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적폐청산은 광풍"…이규진 공모 혐의 포함 전면 무죄 주장

양승태·박병대·고영한 직권남용 재판 2개월만에 재개
양승태, 2019년 재판 시작 이후 두번째 법정 발언
한동훈 사례 언급하며 재판부에 "예단 경계해달라" 호소
각종 혐의 전면 부인…"헌재 동향 파악은 이규진이 지시"
  • 등록 2021-04-07 오후 3:18:38

    수정 2021-04-07 오후 3:18:38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개월 만에 재개된 이른바 ‘사법농단’ 재판에서 적폐청산을 두고 ‘광풍’이라 칭하며 수사과정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의 공모관계 역시 부인하며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이종민·임정택·민소영 부장판사)는 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처장의 속행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 2월 5일 열린 공판 이후 약 2개월 만에 열린 공판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지난 2019년 기소된 후 120여 차례에 걸쳐 공판이 이어졌으나 혐의가 47개에 달하는 만큼 아직 1심 선고가 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2월 법관 인사에서 재판부가 전면 교체됐다. 재판부 교체로 이날 공판에선 새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 요지를 듣고 이에 대한 변호인단 의견을 확인하는 등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했다.

특히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직접 진술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진술한 것은 2019년 5월 첫 공판 이후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바뀐 재판부를 향해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광풍이 사법부를 할퀴고 지나갔다. 광풍이 불어닥칠 땐 판단이 마비되지만, 할퀴고 난 뒤 잔해만 남은 상태에서 뒤돌아보면 객관적으로 그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며 “자칫 형성된 예단이 (재판부의) 객관적 관찰을 방해하는 것을 가장 염려하는 바이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러면서 “얼마 전 검찰 고위 간부가 모종의 혐의로 수사받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며 ‘수사상황이 시시각각 유출되고 수사관계인에 의해 수사 결론이 계속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언급한 검찰 고위 간부는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에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으로 해석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한 검사장의 사례에 빗대어 “오늘 이 법정에서 심리하는 이 사건이야 말로 당시 수사과정이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왜곡되고, 변론이 재단돼 사회에선 마치 저 사람들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생각에 젖어들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끝으로 “이제 광풍이 할퀴고 지나간 자국을 보면서 객관적으로 왜 이렇게 됐는지 살펴야 할 상황에서도 과거의 예단이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을 매우 걱정한다”며 “모쪼록 새로운 재판부가 그런 상황을 잘 고려해서 정확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공소장 일본주의(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법원에 공소장만 제출하고 기타 서류·증거물은 첨부해선 안 된다는 원칙)를 위배했고, 공모 관계 역시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아 공소 자체를 기각해달라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종전 재판부가 일본주의 위반 원인이 되는 부분에 대해 변경을 요구했으나 여전히 위반 내용이 남아 있고, 이미 법관의 심증은 오염됐다”며 “공소사실에서도 직권남용의 여러 공범을 나열할 뿐 누구의 직권남용인지도 명시돼 있지 않고 특정이 안 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개별 혐의에 대해서도 전면 무죄를 주장했다.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장 사이에 일반적인 업무상 보고체계가 존재하지 않고 대법원장의 결재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가 대부분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앞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판사 중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민걸 전 실장과 이규진 전 위원과의 공모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변호인은 양 전 대법원장과 이 전 위원이 공모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파악토록 지시한 혐의에 대해 “헌재 내부 사건 정보 및 동향 수집 지시가 위법이라는 게 검찰 생각인데, 기본적으로 이를 지시한 것은 이 전 위원이다”며 “양 전 대법원장은 헌법 관련 업무 맡은 이 전 위원에게 잘해보라고 덕담한 것 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이밖에 각종 재판개입 혐의에 대해서도 대법원장에겐 일선 법관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어 직권남용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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