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기술보다는 시장을 먼저 봐야죠"

배병우 인포피아 회장 인터뷰
자체 개발 혈당측정기, 국내 최초 美 FDA 인증 등 각종 개발성과
맨주먹으로 헬스케어 벤처기업 설립..2020년 매출 1조 자신
  • 등록 2013-10-22 오후 6:57:26

    수정 2013-10-22 오후 6:57:26

배병우 인포피아 회장. 인포피아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혈당측정 바이오센서의 인증을 받았다.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혈액 한 방울로 모든 건강 상태를 알아낼 수 있다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멀리 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도 아니다. 국내 의료진단 기기의 기술 발전과 더불어 어느새 ‘U-헬스케어’ 시대가 우리 생활 속으로 성큼 다가왔다.

U-헬스케어의 핵심 중 하나인 혈액 진단기기 분야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배병우 인포피아(036220) 회장을 만났다. 높은 외국 기술의 벽에 가로막혀 국내 대기업들조차 제품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하던 시절, 그는 맨주먹으로 벤처 회사를 설립한 뒤 지금의 중견 헬스케어 전문기업을 일궈냈다.

상상 속 미래가 현실이 되는 데에는 절망을 모르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면 충분했다. 배 회장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면서도 “퇴근할 땐 힘들어서 지쳐 쓰러질 같았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밝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고인 물은 썪는다”

인포피아는 지난 2003년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혈당측정 바이오센서의 인증을 받았다. 배 회장은 “이 성과가 긴 사업 여정의 큰 전환점이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FDA 인증 이후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 혈당측정기를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매출 규모도 급격하게 늘었다. 그러나 배 회장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수익이 발생하자 곧바로 혈당 이외 다른 진단기기 개발로 투자를 확장하기 시작한 것.

혈액진단기기 제품의 개발은 인체 조건 및 온도, 습도 등 각종 변수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배 회장은 “고인 물은 썪기 마련”이라며 신제품 개발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당뇨를 비롯해 콜레스테롤, 심장병, 암, 간질환 등 각종 진단기기 개발에서 성과를 거뒀다. 모바일 기술과의 접목에도 성공해 애플의 아이폰과 연동된 혈당 측정기를 곧 출시할 예정이기도 하다.

배 회장은 “그동안 제품 개발에 끊임없이 투자해 온 결과가 나타나며 진단기기 쪽의 진영이 어느정도 갖춰졌다”며 “무형자산이 충분히 쌓인 만큼 2020년 매출 1조원대로 성장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난의 연속

배 회장은 1996년 ‘Technology for Human’이라는 모토로 인포피아를 설립했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낙후된 국내 기술에 경쟁력을 갖춰 인류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부품 꿈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첫 작품으로 내놓은 생화학분석기는 그에게 쓴 맛을 안겨줬다. 병원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모른 채 기술력으로만 승부하려 했기 때문이다.

배 회장은 당시를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회고했다. 직원들 월급을 1년 가까이 못 준 적도 있었다. 당시 제품 개발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었기 때문에 그로선 간절한 마음으로 직원들의 양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직원들 역시 잘될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회사를 떠나지 않고 대부분 고통을 함께 했다. 배 회장 역시 추가로 실험실을 만들 만한 여력이 되지 않자 회장실을 내어놓고 별도의 집무실 없이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기 시작했다.

그는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눈앞에 고지가 있다는 생각에 심적인 고통이 그렇게 크진 않았다”며 “월급도 못 주는 리더를 믿고 따라준 직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고 회고했다.

이후 인포피아는 혈액 분석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00년 혈액 분석 장비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국내 최초로 FDA 인증을 획득하며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았다.

대통령 경제사절단으로

동고동락한 직원들의 ‘전우애’는 더욱 끈끈해졌고 힘들게 개발한 혈당측정기의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기 시작했다. 당뇨 인구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면서 혈당 측정기의 수출 규모도 더욱 커져갔다.

사업이 확장세를 이어가며 제조공장과 연구개발에 대한 자금 조달이 필요해지자 2007년 인포피아는 코스닥에 상장하기에 이르렀다. 배 회장은 조달된 자금으로 현재의 위치에 본사와 공장, 연구소 사옥 등을 건설했다. 이는 시설 확장을 통해 매출 500억원대로 급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인포피아는 베트남에서 1000억원 규모의 병원수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이 사업의 유망성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베트남, 인도네시아 순방에 동행했다.

배 회장은 “진행 중인 병원수출 사업 비즈니스 모델이 이번 경제사절단에 선정되는데 중요한 레퍼런스가 된 것 같아 뿌듯했다”며 “이번 일정을 통해 베트남 정부와 병원수출 본계약 시기를 앞당기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인포피아는 베트남 병원수출 사업 외에도 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U-헬스 시스템 플랫폼 기반의 원격 마약검사시스템 및 마약환자재활치료센터 수출’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우보천리(牛步千里)

배 회장은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소위 ‘멘탈’이 매우 강한 편이다. 이러한 뚝심의 경영이 오늘날의 성공을 불러왔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애초에 IT업체 연구원 출신인 그가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했을 때 지인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지나치게 곧은 성격이 융통성 부족으로 이어져 사업에 실패할 것이란 지적이었다.

일례로 수년 전 회사 건물을 지을 때 공사 도중 시행사 측에서 10억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다소 억울한 일이었지만 주위에서는 건설업계의 관행인 만큼 적당히 협상해서 공사를 재개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배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심지어 이 참에 버릇을 고쳐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모두가 반대했지만 그는 “이런 불합리한 요구에 응하느니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공사 현장에 용역 깡패들이 동원되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법정 다툼 끝에 결국 승소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도 이러한 사회 부조리에 대해서는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는 사업에 뜻이 있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배 회장은 “기술 쪽에 너무 치중하지 말고 시장을 보고 가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시장을 보고 돈을 벌면서 기술 개발을 병행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초기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배병우 회장은…

1963년 경남 마산 출신으로 1990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했다. 그해 대우전자 하이터치팀에 입사한 뒤 이후 현대정공 기술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96년 주식회사 인포피아를 설립했다. 현재 인포피아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병원의료산업수출위원회 위원장, 한국전자의료산업협의회 이사, 의료기기산업혁신클러스터협의회(IICC)회장, 대한병원협회 준회원사 협의회 부회장, 벤처기업협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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