' 조짐…"실물 불안 야기 가능성 우려"
  • 등록 2017-09-29 오후 12:07:19

    수정 2017-09-29 오후 12:07:19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30일 방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로 추정되는 미사일 4발 동시발사 합성사진.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우리 경제의 경기 회복 탄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것일까.

‘돌발악재’ 지정학적 리스크의 후폭풍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안보를 넘어 경제도 직격탄이 우려되고 있다. 반등하나 싶었던 소비가 다시 고꾸라질 조짐이고, 그나마 호조인 수출도 ‘반도체 의존’ 탓에 불안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시장에서도 ‘셀(sell) 코리아’ 기류가 커지고 있다. 금융 불안은 곧 실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3% 성장은 물건너갔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민간소비·건설경기 ‘빨간불’

29일 통계청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달(8월) 국내 소매판매액은 전달 대비 1% 감소했다. 지난 6월부터 2개월 연속 늘다가 3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신발과 가방 등 준내구재(0.3%) 판매가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와 음식료품 같은 비내구재(-0.5%) 판매가 많이 감소했다.

민간소비 둔화는 경기 침체의 최대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6년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11년째 국내총생산 증가율(경제성장률)을 하회하고 있다. 국민들의 주머니가 얇아지면서(실질구매력이 낮아지면서) 지갑을 닫고 있는 게 우리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학계가 구조적인 장기침체의 시작점으로 보는 2012년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은 불과 1~2%대에 머물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추가경정예산을 거의 매해 편성하고 한국은행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올해 역시 국내 민간소비는 여전히 불안한 모습인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급등했던 소비심리도 최근 하락 반전하고 있다. 이번달(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2.2포인트 내린 107.7을 기록했다. 두 달째 하락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예상보다 북핵 리스크가 완화되지 않고 있고 그와 맞물려 사드 보복이 장기화되고 있다”면서 “하반기 살아날 줄 알았던 소비가 다시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 우리 경제를 이끌다시피 한 건설업도 ‘빨간불’ 조짐이다. 문재인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여파다. 과열 우려가 컸던 부동산 시장을 잡는 효과를 낼 수는 있겠지만, 경제 전체로 보면 엄연한 하방 리스크다.

이번달 건설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73) 대비 1포인트 하락한 72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 이후 부동산·임대업종의 심리는 줄곧 안 좋았다. 다만 건설업종의 심리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 이번달부터 서서히 악재로 반영되는 기류다. 정부 정책이 주택 공급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설비투자도 주춤하고 있다. 7월(-5.1%)과 8월(-0.3%) 설비투자 증가율이 모두 줄었다.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게 수출인데, 이마저도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번달 1~20일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31.1%. ‘고공행진’이라는 평가가 부족하지 않은 수치다.

다만 업종별 편차가 너무 크다는 점은 우려된다. 특히 반도체 수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0.9% 증가했다.

코스피가 0.57포인트 오른 2373.14로 장을 마감한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에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코리아 엑소더스’ 불안감 커져

무엇보다 최근 두드러지는 쪽은 금융시장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코리아 엑소더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3거래일간 원화 채권만 3조원어치 넘게 내다팔았다. 주식시장도 외국인 매도가 우위인 상황이다. 그렇게 주식과 채권을 팔아 마련한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 자국으로 송금하려는 역송금 수요 때문에 원·달러 환율도 단기 급등했다.

북한 리스크가 불거진 지난달부터 있었던 현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액은 21억1000만달러 줄었다. 지난해 3월 이후 17개월 만에 감소 전환한 것이다. 지난해 1월(25억2000만달러 감소)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채권이 포함된 ‘부채성증권’은 42억2000만달러 줄었다.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에 첫 감소다.

정책당국은 특히 이같은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로 옮겨붙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3% 성장은 물건너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진성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2분기 주요 산업지표들이 호조를 보이지 못했다”면서 “3% 경제성장률을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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