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내력벽 철거' 없던일로…리모델링 단지 반발

국토부 성급한 발표에 조합·업계 '난색'
"내력벽 철거 없인 사업성 거의 없어"
국토부 "국민 안전위해…정밀검증 더 필요"
  • 등록 2016-08-09 오후 5:13:31

    수정 2016-08-10 오전 7:51:50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때 세대간 내력벽(건물 무게를 지탱하는 주축 벽) 철거를 허용하려던 정부 계획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2019년까지 전면 보류됐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 전경.
[이데일리 정수영 박태진 기자] “올해 1월부터 내력벽 철거 허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안전진단 기준까지 만들어 놓고선 이제 와서 안된다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정부가 주민을 조롱해도 유분수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분당·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정부의 ‘수직 증축 리모델링시 세대간 내력벽 철거 허용 재검토’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줄기차게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이 커진 리모델링 사업이 이번 결정으로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9일 열린 국무회의에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공동주택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때 세대간 내력벽 철거 허용 내용을 제외시켰다. 오는 2019년 3월까지 정밀 검증한 뒤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리모델링 업계와 추진 단지 조합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도 내력벽 철거 허용이 사실상 물 건너가자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도 끊길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내력벽 철거’ 허용 무기 연기…국토부 “발표 성급했다” 인정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체다. 현행 주택법상 리모델링 때 3개 층까지만 수직 증축이 가능하다. 대신 세대간 내력벽을 철거하면 아파트 층수를 높이는 동시에 그만큼 공간이 넓어져 사업성이 좋아지는 셈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경기도 성남시 아파트 주민 등의 민원을 받아들여 수직 증축 때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할지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하지만 11월까지만해도 안정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입장이 바뀐 것은 올해 초부터다. 국토부는 1월 ‘2016년 업무계획’에서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내력벽 철거 일부 허용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월에는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어 4월는 내력벽 철거가 가능한 아파트인 지를 진단하고, 철거할 경우 어느 선까지 가능한 지를 결정하는 ‘안전진단 기준(안)’도 마련했다.

그러고선 4개월만에 다시 재검토로 방향을 뒤집은 것이다. 이는 국토부가 최종 결과 도출 전에 성급하게 허용 쪽으로 가닥을 잡고 발표를 한 탓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연구용역 중간보고서를 놓고 진행한 전문가 회의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내력벽 철거 허용에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국토부는 이 회의 결과를 토대로 내력벽 철거 허용 계획을 발표, 잇따라 행정절차를 밟아온 것이다.

이후 지난 3월 최종 결과가 나오자 연구용역을 맡은 건설기술연구원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추가 논의를 진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용역 중간 결과에서는 말뚝과 관련한 부분이 없었다”며 “이후 최종 결과에 말뚝이 있는 아파트는 내력벽 철거시 지반에 박힌 ‘말뚝기초’에 하중이 더 실려 위험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강공사를 하면 내력벽을 철거해도 기술적으로 안전 확보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실제 검증된 것이 없어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허용 쪽으로 미리 발표한 것은 사실 성급했다”고 인정했다.

“내력벽 철거금지는 사형선고” 리모델링 조합 반발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수직 증축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과 분당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정자동 한솔주공 5단지(1156가구)는 지난해 6월 전국 최초로 수직 증축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야탑동 매화 1단지(562가구)와 정자동 느티마을 3단지(770가구)·4단지(1006가구)도 지난해 하반기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구자선 경기도 한솔주공5단지 조합장은 “이번 결정은 실질적으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안전진단도 일 년 전에 끝냈고 각종 세미나를 통해 안전성이 확보된 상황에서 3년이나 더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중개업소도 가격 상승 기대감이 꺾이면서 매수 문의가 줄어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서울 목동 현대공인 관계자는 “수직 증축 및 내력벽 철거 허용 등 잇따라 리모델링 규제가 풀리면서 목동 일대 아파트값이 1년 전에 비해 평균 1억원 이상 올랐다”며 “내력벽 철거 보류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어서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정부가 내력벽 철거를 허용할 것이라고 계속 얘기해온 터라 많은 단지들이 의심 없이 안전진단 등 관련 절차를 밟아왔다”며 “정부가 정확한 지표를 주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줘야지,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 모든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조치로 리모델링 추진 단지의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구조 자체 변화 없이 리모델링 사업을 실시하면 변경할 수 있는 폭이 적다”며 “면적을 늘리거나 합치는 게 허용되지 않으면 효율적 평면 구성이 힘들어지고 사업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력벽은 건물의 지붕이나 위층 구조물의 무게(하중)를 견디거나 힘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구조물로 건물의 공간을 수직으로 나누어 주는 벽이다. 벽돌로 쌓은 단순한 칸막이가 아니라 콘크리트 등으로 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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