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안이한 기대속 '폭탄돌리기' 결과.."제2STX 막아라"

4.5조 쏟아부었지만, 결국 ‘법정관리’...후폭풍
안이한 기대속 구조조정 실기...‘법정관리’로 화 키워
제2의 STX조선 막아라..‘대우조선해양’ 위험
  • 등록 2016-05-25 오후 4:47:59

    수정 2016-05-25 오후 5:56:03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채권단 공동관리중인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금융권은 STX조선이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이후 이미 4조5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충당금 적립’ 및 RG콜(선수급 환급 요청)로 2조원 가량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한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큰 그림 없이 조선업 시황 개선에 대한 천수답식 기대 속에 ‘폭탄돌리기’에 급급했던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금융당국도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4.5조 쏟아부었지만, 결국 ‘법정관리’...후폭풍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STX조선의 법정관리 전환을 사실상 확정한 이유는 더 이상 채권단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회계법인 실사 결과, 2017년까지 수주 선박 건조 등에 필요한 부족자금은 7000억원~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당장 5월말에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수주 불가, 부족자금 지속 증가, 해외 선주사의 가압류 등 조선사로서의 계속기업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하듯이 자금을 지원할 경우 채권단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2013년 4월 이후 4조5000억원을 쏟아부은 STX조선의 운명은 채권단의 손을 떠나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문제는 파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STX조선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은 STX중공업이나 STX, 고성조선해양 등의 관계사들도 연쇄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6700여명에 달하는 STX조선과 관계사 직원들의 고용문제도 불거질 전망이다.

특히 은행권으로선 ‘충당금 공포’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권은 조선업에 대한 여신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는 만큼 부실 여부에 따라 대출 채권의 등급을 낮출 경우 은행들은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1분기에만 3000억원 넘게 충당금을 쌓았던 농협은행을 비롯한 특수·시중은행들은 ‘충당금 셈법’ 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 대한 은행권 여신만 55조원, 중소형 조선소를 포함할 경우 70조원에 이른다. 은행권에 6조원 가까운 익스포저가 있는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산은은 STX조선의 구조조정 실패 원인을 1차적으로 ‘조선업 시황 악화’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안이한 상황인식에 빠진 채권단을 질타한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계적으로 조선, 해운이 장기불황에 진입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 했다”며 “‘좀 지원해주면 경기가 회복돼 살아나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책임론은 증폭되고 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국책은행은 회사의 부도시 책임문제, 실업대책 문제 등 순수한 회사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선 정치적 고려를 해야 한다“며 ”흔히 ‘시스템위기’를 막는다는 핑계로 계속 자금을 지원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제2의 STX조선 막아라..‘대우조선해양’ 위험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구조조정의 적기를 놓쳐 화를 키우는 일은 STX조선에서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STX조선은 휠씬 규모가 큰 대우조선해양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STX조선은 조기에 ‘더 이상은 안 된다’고 짤랐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조선업 전체에 대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쯤 성동조선과의 통폐합 논의가 성동조선 주채권은행인 수은과 산은 사이에 제기됐지만, 채권단 이견으로 물거품이 된 바 있다. 전체적인 그림이 없으니 각 채권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근거가 없었다는 얘기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문제는 그때나 지금이나 산업적 차원에서 앞으로 어떻게 조선업을 가져가겠다는 그림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을 사실상 하나도 하지 않았던 지난 정부, 이번 정부의 경제관료들에게도 책임의 일단을 찾지 않을 수 없다“며 ”구조조정 절차는 투명하지 않고 면피성으로 진행되는 게 많다. 통합도산법으로 구조조정 절차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산은 관계자는 ”STX팬오션만 해도 당시 당국은 산은이 인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만약 그렇게 됐다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라며 “당시 STX조선을 법원에 못 보낸 것도 정부의 결정”이라고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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