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살인 김성수 우울증 감형될까?…심신장애 인정 5건 중 1건

피해자 제압해 살인…"심신미약 인정 어려울 것"
3년간 심신장애 문제 판례 1597건 중 305건만 인정
"범행 상황 구체적으로 기억하면 사물 분별 능력 있다고 봐"
  • 등록 2018-10-22 오후 2:22:07

    수정 2018-10-22 오후 8:02:23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PC방 아르바이트생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김성수 씨가 22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공주 치료감호소로 가기 위해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심신미약을 이유로 한 감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17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은 22일 오후 1시 50분 기준 87만6754명이 동의해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생긴 이래 최대 동의자를 기록 중이다.

청원인은 강서구 PC방 살인 피의자가 우울증약을 복용중이라며 우울증, 정신질환,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한 감형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강서구 PC방 살인 피의자인 김성수(29)씨가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원은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량을 줄여줄 때 평소 정신질환 등으로 치료 받았는지가 아닌 범죄를 저지를 당시 심신상태가 어땠는지를 보고 판단한다.

움직이는 피해자 제압해 범행…심신미약 인정 어려워

형법 10조를 보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돼 있다. 이는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 책임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법에는 사물을 변별한 능력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다. 심신미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론과 판례에 의존하고 있다.

보통 실무상 심신미약 상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는 조현병(정신분열증), 지적장애, 음주나 마약 등의 약물복용 상태 정도다.

가령 2008년 당시 8세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두순 사건은 음주에 따른 주취감경이 적용됐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범행 때 조두순이 만취해 사물을 변별하기 어려웠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또한 2016년 공용화장실에서 처음 본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도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조현병 등 심신미약을 이유로 징역 30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을 받기 위해서는 범행 당시 상태가 중요하다. 단순히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고 심신미약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재판에서 일반인들이 말하는 정신병이 있다고 해도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심신미약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평소에 어떠했느냐가 아니라 범행 당시에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있었느냐”라고 말했다.

통상 형사상 범행은 사람을 제압하면서 이뤄진다. 따라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같이 움직이고 있는 피해자를 범행 대상으로 지정하고 제압해 범행을 저질렀다면 사물에 대한 변별력이 없는 경우라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8세 어린이 초등학교 유괴 살인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건의 주범 김모(18)양은 재판에서 자폐성 장애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았다며 심신미약 상태의 범행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행 당시 김양의 사물 변별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며 소년법상 최고 형량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실무에서 가장 대표적인 심신미약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는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자다 잠결에 아이가 깔려 죽게 된 경우 정도다. 예전에는 주로 음주에 따른 주취감형이 많았지만 이에 대한 비난이 커져 주취감형은 줄고 있다.

심신미약 인정비율 5건 중 1건 꼴

앞의 판사 출신 변호사는 “거의 심신상실에 가까운 상태가 돼야 심신미약 상태로 인정이 된다”며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곧잘 심신미약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는 비율은 낮다”고 말했다.

실제 최이문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와 이혜랑 대구지방법원 판사의 ‘정신장애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책임능력 판단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2014~2016년 3년새 피고인의 심신장애(심신상실+심신미약)문제가 된 판례 1597건 중 심신장애가 인정된 하급심 판결은 305건에 그쳤다. 비율로 치면 19% 정도다. 구체적으로 심신상실은 4건, 심신미약이 301건이었다.

판사들은 심신미약을 판단할 때 정신과 전문의 등 전문가의 감정 의견을 기초로 판단한다. 다만 이에 구속되지 않고 최종 결정은 스스로 법률적 판단으로 내린다.

보통 정신감정은 치료감호소 등에서 한달 정도 추적관찰(감정유치)을 통해 진행한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씨도 이날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돼 길게는 1개월 동안 정신 감정을 받게 된다.

재판에서는 전문가들의 감정 의견 뿐만아니라 범행의 계획성 여부, 범행 이후의 과정 등도 심신미약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판사들은 범행이 사전에 계획됐는지와 범행과정 자체가 치밀하게 이뤄졌는지, 범행 이후의 은폐가 이뤄졌는지, 범행 당시에 대한 피고인 진술이 어떠한지 등을 살핀다”고 설명했다.

계획적인 범행은 심신미약 상태 범행으로 인정되기 어렵다. 딸의 친구를 유인해서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어금니 아빠’ 이영학(36)도 심신미약 상태 범행이라 주장했지만, 1·2심 법원은 계획적인 범행이라고 일축했다.

또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범행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진술하면 범행 당시 사물에 대해 분별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 강서구 PC방 앞 모습(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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