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같이 먹었으면 설거지도 함께

  • 등록 2004-02-09 오후 5:24:32

    수정 2004-02-09 오후 5:24:32

[edaily 하정민기자] 세계인의 시선을 고정시켰던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 이후 첫 외환거래가 이뤄진 아시아 시장에선 유로 강세가 두드러졌습니다. 한국을 비롯해서, G7 성명에서 거론된 "유연성"의 불똥을 염려했던 몇몇 아시아국가들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부 하정민 기자는 아시아국가들이 경기회복을 위해 자국통화 강세를 무조건 저지하는 것만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합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더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과연 틀리지 않았습니다. G7 회담을 앞두고 지난주 세계 금융시장 여기저기서 제기됐던 많은 주장과 의견들은 미국의 일관된 달러약세 선호에 묻혀버렸습니다. 이날 주요국 금융시장 움직임을 보면 달러 약세 기조도 크게 변화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군요. 이 와중에 제기된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으로 전세계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발단은 이렇습니다. 이번 회담 후 채택된 성명서에 작년 9월 두바이회담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환율의 `유연성(flexibility)`이란 문구가 채택된 거죠. 성명서에는 "유연성이 결여된 주요국은 보다 많은 유동성을 갖춰야한다"는 문구가 들어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페그제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에게 "자국통화를 절상하라"라는 요구를 부드럽게 표현하기 위해 이 표현을 집어넣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다들 아시는대로 이상한 방향으로 튀었습니다. 바로 유로 초강세 현상이죠. 때문에 미국은 지난해의 전철을 안 밟으려고 `유연성이 결여된 주요국` 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중국과 몇몇 아시아국가를 정통으로 겨냥한 것입니다. 여기에는 "발권력(!)을 통해서도 급격한 원화 강세를 막겠다"는 우리 재경부도 빠질 수 없겠네요. 일단 당사자인 중국은 즉각 위안화 절상 보도가 사실 무근이라고 강력 부인했습니다. 인민은행 대변인은 다음달 위안화가 5% 절상될 가능성이 있다는 차이나비즈니스포스트의 보도에 대해 "그 쪽의 견해일 뿐"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다른 아시아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재경부는 "이번 성명서에 새로운 문구가 들어간 것은 달러약세가 지나치다는 일본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다소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내놨고 대만 중앙은행은 자국통화 강세가 나타날 경우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아시아국가 통화절상 요구를 무조건 최대강국 미국의 횡포로만 분석해서는 곤란합니다. 달러약세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고 이 적자가 대부분 중국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1990년대 신경제가 나타난 후 미국은 세계 최대의 소비국이란 위용에 걸맞게 중국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상품을 엄청나게 사들였습니다. 미국의 왕성한 소비는 중국 경제성장에 날개를 달아줘 중국은 매년 8%가 넘는 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10년넘게 중국 상품을 사줬고 이것이 현 달러약세의 배경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대해 무조건 "나 몰라라"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결론적으로 두바이 회담의 애꿎은 피해자가 된 유럽과 중국을 비교해보면 이같은 사실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지난 1년간 유로화는 달러화에 대해 20% 이상 절상됐지만 위안화는 단 0.001%도 절상되지 않았습니다(환율이 달러에 연계된 페그제니까요) 그런데 작년 유럽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중국은 지난해 9%의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유럽은 1%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니 자국통화 강세를 절대 반대하며 경제성장의 열매를 독차지해온 중국에 대해 미국은 물론 유럽까지 쌍심지를 돋우는 것도 전혀 무리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90년대는 물론 지금도 반도체와 전자제품 등을 미국으로 수출할 수 없었다면 어떻게 될 지 생각해 보십시오. 너무 미국 편만 드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실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난 10년간 미국이 왕성한 소비를 해준 덕택으로 중국과 많은 아시아국가들이 경제성장을 이뤘다면 이제 그 소비의 `폐해(달러약세)`가 나타나는 시점에서는 먹어치운 그릇의 설거지도 같이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거지를 같이하자는 논리에 굳이 문자를 덧붙이자면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라고 표현할 수 있겠구요. 오히려 이번 G7 회담을 통해 미국이 아시아국가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당장 급격한 통화강세를 단행하라는 말이 아니라 "달러약세로 유럽에게만 집중된 부담을 아시아, 특히 중국 너희가 나눠서 부담해"란 뜻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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