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회복기에 전쟁까지…수요-공급 균형 깨지며 유가 급등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40여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물가상승률의 가능 큰 원인은 유가 급등이라면서, 미국 정부가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보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한 유가 급등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휘발유 가격에서 원유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다. 국제유가에 따라 휘발유값이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잠잠해지면서다. 코로나19 이후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량을 줄였다. 이후 수요 회복기에도 산유국들은 증산에 소극적이었다. 2020년 한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
◇업계, 전기차 시대 맞아 원유 생산 증대 꺼려
미국의 경우는 다른 나라보다 원유 매장량이 풍부해 사정이 나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기를 맞아 정유사들이 유전·정유 시설에 대한 신규투자를 꺼리고 있어서다.
석유기업들은 이미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직원 수를 대폭 줄이고 채산성이 떨어지는 유전과 정유시설을 차례로 폐쇄해 왔다.
크리스토퍼 니텔 매사추세츠공대(MIT) 에너지 경제학 교수는 “최근 8년 동안 두번의 유가 폭락이 있었고 많은 석유업계 경영진을 또다른 유가 폭락이 불가피하다고 믿고 있다”며 “그들은 오늘의 높은 가격을 보면서도 유전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가격이 급락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의 성장으로 10년 후에는 (새로 개발한) 유정이 더는 이익을 내지 못할 수도 있어 정유사들의 시추 의욕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내 정유시설 상당수가 수입산 원유의 성분비에 맞춰 만들어졌다는 점도 자국 원유 생산량 증대에 걸림돌이다. 기존 설비를 미국산 원유에 맞게 조정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원유 수입국이다.
NYT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길어지고 러시아의 원류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에너시장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면서도 “더 많은 공급선이 가동되거나 수요가 줄어들 때까지 (미국 내) 주유소 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