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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국 매체 텅쉰망은 앤트그룹 고위층이 긴급 회의를 열고 상장 일정이 보수적으로 반년 가량 미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며칠 동안은 회사 역사상 가장 어둡고 힘든 날이었다”고 말했다.
앤트그룹 상장 연기 소식은 중국 내에서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날 오전부터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앤트그룹 관련 기사는 뉴스토픽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전날 밤 갑작스레 공고문을 내고 오는 5일로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커촹반(과학혁신판·스타마켓) 상장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핀테크 관리감독 환경 등에 중대한 사항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다.
이후 알리바바그룹은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동시에 진행하려던 상장 절차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동시 상장 일정을 48일 앞두고서다.
이번 사건을 두고 많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 중 마윈 알리바바 창립자가 금융당국을 겨냥한 발언이 화근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이후 핀테크 영역을 포함한 금융 위험 통제를 최우선 정책 순위에 놓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난 2일엔 마윈을 비롯해 징셴둥(井賢棟) 회장, 후샤오밍(胡曉明) 총재를 소환해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회의에는 증권감독위원회, 인민은행 등을 비롯해 4대 금융당국이 모두 모인 만큼 그 심각성을 보여줬다.
당시 중국 언론은 이 소식을 짤막한 단신으로 전하면서 ‘예약면담’(웨탄)이라고 표현했다. 예약면담은 주로 상부기관이 하부기관의 운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제도다. 중국 내에서는 “글자 수가 적을 수록 중요한일”이라는 인식이 있기에 더욱 긴장감이 커졌다.
결국 중국 정부는 며칠 후 전격적으로 세계 최대 IPO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연기시켰다.
케빈 크웩은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IPO가 왜 중단됐는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마윈에게 누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건지 중국정부가 상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상장 날짜에 너무 가까운 이러한 극적인 움직임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에 알리바바는 중국 당국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알리바바는 지난해 11월 홍콩 증시에서 2차 상장하면서 중국 증권시장의 투자 열기를 이끌기도 했다. 앤트그룹이 미국 나스닥이 아닌 상하이 커촹반을 택한 것도 비슷한 맥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앤트그룹의 상장이 다시 흥행 가도를 달릴지는 미지수다. 앤트그룹은 상하이와 홍콩거래소에서 총 350억달러(40조5440억원)를 조달할 예정이었다. 이는 세계 역대 최대 IPO 기록을 세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조달 규모 294억달러를 뛰어넘는다.
이번 소식으로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3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8.13% 폭락한 285.5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 폭락으로 알리바바 시가총액은 750억달러(약 85조7000억원)가량 증발했다. 이에 따라 알리바바 주식 4.2%를 보유한 마윈의 개인 재산도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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