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법정관리 시기의 문제다"

산은, 실사보고서 초안 수령
이르면 이번주 채권단 회의 소집
4.5조 쏟아부었지만, 완전자본잠식 못 벗어
  • 등록 2016-05-23 오후 4:37:53

    수정 2016-05-23 오후 4:45:39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STX조선해양의 회생절차(법정관리)여부를 가를 실사결과를 받아든 산업은행이 이르면 이번 주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처리 방향을 결정한다. 채권단 내부에서는 “법정관리는 시기의 문제”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은에 STX조선 실사 결과 초안을 보고했다. 산은 관계자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드래프트(초안)는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하반기 중 대외여건을 고려해 STX조선의 회생절차 전환 등 손실 최소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실사 보고서는 채권단과 정부 판단에 중요하게 쓰일 자료다. 또 다른 산은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 주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실사 결과를 토대로 채권단 의견을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일각 “법정관리, ‘시기의 문제’일뿐”

STX조선 채권단에서는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나온다. 현재 STX조선은 자율협약을 맺고 채권상환이 2017년 12월 말까지 유예된 상황이다. 자율협약을 중단하면 사실상 법정관리 절차로 들어서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STX조선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데 ‘시기선택의 문제’만 남은 것이지 특별한 사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법정관리는 불가피하되,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선박 건조를 어느 시점에서 중단할지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는 얘기다.

채권단 일각에서 이런 입장이 나오는 것은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신규 수주도 없고 독자적인 자생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STX조선, 2013년 자율협약 시작..4.5조 쏟아부었지만 ‘완전자본잠식’

STX조선은 유동성 위기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로 2013년 7월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약정을 체결한 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후 지금까지 채권단에서 4조5000억원 가량의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받았다. 2013년 이후 총 6차례에 걸쳐 1조8853억원의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채무재조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자율협약에 들어간 2013년 1조5668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2014년 3137억원, 2015년 2107억원의 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적자 누적으로 자본잠식상태에 빠져 2014년 4월에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됐다. 채권단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TX조선의 수주 잔량은 50여척이다. 내년 상반까지 일감이지만, 대형 조선사처럼 신규수주도 ‘0’이다. 유동성도 지난해 전망보다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신규수주 실패로 유동성이 빨리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독자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정관리 후폭풍 연쇄 여파…특수은행 중심 RG콜 1.2조

다만 일각에선 채권단 내 이견으로 법정관리 선택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에 미치는 여파(충당금 폭탄), 고용문제, 협력업체 고용 문제, 지역경제에 미치는 여파 등을 고려하면 법정관리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대규모 RG콜(선주의 선수급 환급 요청)이 이뤄진다. 선주는 조선사에 발주를 하면서 선수급(계약금)을 지급하는데, 적기에 배를 인도받지 못하면 금융기관에 보증(RG)을 요청하게 된다. 채권단은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가면 수 조원의 선수금을 선주에게 물어줘야 하는데 실제 지급보증을 한 확정 RG는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후폭풍은 시중은행보다 산은, 수은 등 국책은행과 농협 등 특수은행에 미칠 전망이다. STX조선 여신(대출+보증 등)은 산은이 1조9000억원, 수은이 1조4000억원, 농협은행은 7700억원이다. 신한·우리·KEB하나 등 3개 시중은행은 올해 1월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하고 채권단에서 발을 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TX조선에)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해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늘어난다면 문을 닫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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