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133조830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월(11월) 말 대비 1382억원 증가에 그쳤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평균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그간 은행들의 신용대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올 11월은 사상 최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4조8495억원 급증했다. 매주 평균 1조2000억원 이상씩 신용대출 잔액이 늘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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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막판 수요가 몰렸다. 지난달 27~30일 나흘 동안에만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약 2조원이나 급증했다. 지난 10월 전체 순증액이 2조4563억원이다. 단 며칠 사이에 한달 분량의 신용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이후 규제가 시행되면서 신용대출 증가폭은 급격히 꺾였다.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 요구에 따라 올 12월 말까지 월별 신용대출 증가폭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한 바 있다. 월별 신용대출 증가폭은 2조원대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몰린 막차 수요로 가계대출 잔액이 예상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곳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이들 은행을 지목하면서 개별 면담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이달부터 대출 한도를 더욱 낮추거나, 일부 대출 상품 또는 모집 채널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고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 역시 이달부터 비대면 신용대출 ‘올원직장인대출’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우량 등급 우대금리는 없앴다. KB국민은행은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모집인)를 통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모집을 당분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거세지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최대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나서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실패에 따른 가격 폭등 책임을 은행에 전가해 본연의 업무인 건전한 대출 영업을 방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최근 대출 수요가 늘자 건전한 수준에서 관리하며 대출 공급을 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규제를 예고해 가수요 급증을 자초한 꼴인데, 은행의 총량 관리가 부실하다고 탓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만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