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폐기 논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안 삭제, 8년만에 유죄 판결

'盧 청와대' 백종천·조명균, 각 징역 1년 집유 2년
法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안도 대통령기록물 맞다"
과거 정치권서 논란…2020년 대법서 유죄 취지 파기
  • 등록 2022-02-09 오후 3:12:42

    수정 2022-02-09 오후 9:37:22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우측)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2012년 대통령선거 전후로 ‘사초(史草) 폐기’ 논란으로 정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삭제 의혹’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배형원 강상욱 배상원 부장판사)는 9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종천 전 노무현정부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전 통일부 장관)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2020년 12월 대법원이 이들에 대한 1·2심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백 전 실장 등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라 생성·보존돼야 할 역사적 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회의록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지 않았고 국가정보원에 회의록이 보존돼 내용이 확인 가능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시작은 박근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전 대통령)와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대통령)가 맞붙었던 18대 대선을 두달 여 앞둔 201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속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NLL(서해북방한계선)에 대해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라며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를 강력 부인했지만 비밀기록물인 정상회담 회의록을 확보하지 못해 제대로 된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NLL 포기 의혹’을 주된 이슈로 부각시킨 후 민주당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NLL 포기발언 의혹→사초폐기 논란으로 확대

박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가운데 민주당 고발로 관련 의혹에 수사에 나선 검찰은 회의록을 보관하고 있던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부분의 발췌록을 제출받아 분석해 2013년 2월 정 전 의원 등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관련 의혹은 같은 해 6월 다시 불거졌다. 국정원의 댓글 공작 의혹으로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이 민주당에 대한 역공에 활용하기 위해 회의록 전문 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 민주당 지도부도 전문 공개에 조건부 찬성 입장을 보이며 여기 동조했다.

또 대선 패배 후 잠행을 하던 문 대통령(당시 국회의원)이 가세하며 다시 정국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정원이 비밀기록으로 보관하고 있던 회의록 공개를 거부하던 가운데 문 대통령은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돼 있는 회의록 ‘원본’을 열람해, NLL 포기 발언이 실제 있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것.

국정원은 문 대통령 발언 3일 후 전격적으로 회의록을 공개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여야가 국정원 댓글 공작 국정조사에 전격 합의하자 ‘직원 사기 진작’을 이유로 회의록 공개를 지시했다. 하지만 회의록 공개에도 여야는 발언에 대한 정반대의 해석으로 맞서며 공방은 잦아들지 않았다.

정치권은 대통령기록관에 별도 회의록 원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전문가를 대동해 회의록 찾기에 나섰다. 하지만 끝내 별도 회의록은 대통령기록관에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감추기 위해 대화록을 무단으로 폐기했다”며 이를 ‘사초 폐기’라고 규정짓고 공세를 강화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도 즉각 수사에 나섰다. 문 대통령을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 끝에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을 2013년 11월 재판에 넘겼다. 당시 검찰은 “삭제된 대화록과 유출된 대화록이 모두 완성된 형태의 회의록”이라고 판단했다.

1·2심 “대통령 기록물 아니다”→대법 “대통령기록물 맞다”

검찰 조사 결과 국정원은 2007년 10월 2~4일 열린 정상회담 녹음파일을 토대로 회의록을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를 일부 수정한 후 같은 달 9일 청와대 전자결재시스템에 정상회담 문서 파일을 첨부해 전자문서(이하 10월 전자문서) 결재를 상신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달 19일 상신된 전자문서를 결재한 후 별도의 처리 의견을 담은 문서 파일을 첨부했다. 조 전 비서관은 지시에 따라 국정원 측에 일부 표현 수정 등을 요청해 같은 달 24일 이를 전송받았다.

전송받은 회의록은 이후 수정을 거쳐 1급 비밀 문건으로 만들어졌고 이는 백 전 실장을 거쳐 2008년 1월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친 ‘완성 회의록’을 국정원에서 보관하도록 하되, 청와대 전산시스템엔 남겨두지 않도록 지시했다.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이에 따라 국정원 측에 종이 형태의 ‘완성 회의록’을 건네는 한편 청와대에서 보관 중이던 별도의 완성 회의록은 파쇄하고, 노 전 대통령에게 결재를 받았던 10월 전자문서도 삭제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삭제된 10월 전자문서를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된 문서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결재가 있었던 만큼 명백한 대통령기록물이라고 주장했지만 1·2심 판단은 달랐다.

1·2심은 “결재는 단순히 전자문서 서명을 넘어 결재권자가 내용을 승인해 문서의 효력을 발생시킨 경우다. 노 전 대통령이 구체적 재검토 지시가 담긴 파일을 첨부한 만큼 10월 전자문서는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다”고 판단해,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상고로 대법원은 2015년 11월 사건을 접수한 후 무려 5년 동안 사건을 심리해 1·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2020년 12월 “당시 청와대 전자결재시스템은 의사소통 과정과 결과물 축적까지 목적으로 했다”며 “노 전 대통령 서명으로 10월 전자문서는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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